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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편지>박영서(61·영문) 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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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3-03 15:03 조회15,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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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61·영문) 兄에게

영서 형 요즘 바쁘세요? 북창동 생태찌게에 빈대떡 생각이 지금도 간절하실텐데 지난 가을, 형과같이 보냈던 맨하탄의 멋진 추억은 앞으로도 잊기 어려울 것 같군요. 특히나 맨하탄 부동산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베테랑께서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전망대까지 저희를 데리고 올라가셔서 저와 제 처-최 현(74·생명), 이상한교수 편지에서 언급됐던 문제의 바로 그 여학생-또 제 딸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셨던 맨하탄 곳곳의 유명한 건물들에 대한 소개는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소중한 가르침이었는지요. 저는 뉴욕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형 덕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엔 처음으로 올라가 봤다는 거 아닙니까. 제 처와 딸애는 깊은 감명을 많이 받았고, 역시뉴욕이 세계 최대의 도시라는 걸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형 덕분에 제 처와 딸애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 때 잘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을 이 편지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저녁식사 대접받고,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여긴 꼭 가봐야 된다며 이 곳 저 곳을 안내해 주시고, 재즈바에서 새벽녘까지 저희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보내주신 소중한 시간에 대하여, 다시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다음 번 서울에 나오시면 당근 이 원수는 따따불로 갚습니다요. 제 처와 딸애 몫까지.

참 ‘뉴욕의 가을’ 에서 리챠드기어가 입고 다닌 것 같던 그 멋진 바바리코트는 아직도 애용하고 계시겠지요. 머플러에 헐렁한( ? ) 버버리코트를입은 형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요. 하긴 형이야 체격이나 외모는 물론 또 매너까지도 리챠드기어 못지않게 멋지다고 생각하며, 늘 부러워했었답니다. (웬 아부냐고요?) 이젠한번쯤 서울에 나오실 때가 됐는데, 연락이 없어서 궁금하던 차에, 글쎄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이상한 교수가 갑자기“야! 우리 학교 다닐때 놀러가서 재밌게 놀던 곳이 자연농원 맞지?”“그 때 헙스트 신부님께 영어공부 같이하던 애들 이름이 뭐였더라?”“지금은 뭐 하냐?”등등의 질문을 하더니 그걸 메모 하더라고요. 그래서“쟤가 갑자기 왜 저러나, 이제 나이 먹더니 옛날이 다시 그리워지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더니, 어느 날 글쎄 제게 느닷없이 <릴레이 편지>를 보내오는 바람에, 저도숙제를 해야 하는 관계로, 이렇게 겸사겸사 안부편지를띄웁니다. 그런데 역시 편지는 바다건너 다녀야 쪼금 제 멋이 나는 것도 같고요. 졸지에 <서강옛집>을 통해서 영서 형께 편지를 드리게 되다니 아마 누구에겐가 편지 써 본지가 1 0년도 넘는 것 같은데 어찌 보면 형과 제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같은데, 형의 그 소탈한 성격과, 술만 먹으면 아무한테나 엉겨 붙는(?) 제 술 버릇 때문에 좀 더 친해 질수 있었던 것 같고요.

지난 몇년간 형님과 같이 보낸 시간은 제겐 참 소중한 추억이고 또 즐거움이었답니다. 물론 앞으로도 멀리 계셔서자주 만나진 못 하겠지만, 서울에 오실 때마다 꼭 뵐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동해안에 바다 구경, 산 구경, 친구들과여행 다니시랴 무지 바쁘시겠지만, 그래도명동에서 동그랑땡에 따로국밥 안주 삼아 저와 소주 한잔 나누시는 기분은 절대 잊어버리시지 못 하실 걸로 믿고 있으며, 상한이,동욱이, 영수, 저 이렇게 넷이서 항상 형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라고요, 이젠<서울 사람> 이라기 보단 오히려 <뉴요커>라고 불러야 되겠지만, 형의 우리나라에 대한 남다른 사랑, 서강 후배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깊이 감사드리며, 다시 만나 뵐 때까지 건강하시고. . .영서 형 요즘 바빠? 빨리 한 번 나오시라니까요 아따 술 고파여!!! ^^

손창근 드림.

*손창근(71·수학) 동문은 현대정보기술을 거쳐 현재 IT전문서비스업체인 넷큐빅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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