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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신부 弔辭 "옳은 것을 사랑하고 不義에 항거하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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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10-26 11:10 조회13,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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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신부님을 처음 만나 뵈었던 때는 55년 전이었습니다. 1949년 8월 말. 저는 15세 고등학교 신입생이었고 배 신부님은 27세 교사였습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였기에 신부님이 가르치시는 수업 때만이 아니라 새벽부터 밤에 잘잘 때까지 매일 신부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 방에 가서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배 신부님과 며칠 전까지 여러분들이 보셨던 배 신부님은 한결같이 똑같으신 분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저는 예수회에 입회하였습니다. 당시 예수회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으니 예수회가 좋아서 입회한 것이라기 보다는 배 신부님이 풍기는 매력 때문이었습니다. 

 

구약성서 미가 예언서 8장 6절에 배 신부님을 잘 묘사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들로부터 하느님이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느님께서 이미 알리셨습니다: 착한 것과 옳은 것을 사랑하고 정의를 행하며 너희들의 하느님과 함께 겸손하게 걷는다는 바로 그것입니다.” 

 

옳은 것을 사랑하고 정의를 행하며 하느님과 함께 겸손하게 걷는다는 것. 

 

어떤 일이든 어떤 사건이든 배 신부님은 입장이 분명했습니다. 옳은 것을 사랑하고 옳지 않은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러기에 60년대 초부터 민주화 운동에 중요한 몫을 하셨습니다 .여러 활동 중에 하나는 추방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인혁당 조작 사건을 반대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온 힘을 다 쓰신 것 이었습니다. 옳은 것을 너무 사랑하셨기에 사회정의를 행하는 인생을 사셨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이 사람다 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산업문제 연구소를 창립하셨고 거기서 노동자들에게도 또한 경영자들에게도 중요한 노동자의 권리를 35년 동안 꾸준히 가르치셨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에게도 인생을 옳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과 행동으로 당신의 삶으로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배 신부님의 한 가지 뛰어난 점은 가르치시던 학생들을 늘 기억하고 그들에 관하여 끝없는 관심을 가지셨다는 것입니다. 국내 동문들은 물론이고 미국에 가실 때마다 서강대 동문뿐만 아니라 옛날 가르치시던 고등학생도 찾아 가셨고 그들과 email로 종종 연락하셨습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만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 신부님께서는 자기 인생의 길을 하느님과 함께 너무 겸손하게 걸으셨습니다. 엄청 많은 일을 하셨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셨습니다. 그러나 늘 당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은근히, 겸손하게. 상대방이 좋아지는 것 이상, 다른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배 신부님! Basil! 너무 많은 것- 너무 감사 드립니다. 저승에 가셔서 우리를 잊지 마시고 우리를 위하여 계속 힘을 써주십시오. 조금이라도 더 신부님처럼 살 수 있도록.

 

정일우(John V. Daly, S. J.) 예수회 한몸공동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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