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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의 압박-머나먼 A+ ... FA의 추억은 아롱아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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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3-27 11:28 조회17,1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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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A+...FA의 추억은 아롱아롱

학점의 압박

서강인들은 ‘서강고등학교’라는 말을 즐겨 써왔다. 사례를 꼽자면 끝이 없다. 연강을 쉬이 허용하지 않는 ‘월수금.화목토’ 시간표, 악명 높던 토요일 오후 수업,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 엄청난 양의 레포트, 짜디짠 성적, 매학기 학사경고생 다량 배출, 지정좌석제, 그리고 FA제도까지. 이런 사정으로, 어느 학교보다 성적에 원한 맺힌(?) 동문을 많이 배출한 대학이 바로 서강일지 모른다.


60년대 서강의 학사관리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방학이 끝나 학교에 돌아와 보면 신학기를 같이 시작하지 못하는 학우들이 드물지 않았다. 입학정원의 절반도 졸업식장에 서지 못하곤 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교양필수 학점을 이수하기 위하여 1학년 때부터 8학기 내내 같은 과목을 수강했으나 결국 학점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80년대 말까지, 서강에서 매학기 치르는 행사는 개강미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사경고를 맞은 학생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와 체육관에 모여 총장님 앞에서 “다음 학기에는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겠습니다”하는 선서를 해야 했던 것. 그래서 선서가 있는 날이면, 학교 앞 술집의 누님들, 아줌마들의 인기가 상종가를 쳤다. 평점 2.1~2.2면 과에서 중위권에 들고, 2.5이상 얻으면 장학금을 타던 시대였다.


FA(Failure because of Absence)는 서강인 대부분이 맞서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연애도 하고, 써클에서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술 마시러 다니고, 때로 데모에도 참석하고, 그러자면 대학생이 얼마나 바쁜데. FA야말로 캠퍼스의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라는 오명을 쓰곤 했다. ‘FA폐지’는 한동안 학생회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모 학우는 성적표에 찍힌 FA의 뜻을 묻는 부모님께 “Fine A의 약자입니다”라고 대답했다나.


요즘 재학생들은 ‘성적관리’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취업난이 심각한 만큼, 1학년 때부터 착실히 성적을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대체로 4학년 때 비로소 취업준비를 시작했다고 답하는 90년대 이전 선배들이 무척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수업과 수업종 소리는 이제 교사(校史)의 기록으로나 남게 됐다. 학점도 예전처럼 과도하게 짜지는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서강은 공부를 빡빡하게 시키는 학교’라는 볼멘소리가 쉬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서강에서 FA는 영원할 듯하고, 
좋은 성적은 남다른 보람을, 나쁜 성적은 그 나름대로 화려한 추억을 남기지 않겠는가.


장영권(91·사학) 광운대 중국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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