일터에서-김지은(84.영문) 모교 한국어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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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4-18 10:19 조회13,6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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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84. 영문) 모교 한국어 교육원 강사
견디기 어려워, 드디어
겨울이 봄을 토해 낸다
흙에서, 가지에서, 하늘에서,
색이 툭 툭 터진다
여드름처럼
-조병화
어김없이 다시 봄이 돌아왔다. 캠퍼스엔 봄빛이 찬란하다. 학생들의 열정과 패기로 생동감이 더해진 캠퍼스! 그곳엔 지구촌 곳곳에서 온 사랑스런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어 교육원!! 1990년에 시작, 이젠 17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곳이 바로 나의 일터이자 행복 충전소다.
졸업 후 삼성에서의 짧은 직장생활을 접고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때 바르셀로나에서 접한 낯선 문화는 신선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열정이 뿜어 나오는 스페인어 교사의 모습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색다른 문화에 대한 매력과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갈망은 한국어 교사의 길로 날 이끌었고 그 후 예술 혼을 불어넣듯 내 모든 것을 학생들에게 바쳐왔다.
교실은 무대, 학생은 관객, 난 배우! 막이 오를 때마다 유쾌한 긴장감으로 가슴은‘콩닥 콩닥' 뛴다. 오전 9시 부터 1시까지 하루에 보통 3 -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수업 준비나 숙제 검사를 한다. 쉽고 재미있는 교수법으로 유명한 서강대 한국어 수업은 의사소통을 강조한 활동중심이라서 활발하게 진행된다. 분위기는 마치 칵테일 파티에 온 듯하다. 나는 그들이 언어 장벽을 넘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학습과정이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때론 엔터테이너 역할을 자처하기도한다.
앵무새처럼 교사의 말을 따라하는 초급학생이 1년 반 후면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의견을 교류할 수 있게 된다. “가나다”를 배우던 학생이 졸업식 날 멋진 스피치를 할 때 그 가슴 벅찬 기쁨이란…….
학생들과 함께 하며 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추억이 가득 담긴 상자를 선물로 받은 것 같다. 즐거운 할로윈 파티, 정성이 가득 담긴 작은 선물들, 학생이 만든 영화에 카메오 출연했던 일 등 추억의 조각들이 끝없이 눈앞을 스쳐 간다.
처음에 작은 규모였던 한국어교육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 300명을 육박하는 외국학생들과 교포학생들이 공부하러 오고〈서강 한국어 1 - 4〉도 출판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미국 DLI(Defense Language Institute)와 Summer school을 비롯한 특별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고 있고 난 최전선에서 그들을 만나고 있다. 첫 열정 그대로 더욱 풍부한 경험과 넘치는 사랑으로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리라 다짐해 본다. 민간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내 기억에 강렬히 각인된 스페인어 교사처럼 나도 학생들 마음속에 영원토록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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