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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편지- 임형묵(87·경영. ROCESS PARTNERS 대표이사)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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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1-17 15:36 조회18,5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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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87학번 이효성 보거라.

 

타지(캐나다) 생활은 어떤가 친구. 가끔 들려오는 너의 소식을 듣고 매우 보고싶었다네. 서강옛집의 릴레이 편지를 통하여 그간 너와의 추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걸 감사하며 , 이 지면을 빌어 너에 대한 추억을 공개하려 한다네.

 

사실 너와 나의 인연은 합창단 22기 동기이기 전에 경영학과 E Section 동기로 시작했지. 1학년 첫 학기 때 K관에서 백 교수님의 경영학 원론을 들을 때의 너는 키가 크고 너무 마르고 얼굴은 허연 점잖은 아이로 기억한다. 그리고 강의실에서 늘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않아 뭔가를 끄적이던 생각이 나는구나. 그래서 참으로 생각도 많고 신중한 아이라 생각했지.

 

그러다 합창단에 들어와 동기로 지내면서 노래도 잘 부르고 멋있게 웃고 사교성도 좋은, 그리고 언제나 젠틀하고 주위사람 잘 챙기는 나의 자랑스런 동기라 생각했다네. 그런데 너에 대한 좋은 인상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사건이 있었지. 기억하냐? 하조대에서 합창단 하계MC(Music Camp) 마지막 날 , 술자리는 무르익다 못해 과해지는 그 절정의 순간.나는 너랑 술 한잔하러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너를 볼 수 없었다네.. 그러다 부엌 옆에서 잠자고 있던 너를 보고 참 어안이 벙벙하더라. 뭔 술을 그렇게 먹었냐? 세상에 부엌 하수구 물이 흐르는 지점에 머리를 누인 채, 왼쪽 다리를 오른쪽 무릎에 올리고 콜콜 자고 있는 너...그리고 이어지는 하수구의 악취와 찐한 막걸리 냄새.

 

어때, 친구? 등골이 오싹하냐? 이 편지가 서강 옛집에 실려 많은 동문들이 본다 생각하면 너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볼 때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터에 이 편지를 보고 나에게 따지려고 연락을 해올 수 있다 생각하면 그 정도 미안함은 감당할 수 있단다. 이해해다오  친구...

 

내 학창시절의 90%를 너와 항상 같이 보냈고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만나던 너를, 지금은 1년에 한번 보기가 힘들구나. 가끔 부르던 우리들만의 노래를 생각하면 그 기억 속에 언제나 네가 자리잡고 있단다. 효성아. 보고싶구나. 서로 바빠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이 기회를 빌어 자주 연락하자.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알지? 여유는 찾아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그리고 끝으로 너의 부인 허성은(90·불문, 합창단 25기)과 예쁜 공주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임형묵(87·경영) 동문은 ROCESS PARTNERS 대표이사로 M&A 및 기업금융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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