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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은행나무와 꽁당보리밥’ 사장 박래훈(84.종교)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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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4-18 10:10 조회12,9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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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시간 : 12:00-21:00 (일요일 휴무)
● 텃밭 : 주연농원
● 위치 :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 나들목에서 비봉/남양 방향으로 직진 → 4번째 신호등에서 비보호 좌회전
● 연락처 : 031-356-9571/ 휴대폰 : 019-246-1230

고향집 어머니 바로 그 손맛,
소박해서 더 정겨운

음식점 ‘은행나무와 꽁당보리밥’ 사장 박래훈(84.종교) 동문



계절을 잊고 일상에 묻혀 살다가 사무실 작은 창문 틈으로 살며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을 때, 말라 버린 아스팔트 위를 촉촉이 보슬비가 적실 때, 고개를 들어 언제 보았는지도 모를 파란 하늘과 그 속에 점점이 박혀 있는 빛나는 별들을 보았을 때 저의 마음은 늘 그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만 되면 동생들과 내려와 지내던 나의 고향. 할아버지 할머니가 반겨 주시던 그 곳에서 우리 형제는 정신없이 뛰어 놀았습니다. 온 밭에 가득 채워진 채소들-상추, 쑥갓, 고추, 가지, 오이, 그리고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참외와 수박.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것들을 하나도 사지 않아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집앞의 밭에서 필요한 것을 바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풍요로워 보였습니다.

어느 겨울, 동네 아이들과 이 도시 아이들이 논으로 썰매를 타러 나갔습니다. 열심히 썰매를 지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우리는 썰매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이 시골 아이들은 썰매를 내팽개치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걱정이 되어서 물어 보자 이상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더군요. 이거 아무도 안 가져간다고. 내일 이 자리에 오면 그대로 있다고.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유의 즐거운 경험을 서강대학교에 입학한 직후 또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은 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빨간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정말 더운물이 나오더군요. 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당시만 해도 공공시설의 화장실에는 더운물,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빨간 수도꼭지에서는 더운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구색에 불과했고 겉치레였지요. 그런데 서강대의 빨간 수도꼭지에서는 더운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변기 앞에는 언제나 두루마리 휴지가 걸려 있었고요. 가장 천하고 가장 경시되는 그 곳이 소중히 다루어지고 있었고 약속이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봄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날, 더 이상 사무실 창문 너머로만 햇살을 맞이할 수가 없어 어렸을 적 뛰어 놀던 고향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듯이 농사를 짓습니다. 거름을 펴고 땅을 갈아 고추니 오이니 하는 것들을 심고 어렸을 적 그랬던 것처럼 밭에서 따서 옷에 쓱쓱 씻어 먹을 수 있도록 그렇게 키우고 가꿉니다. 서둘러 빨리 자라도록 재촉하지 않고 온갖 시련을 겪고 이겨내도록 합니다. 그래야 비록 때깔은 곱지 않더라도 오이면 오이, 토마토면 토마토, 상추면 상추 본래의 맛을 내게 됩니다.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아마도 유기농산물에 해당되는 셈이지요. 사실 인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땅과 그 위에서 자라나는 생명체를 대하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키운 채소로 ‘은행나무와 꽁당보리밥’ 의 식단을 꾸밉니다. 제 본성대로 자란 것들에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곁들여지면 우리가 어렸을 적 경험했던 그 소박한 식단이 차려집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그리운 고향으로 떠납니다. 어릴 적 마음껏 뛰어 놀던 그 순수함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상을 받습니다. 짠지, 동치미, 오이지, 바글바글 끓는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소박한 반찬들. 도시로 나간 아들이, 시집간 딸이 고향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금쪽같은 내 아들딸들을 위하여 그 소박한 밥상을 정성껏 차려 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직접 담그신 고추장, 된장, 참기름, 김치 등을 바리바리 싸 주십니다. 내 아들딸들이 잘 살기를 바라면서….

‘은행나무와 꽁당보리밥’ 은 우리가 먹고 자랐던 이 소박한 먹을거리와 추억을 식단에 올립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정성을 담아서...... 그리고 주연농원은 가장 믿을 만한 먹을거리를 열심히 심고 가꿉니다. 서강이 저에게 믿음을 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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