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과 14학번 양소희라고 합니다. 2년 전 수백 명의 서강인 앞에서 졸업식 고별사로 ‘제 꿈은 좋은 어른’이라고 선언했는데, 다행히 지금도 같은 꿈을 따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대전환 대변인, 그리고 사단법인 아그니카의 전략기획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블로그 <소히월드>에서도 활발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해 대학원 진학 계획이 미뤄지게 된 시점, 의도치 않게 여러 조건이 맞아서였어요. 세계은행에서 오래 일하신 정훈 님은 예전부터 존경하던 분이었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경험이 많으신 분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평소 뵈어오던 정훈 님이 만들어갈 세상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시대전환 정당에 합류했어요. 처음에는 보좌진으로만 일하다가 대변인직을 제안받아 함께 맡게 되었습니다.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당의 스피커인 만큼, 매일 다양한 사회 이슈들 속에서 어떤 것에 목소리를 낼지 고민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글을 써내는 일을 매일 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 청년 등 정치권에서 과소 대표’되었던 존재들이 저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게 돕는 메시지를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력은, 정치의 영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학부 시절에는 해외에서 더 넓은 범위의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제기구를 지망했었거든요. 그런데 국회에서 보낸 지난 1년 반 동안은 국내에서도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많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그렇다면 이 문제를 정치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여전히 시대전환의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고, 현재가 대선 시기인 만큼 대선캠프에서 여성정책 및 공약개발과 관련된 일도 맡고 있어요. 지금은 일년 반 동안 일했던 보좌진 자리를 내려놓고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특히 아그니카라는 시민 정치혁신 커뮤니티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아그니카는 시빅 해킹*을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현재 정치와 시민참여의 영역에서 재밌는 실험을 여럿 계획하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풀뿌리 정치의 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를 느낀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급박한 커리어는 아니지만 확실한 준비의 기간을 거쳐 점차 현실 정치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시빅 해킹(Civic Hacking) : 시민들이 새로운 도구와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협업함으로써 그들의 도시 또는 정부시스템을 개선시켜 나가는 사회운동으로, 코딩과 데이터 공개, 비주얼라이제이션 등을 사용하여 공공에 게시된 정부 데이터를 활용한다.
고등학교 때 전국구 대외활동을 하면서 대외활동 정보를 나누려고 만들었던 블로그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졌어요. 대학교 3학년 때 그 블로그의 활용을 고민하다가 본격적으로 제 이야기를 활발하게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슷한 고민을 이어가는 분들이 모이고 실천법에 대한 컨설팅이나 코칭 관련 문의도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 형성, 영어 스피킹 독학, 자기 설계 등 좋은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함께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소히월드가 클럽 유난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범하신 데는 또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요?
클럽 유난으로의 이름 개편은 조금 더 많은 이들의 정체성을 담는 이름을 가지기 위한 시도에요. 이제까지는 제 이름을 건 곳, 소히월드에서 묵묵히 저의 일과 커리어에 집중해왔다면, 클럽 유난으로의 확장을 통해서 한층 더 넓게 많은 사람에게 닿아보려고 해요. 그간 온/오프라인 기반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제 블로그 구독자분들은, 여러모로 독특한 분들이 많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서서 나다움과 더 나은 세상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 선한 영향력의 힘을 믿는 분들, 절망과 비관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희망하고 낙관하는 분들. 이런 분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유난’스럽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유난스럽다는 말은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사실 원뜻은 그렇지 않아요. ‘보통과 다름’, ‘남들과 달라 예측할 수 없음’이라는 뜻이죠. 사람들이 보편과 표준으로 여기는 것과는 약간 다른 무언가를 꿈꾸고, 그리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에요. 이런 좋은 에너지를 한데 모았을 때 어디로 갈 수 있을지가 궁금했어요. 세상은 대체로 이런 ‘유난스러운’ 사람들이 바꿔 왔으니까요.
현재는 제가 단독 호스트로, 제 삶에서 좋고 함께하고 싶은 것들을 같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위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곧 다양한 호스트분들을 모시고 ’좋은 어른됨’이란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커뮤니티를 확장할 생각입니다. 최근, 독서 모임이나 자기 계발 관련 모임들은 정말 많이 생기고 있지만 ‘좋은 어른’이라는 키워드를 밀도 있게 고민하는 커뮤니티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좋은 어른을 많이 키워낼수록 우리 사회가 더 빠르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클럽유난을 통해 그런 어른들을 더 많이 찾아내고 한데 모아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지금은 차근차근 클럽유난의 커뮤니티화 작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장학프로그램 런칭까지 준비하고 있어요.
장학프로그램이요? 장학프로그램은 대부분 큰 재단에서 만드는 거잖아요. 이상주의자 동문님의 행보답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래요?
제가 기획한 장학 프로그램은 ‘경험의 양극화’의 해결에 주목하고 있어요. 청소년 시절 전국구로 열리는 대회에 참여할 때마다, 지방 청소년과 수도권 청소년들 간에 있는 기회와 경험의 질적 차이를 선명하게 느꼈어요. 대학 입학 후 동기들과 각자의 청소년기를 공유하는 대화 속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겪은 경험 속에서 이 문제의식을 구체화했구요. 그러다 보니 언젠가 장학재단을 세운다면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려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돌아보니 블로그 등의 루트를 통해 어느정도 수입이 생기고,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도 생겼는데, 이러한 인프라만으로 장학프로그램의 초석 정도는 다져볼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 제주도에 있는 저의 후배 몇 명 정도에 ‘꿈 여행’을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하려 해요. 수도권 방문 경험이 없지만 나름대로 꿈과 목표가 뚜렷한 청소년들을 선발해, 수도권 주요 기관을 방문하고 제가 소개해주고 싶은 멘토들과도 연결 지어주는 여행을 같이 떠나보는 거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꿈의 크기를 키우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학비, 등록금 등을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의 장학프로그램이라면 큰 재단에서 집행하는 게 훨씬 효과가 클 거에요. 제가 대단한 자산가나 부자는 아니라 당장 재단을 세울 수는 없고요. 그래서 제가 더 성공한 후에 장학프로그램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의 출발선을 끊고 이것을 지속해나갈 때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배워왔기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어요. 이렇게 시작한 장학 프로그램이 10년 후에는 또 어떤 모습일지 벌써 기대되네요.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 동안 기획을 해오셨네요. 동문님의 행보에 기획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기획은 어찌보면 목표를 계획하고 이뤄나가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모든 것의 기본이 되기도 하고요. 기획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기획은 청소년기부터 꾸준히 해왔던 일이에요. 전국구 대외활동에 참여한 이후 왜 우리 학교에서는 이걸 할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서 직접 모의 유엔 회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청소년 독립영화제도 개최해보는 등 다양한 사회적 캠페인을 직접 기획하고 주최했어요. 대학교에 와서도 친구들과 함께 과실과 비슷한 개념의 국제한국학랩실이라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기획을 시작하곤 했어요. 국제한국학포럼 역시 14년 입학 이후 학과가 통폐합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고 계세요. 재단법인과 협업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거나 기획법을 알려주는 워크숍도 개최하실 정도로 기획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은데, 기획의 비결을 살짝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기획은 개인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요. 그리고 그 문제의식에 따라 문제를 정확히 정의한 후,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프로젝트화하죠. 예를 들어 120명 이상이 수료한 <프로젝트 당신의 스쿨> 같은 경우 제가 휴학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만든 프로젝트인데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제가 가진 고민을 여러 과목으로 나누고 저만의 학교를 디자인했어요. 또한 이러한 기획의 방법을 정치에도 적용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어요. 이번에 진행하는 재단법인 숲과 나눔과 협업해 진행 중인 <2022 친환경 선거 프로젝트> 활동의 경우, 선거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문제에서 착안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오거나이저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죠. 이때 중요한 건 제 머리속에 있는 것들을 남들과 공유해야 할 때는 템플릿(형식)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저는 일단 머릿속에 있는 계획과 아이디어들을 다 꺼내 적어놓고 이것들을 정리해 템플릿으로 만드는 편이에요.
호연지기 장학생, 공식 입학가이드북 재학생 대표, 많은 학부 공식 매체에 등장하시고, 고별사라는 무겁고 귀중한 자리를 맡으시기도 했죠. 이러한 자리가 부담되는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기회를 많이 누려왔던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고 운이 따라주어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역시 제 삶에선 보통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기억하는 학부 시절 중의 가장 빛났던 순간들은 이런 거예요. 쌓여있던 할 일을 전부 완벽하게 끝마치고 새벽 세 시에 찬 공기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갔던 때, 어려운 수업을 앞두고 꼼꼼하게 준비해 교수님에게 좋은 질문을 던졌을 때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빛나는 순간이지만 그 뒤에서 그걸 가능하게끔 축적되어온 순간들은 오히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이니까요. 스스로의 몰입에 자부심과 확신을 가지면서 외부의 평가보다는 저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동문님은 좋은 어른됨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나가고 계시죠.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는 진실을 추구하는 시도가 무력해지는 일들도 벌어지잖아요. 지금 대변인으로 일하고 계신 입장에서 회의감이 드실 때는 없나요?
제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타협할 수 없는 몇 개의 원칙이 있어요. 모든 사람의 존엄성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이나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얼마든지 낙관하고 희망할 수 있어야 한다. 저의 기준이 확실해졌을 때 타협할 수 없는 게 있다면 외압은 저에게 딱히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확신이 있다면요!
이러한 확신은 대학 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서서히 만들어졌다고 하셨죠. 총동문회 인터뷰인 만큼, ’서강’이라는 학교에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학교를 다니며 인상 깊은 것은 사회에서 때로 자연스럽게 배제해 버리는 것들을 포용하려고 하는 모습이었어요. 매년 열리는 서강의 성탄 구유 행사를 예로 들자면 단지 예수의 탄생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그 연도의 사회문제, 제가 입학했을 때는 세월호를 기리더라고요. 서강대학교의 학생 생활상담소는 배리어프리 우수 사례로 선정이 되기도 했구요.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또 철학적 인간학, 내가 설계하는 인문학 강의 등 단지 성과뿐만이 아니라 좋은 삶에 대해 고민하는 강의를 듣다 보니 ‘좋은 어른 됨’이라는 고민을 꾸준히 지속해올 수 있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치계에서 일하시고 계시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 동문님에게 영향력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그리고 동문님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제가 정의하는 영향력이란 안 될 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희망도 있어, 라고 말을 걸어주는 것이고, 제가 꿈꾸는 세상은 제가 사랑하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고 얼마든지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꿈이 너무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희망하고 낙관하는 일이 변화를 정말로 이뤄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구체적인 변화의 가능성은 바로 그런 낙관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이건 절망과 비관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영역이구요.
인터뷰 동안 이 기회를 빌려 후배의 입장으로 동문님에게 대학생활의 태도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했다. 자신의 대학생활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고 도전할 수 있느냐. 모두가 동문님과 같이 꿈을 크게 꿔야만 하는가. 그 질문 뒤에는 사실 비관적인 시선과 절망의 마음, 그로 인해 시작된 이분법이 숨어있었다. 그런 질문에 동문님은 답으로 대학에 오는 것부터가 아주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잡은 일이니 공동체를 믿어보라고, 한 두 번의 거절로 앞으로의 즐거운 세계를 포기하기는 아깝다고, 내 자신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무런 값이 들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에게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답들은 내가 들이민 절망의 프레임에 포섭되지 않는, 낙관과 희망의 언어로 새롭게 쓰여진 것이었고 그래서 나는 돌아오는 길에 나의 좁은 시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건 뒷맛이 쓰지 않은, 그건 나를 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내가 본 동문은 태도에서 모든 것들이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명확하게 바라볼 줄 알면서도 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상처받았던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그것을 세상을 바꾸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사람이었고, 자신만의 확실한 철학으로 이상향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가 그려가는 세상과 묵묵한 발걸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고, 더 많은 서강인의 길잡이별이 되어야 할 사람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3학년이 되기 직전에야 비로소 그를 알았지만 나 또한 동문님의 블로그에서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끝맺음은 2019년 졸업식에서 동문이 건넸던 고별사로 맺으며, 그가 만들어갈 좋은 어른이 더 많은 세상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그렇기에 저는 모든 ‘어른됨’의 순간 앞에 기꺼이 괴로워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더 나은 세상과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할 모순과 고민 속에서도, 이를 다음 과제로 미루지 않고 부딪혀보려고 합니다. 분명히 느리고, 서투르고, 낱낱이 보여지는 스스로의 부족함에 도망치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애쓰게 피워내고 있는 제 삶을 어여쁘게 여겨보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그러한 시선으로 타인의 불운을 바라보고,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감각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속도와 책임을 요구하고, 끊임없이 증명해내기를 바라는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추어 제대로 고민하고 나를 사랑하기란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이 스치는 순간마다, 오늘 우리가 나누었던 작은 다짐들이 은연중에 스치기를, 잠시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이뤄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만의 것을 단단히 지켜냈기에 ‘서강의 자랑’이 될 수 있었던 언젠가의 우리를 축하하는 마음으로 이 다짐을 바칩니다.” - 서강대학교 2019년 졸업생 고별사, 양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