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편지-박용철(79.영문)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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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1-24 10:57 조회13,37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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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용철이에게 이 편지가 와있을 것을 생각하니 이렇게라도 해야 소식이 전해지려니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안하다. 가끔 무엇을 하며 지내나 하면서 택이(씨)와 서로 얘기를 주고받기는 하지만 서로 모르기는 매일반이라 이번 기회에 연결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른 탓에 무엇을 시작으로 하여 써야될까 하면서도 다른 어느 것보다도 마음이 남아있는 덕에 이렇데 이어지는 것으로 여겨본다. 늘 밝고 사근사근한 모습으로 그러면서도 때로는 우울해하기도 하면서 정이 많았던 네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은 나 못지 않게 나이도 많이 먹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내 나이를 거의 생각지 않고 지내는 것처럼 내 생각에는 너도 그럴 것으로 여겨진다.
여전히 기억 속에서는 79년도가 가물가물거린다. 특히 여름방학 연습한답시고 내가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갔을 때 택이와 네가 어찌 슬리퍼를 신고 학교를 오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답답함 반 웃음 반으로 대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그 때는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살롱에서 만든 것이라 하면서 신으라 했기에 나는 그저 별 뜻없이 신었었고 알다시피 내가 ‘한 다리' 하는데도 불구하고 신었었는데 그게 그만 그날 ‘걸리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지. 그러나 그런 기억이라도 생생히 남아있으니 그 슬리퍼를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보면 그저 흐르는! 시간 위에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 등이 우리를 푸근하게 때로는 아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심지어는 아픈 기억까지도 정작 아픈 그것은 증발되고 자신 속에서 좋은 것으로 탈바꿈 내지는 미화될 때도 있는 것 같다. 택이와 같은 부산 출신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좋게 보였던 듯 싶고, 글쎄, 많은 것들이 좋게만 보였던 것 같구나.
조동진의 떠나가는 배를 웅얼거리며 불렀던 기억도 있고, 나중에 언젠가 네가 있는 사무실에 갔던 것도 같고... 어쩌다보니 연결이 그렇게 끊어지게 되어 유감이구나.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큰 눈으로 웃으면서 다정스런 목소리를 지니고 자신의 일을 꾸려가고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하늘 아래인지 다른 하늘 아래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라도 듣고 가능하다면 얼굴 한 번 보면서 지냈으면 한다. 이 편지가 그곳에 이르면 꼭 연락하기를 바란다.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한 학년 ‘높은' 선배이니 잘 새겨듣기를 바랄게.
참고로, 학교 동문회에서 동문들끼리 릴레이로 서로 연결해보도록 하는 편지 추진 건이 있는데 내 사촌의 남편되는 후배뻘이 택이한테 보냈고 문제의 택이가 너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 하면서도 본인이 짧은 글이 부끄럽다 하면서 내게 부탁하길래 나야 편안히 쓰면 되겠거니 하면서 네게 이르게 되었구나. 편안하게 느껴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건강하고 여전히 밝은 모습이면 좋겠고 아니래도 네 모습이면 다 좋을 것 같구나.
이택(78.정외) 동문은 SK네트웍스 투자회사관리실 부장으로 일하며, 홍명해(78.영문) 동문은 가정주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호 편지는 이택 동문에게 배달됐으나 답장은 '부부 합의하에' 부인 홍명해 동문이 썼습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셋이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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