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꽁지머리 대통령 비서관 송치복(80.철학)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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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5-20 10:05 조회21,27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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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매거진] 청와대 미디어 홍보 비서관 송치복씨
2003/05/16(조선일보)
‘386 운동권’이 주축인 청와대 비서진에 ‘비운동권’ 비서관 한 명이 최근 발탁됐다. 꽁지머리에 캐주얼을 입고, 억대 연봉 수입을 올리던 프리랜스 카피라이터였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머리도 단정하게 깎고, 양복도 입었다.
12일 첫 출근한 송치복(宋治復·43) 청와대 미디어홍보 비서관은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누가 될까봐 정장을 입었다”고 말했다. 꽁지머리도 아닌 면바지와 티셔츠로 ‘개혁’을 운운했던 ‘새내기’ 국회의원보다 그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송치복을 몰라도 그가 만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OK, SK’ 같은 광고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과 ‘기타치는 대통령’이라는 정치광고의 잔영(殘影)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역시 그의 작품.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광고 덕에 수십만표가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카피라이터는 청와대 입성을 앞두고 또 한번 화제를 뿌렸다. 어버이날 등장했던, 이른바 ‘잡초 이메일’. 노 대통령이 구술(口述)하고 송 비서관이 글로 옮겨,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은 작품이다. 일전에는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겠다(호시우행·虎視牛行)’는 문구도 만들었다. 송 비서관은 “대통령이 내용을 말하면 나는 적절한 언어로 표현할 뿐”이라면서, “화제가 됐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능력”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과 송씨의 인연은 98년 종로 보궐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두대간 맥주’ ‘OK, SK’로 주가를 날렸던 송씨는 ‘노무현은 달라서 좋다’는 카피를 만들었다. 송씨는 “프리랜스는 고객(client)이 부르면 일한다.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면서 “그때는 노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작년 9월 노무현 캠프에서 그를 다시 불렀다. 캠프에 있던 젊은 친구들이 좋았고, 광고인에게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송씨는 “진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노무현’이라는 제품을 알리고 싶다는 광고인의 본능이 자극됐다”고 말했다. 송씨와 노 대통령은 경남 김해가 고향이라 것 말고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다.
서강대 철학과 80학번인 그는 문무대 입소 반대시위를 ‘반짝’ 했지만, 5·17과 함께 학교는 문을 닫았고, 1학년 겨울 입대와 함께 ‘시위의 기억’도 희미해졌다. “돈 걱정말고 유학가라”고 하셨던 아버지가 3학년 때 돌아가시자 그는 유학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카피라이터가 됐다. 친한 친구가 카피라이터 공부를 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그는 광고에 푹 빠져 살았다. 자신을 ‘워크홀릭(일 중독자)’이라고 했다. 여행과 등산은 그에게 재충전의 공간이다. 광고계 선배이자 동업자인 ‘리 앤 디디비’ 이용찬 사장은 “종합적으로 판단해 컨셉트를 만들고, 논리를 만들어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친구”라고 평했다.
그는 87년 제일기획 입사 때 빼곤 이력서를 내본 적이 없다. 97년 한 광고회사 부사장급에 발탁됐지만 이력서를 요구받지 않았다. 그의 이름 석 자가 이력서였다. 송씨는 “노 대통령은 저의 능력을 잘 아니까, 그 능력을 발휘할 일을 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송씨에게 신원조회서와 명함사진도 요구했다. 광고회사와 공직사회의 차이였다.
“비서진은 그림자이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면 안 됩니다. 그런 그림자들이 모여야 대통령 빛이 납니다.”
신문에 쓸 사진을 줄 수 없다는 변명이었다. 이력서 내본 적이 없어 사진이 없다는 것이었고, 그의 ‘비서론’ 철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송 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 대기음악은 ‘노무현의 눈물’의 배경음악인 존 레논의 ‘이매진’이다. ‘날 몽상가로 부르겠지만, 혼자가 아니랍니다.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 그에게 전화 거는 사람은 좋은 싫든 이 노래를 들어야 한다.
그가 98년 10월 7일, 한 인터넷 잡지에 쓴 글은 2003년 5월 청와대 비서관 ‘송치복’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사람의 시력을 나쁘게 만드는 것은 욕심입니다./ (중략) 권력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 돌아오는 칼끝을 보지 못합니다./ 명예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 사람이 떠나가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후략)’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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