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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연애 현장-서강적인 너무나 서강적인 커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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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3-27 11:51 조회17,9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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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적인 너무나 서강적인 커플들

 캠퍼스 연애현장


 "우리 땐 서강국민학교였어. 120명 동기 중에서 57명만 겨우 졸업할 정도니 얼마나 공부만 했겠어? CC는 생각도 못했다니까" (박호래, 62수학) "CC들이 좀 있었는데 교내에서 애정표현을 했다간 난리 났지. 주로 도서관이나 왕자다방에서 데이트를 많이 했는데 그땐 거길 P201이라고 불렀어"(이상돈, 73경제) "고팅이라고 고고장에서 만나는 게 유행이었는데 학교 앞에 '우산속'이라고 유명한 고고장이 있었지"(정기택, 77정외) "CC들 보면 부러웠지. 근데 교내에서는 애정표현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였어"(김상겸, 87경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연애하지는 못했어. 주로 도서관에서 만났어"(임홍철, 88생물) "복학하니까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 특히 CC들의 애정행각이 과감해졌더라구"(김병주, 93신방)


90년대 중반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어느 날 저녁 청년광장 한쪽에서 CC들의 과감한 애정행각을 본의 아니게 포착하게 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아니 신성한 학교에서 저런 행태를...... 쯧쯧 도대체 요즘 신세대들은 우리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는 극도의 과민 반응을 보였다. 이실직고하자면 서강대의 학구적인 분위기를 망친다고 가장 날뛰던 사람이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다.


서강의 CC들은 참 모범적(?)이었던 것 같다. 60년대 학번부터 90년대 학번까지 동문들은 한결같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CC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CC에 대해서 호감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해보지 못해 아쉬웠다는 응답과 함께 교내에서는 감히 CC 티를 내서도 안 됐고 손을 잡는다거나 애정 표현은 더더욱 금기시됐다고 동문들은 전한다. 그리고 교내에서 CC들이 자주 갔던 장소도 도서관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메리홀 솔밭이나 로욜라 동산의 벤치를 꼽아 상당히 건전한(?) 만남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교내에서도 뽀뽀나 키스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2000년대 학번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서강인들은 서로에 대해 연정보다는 우정을 더 많이 품었던 것 같다. 여학생의 수적 열세가 원인이었는지 서강대의 유독 강한 학구적 이미지가 억압적으로 작용했는지 CC보다는 주로 다른 학교 학생들과 미팅이나 소개팅, 스터디그룹 등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덧붙여 취재에 응했던 동문들은 대부분 요즘의 자유로운 이성교제 모습이 부럽다고들 말했다.


가슴에 봄바람이 살랑이는 계절이 다시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대, 다시 서강 언덕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가?


문희정(93·철학)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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