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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서 학술서 <담론과 해방> 동시 출간한 김경만(77. 경제)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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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1-17 18:23 조회19,7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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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연구성과 높으면 유학을 왜 가요"

동시 출간의 주인공, 사회학과 김경만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한 과정에 대해 물었다. <담론과해방>은 원고를 쓰고 손보는 데만 8년이 걸렸다고 한다. 원고가 완성된 후 미국의 십여 개 출판사에 출판 의뢰를 했는데 그 과정에만 또 1-2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러다 패러다임이란 비교적 신생 독립 출판사에서 출간 승낙이 와서 계약을 하고 책을 내게 되었고, 그 사이 궁리라는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이왕이면 동시에 책을 내는 게 좋겠다는데 의기투합해 국내 학술서 사상 최초로 ‘동시 출간' 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란다.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말하면 이론과 실천의 문제란다. 그리고 김경만 교수가 내린 결론은 이론가들은 이론가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론가들이 연구한 결과물 즉 그들의 담론이 일반 대중의 실천을 직접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반론은 당연히 논리적이어야한다.

그런데 얼마전 <교수 신문>에 실린 서평을 보고 너무도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그 서평은 책의 내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주변적인 것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었다. 서평자는 책이 너무 다층적이어서더 정확히 말하면 어려워서 학자인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데, 그런 책이 ‘한국의 독자' 가 왜 그런 ‘예비적 지식' 을 갖추어야 하는 지 까닭을 알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의' 사회학계에 그 책의 내용이 얼마나 공유되어 있는가에 대해서조차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김경만 교수의 단호한 대답.
“제 글은 책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그 곳 학계의 여러 학자들이 사전 리뷰를 하고저나 출판사와 의견을 주고받은 후에 나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정도 가했고요. 제 글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요? "

이어서 한국판에 대한 반응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판이 출간되고 나서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책의 내용보다는 한국어판 서문을 집중 조명했다고 한다. 특히 “실천이라는 미명 아래 고도로 추상적인 이론적 논쟁을 상아탑 속의 안주라고 외면한다"는 다소 공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에 대해서 말이다.

다시 김경만 교수의 이야기. “안주라는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아탑에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연구실에 틀어박혀 책만 하루 종일 읽는 고통 말입니다. 제대로 된 학자라면 모름지기 다른 유혹들을 떨구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서양의 일급 학자들이 하루에 몇시간씩 공부하는 지 아십니까? " 이 대목에서 김경만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교수가 아니 학자가 어떻게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서 진행자들의 잡담을 거들거나 잡문을 쓸 시간이 있느냐는 것이다.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해도 세계 수준을 따라잡기 힘든데 그럴 시간이 도대체 어디서 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보상 체계가 없기 때문이죠." 학자 공동체의 부재란다. 학자는 동료 학자들의 인정을 먹고살아야 한다. 공동체내에서 서로가 서로의 성과물에 반응을 보이고 읽고 평가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밖
으로 나돌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 학계의 문제로 나아갔다. “기러기 아빠, 기러기아빠하는데 사실 더 큰 문제는 일단 공부를 계속하게 되면 다른 나라 대학원으로 유학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죠. 우리 학계가 성장하려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자신들의 학적 성과물들로 승부를 해야합니다. 더 이상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돌 필요가 없게 말입니다. 여기 우리나라 대학에서만 배워도 충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 땅에서도 박버마스나 김버마스 같은 세계적인 학자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김경만 교수는 지금 <담론과 해방>에 대한 학술적인 반응' 을 기다리고 있다. 관례상 몇 년 후에 서평의 형태로 학술지들에 실릴 비판글들을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를 나오는데 "서
강 그대의 자랑이듯, 그대 서강의 자랑이어라" 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김경만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학교 교수들이 책을 내면 그 책 앞에 뭐라고 나오죠? 이렇게 나옵니다. 서강대학 교수 누구누구...적어도 우리 학교의 교수들이 서강을 발전시키는데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 아닐까요? "


장석봉(87·철학) 출판기획자·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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