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병이야기-홍헌영(96.국문) 동문 > 동문소식

본문 바로가기


HOME > 새소식 > 동문소식
동문소식
동문소식

초년병이야기-홍헌영(96.국문) 동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12-03 13:12 조회17,636회 댓글0건

본문

 

나는 여전히 꿈꾸고 있다...

 

작년 그러니까 대학 4학년때는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진로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어떤 직업에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인가,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질문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난 삼성생명이라는 이 보험회사를 택했고 그 후 몇 달간의 시간이 흘렀다. 

 

회사에서 나의 주 업무는 쉽게 말해서 지점 내 리스크 관리 및 지원 업무라 할 수 있다.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 고객 보험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일차적인 업무이고, 그 외 지점유지에 관련된 비품지원 및 제반 업무 뭐 이런 일들을 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차장님께 인사할 때는 안녕하십니까가 좋을지 안녕하세요가 좋을지, 팩스를 보낼 때 무슨 키를 눌러야 하는지, 공문을 작성할 때 양식을 어디에서 다운받아야 하는지, 복사 용지가 모자라면 어디 가서 구해와야 하는지, 심지어 쓰레기는 어디에 버려야 하는 지까지 가장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서부터 나의 직장생활은 시작되어야 했다. 

 

매일 이러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학생 때 생각했던 나의 미래와는 상당히 거리감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한 나의 대학때 꿈은 방송국 PD, 음반 프로듀서, 언론인 등 약간은 전문적이고, 또한 영향력 있고, 또 어떤 면에서 꽤 멋있는 종류의 직업이었다. 뭔가 직업 자체로서 사회 한 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 아무튼 그 때의 최대 화두는 무슨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생각했던 것처럼 거창한 일을 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알 것 같다. 사실 이 땅의 모든 직업이 자본주의 논리 위에서 존재하기에, 가치와 신념보다는 이익에 근거하여 움직이고 있고, 그 속에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이익활동에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일 자체에서 숭고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있는 직장 동료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월급을 모으긴 하는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모으는가, 최소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들에 있어 나는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하려 하지는 않는가, 때로 불합리한 경우가 있을 때 최소한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있는가와 같은 즉, 말하자면 일과 삶에 대한 태도와 정신의 문제 말이다.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 하다보면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나의 직업도 대학 때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진실하게, 그리고 다른 이를 돌아보며 살고자 하는 태도만 유지한다면 사람은 어떠한 직업의 껍질을 쓰고 있던지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과의 타협이 아니라, 꿈이 비로소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해의 사회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나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었다고 하겠다. 다소 이상주의자였던 나는,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산다는 것, 지금의 내 아내와 장래의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갔던 그 길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배우게 되었다. 내일 아침에도 짧은 기도와 함께 출근을 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진실하고 의롭게 살게 하시고,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할 용기를 주세요.. 아멘...”

 

홍헌영(96·국문) 삼성생명보험 서대문지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214건 448 페이지
동문소식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09 <한국형 자력방위 전략과 제언>-김재엽 지음/북코리아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12-03 15494
508 <飛정규직-비정규직의 육성과 활용 사례>-가재산.양병만 지음/㈜조인스H.R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12-03 14266
507 <요한 23세-그의 사랑.그의 삶>-신동환 역/ 크리스티안 펠트만 지음/분도출판사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12-03 12816
506 <여성신학사전>-황애경 역/ 네티 M 러셀, 샤논 클락슨/ 이화여대 출판부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12-03 17310
505 릴레이 편지-강신영(61.경제)동문 최고관리자 2004-12-03 25820
504 <부자아빠의 비밀노트>-김대환 지음/더난 출판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12-03 23189
503 화제의 인물-류영욱(92.사학)동문 최고관리자 2004-12-03 25106
502 <세상의 모든 클래식>-박준용 지음/마고북스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12-03 14317
501 편집위원 레터-구원과 소통 최고관리자 2004-12-03 12224
열람중 초년병이야기-홍헌영(96.국문) 동문 최고관리자 2004-12-03 17637
499 벤처기업가 스티브 김(69.전자)동문 첫 한민족 대상 국제음악콩쿠르 창설 2004-11-29 25302
498 최휘영(83.영문)동문 NHN 국내 CEO에 2004-11-29 25014
497 소롱포전문점 난시앙 낸 이우정(88.독문) 불스원 상무 2004-11-23 25085
496 오늘의 영화감독 박찬욱(82.철학) 동문이 있기까지 2004-11-23 24734
495 오은진(78.전자) NI 사장 높은 기술력 바탕 급성장.. 2004-11-23 25098
게시물 검색

 

COPYRIGHT 2007 THE SOGANG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서강대학교총동문회 | 대표 : 김광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5-82-61502
서강동문장학회 | 대표 : 김광호 | 고유번호 : 105-82-04118
04107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5 아루페관 400호 | 02-712-4265 | alumni@sogang.ac.kr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용약관 / 총동문회 회칙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