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최동훈(90.국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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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4-08 10:04 조회19,39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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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범죄의 재구성' 최동훈 감독
2004/04/06(한국일보)
“다산 정약용이 녹차를 마시며 느꼈던 안빈낙도의 즐거움보다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기 전날 지었을 미소가 그립다.” 최동훈(33) 감독은 이런 정서로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을 만들었다.
돈은 훔치되 사람은 죽이지 않는 괴도 루팡에 대한 어렸을 적 흠모의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20개월 동안 17번 고쳤고, 촬영은 지난해 9월23일부터 4개월 동안 했다. 그는 서강대 국문과와 영화아카데미(15기), 임상수 감독의 ‘눈물’ 연출부를 거친 신예 감독이다.
- 왜 하필 사기극인가.
“대학생 때 서울로 유학 와서 전세보증금 1,800만원을 날린 적이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으로 시 소유지의 판자 집을 사버린 것이다. 변호사도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돈은 날렸지만 그때 사기꾼을 다룬 시나리오를 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솔직히 이 세상에 사기와 범죄 아닌 게 어디 있나. 요즘 20, 30대 치고 혼인빙자간음죄에 걸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 제목이 특이하다.
“시나리오 초고에 붙였던 가제인데, 퍼즐처럼 범죄를 처음부터 다시 짜맞춘다는 의미에서 ‘재구성’이라는 말을 썼다. 처음 초고를 써보니 신이 300개가 나왔다. 원고를 하나하나 벽에다 붙이고 사건의 흐름을 이리저리 뒤바꿔봤다. 한마디로 시나리오도 여러 번 재구성한 것이다.”
- 사기꾼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처음에는 ‘캐릭터가 땅에 붙지 않았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재에 들어갔다. 마약 했던 사람, 포커꾼, 금강제화 상품권 위조범, 그리고 건달까지 두루 만나 귀동냥을 했다. 경마장 사람들도 만났다. ‘4번 말 찍어. 청진기 대니까 진단 나와’라는 말도 경마장에서 들었다. 그러나 진짜 사기꾼은 만나지 못했다. 사기꾼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 배우들을 평가한다면.
“우선 백윤식씨는 대사의 억양과 장단까지 연구할 정도로 노력파다. 극중 김선생의 첫 출연 장면을 찍는 순간, ‘아, 이 영화는 바로 이렇게 가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신양 선배는 아주 볼품없는 장면도 훌륭하게 만드는 배우다.”
- 감독론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특별한 메시지는 없다. 굳이 메시지를 찾자면 ‘사기를 당하지 말자’ 정도다. 차기작은 1974년 이종대 문도석의 캘빈소총 강도사건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이장호 감독의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가 이를 소재로 했으니까 내 작품은 일종의 리메이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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