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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이야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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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05 14:30 조회9,5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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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검소한 표현 ‘그냥 사는 것’

익명(재학생)

 

어머니께서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내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세상의 사랑이 있었던 덕분이니 그 사랑을 잊지 않고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자주 들어서 그랬는지 언제부턴가 세상으로부터 정말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게 됐다.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러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자체가 사랑의 세계에 한 발자국 나아간 것 같다. 이를 인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일우 이야기’가 도움 됐다.

 

대학생이 되자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졌다. 1학년 때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소득분위를 처음 산정할 때 부채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소득분위가 항상 높게 책정됐다. 매번 소득분위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해야 했고, 소득분위가 제대로 나오려면 한 달 정도 걸렸기에 장학금 신청은 모두 끝난 시점이었다. 그래서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했고, 수업시간 외에는 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대출금은 수백만 원 대로 올랐고, 미래를 꿈꾸기가 어려웠다.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았다.

 

‘정일우 이야기’ 책 54페이지 두 번째 문단, 신부님께서 ‘항상 계획적으로만 살아왔지, 판자촌 사람들처럼 자유자재로 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여유 없게 살아왔다’라고 적으신 것을 보고 처음에는 반감이 들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가난하면 하루 살아가기도 바빠서 계획하기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닥치는 대로 살아갈 뿐인 것을 신부님께서 잘 모르고 하신 말씀이리라.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으니 신부님 표현대로 ‘그냥 사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산 자가 올 수 있는 가장 막다른 골목에 있는 사람들 옆에서 정일우 신부님께서는 정말 ‘그냥’ 사셨다. 해결사로서 마음 편히 봉사활동을 진행하신 게 아니라, 사람들과 ‘그냥’ 사셨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평생 가난하게 사시며 희생하고 봉사하고 사랑하셨다. 제일 힘든 일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감동이 끓어올랐다. 아름다운 삶을 사신 그분은 인간예수였다.

 

나는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4개나 하고 있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절망으로 가득 찼던 1학년 시절과 비교하면 큰 희망을 품고 있기에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1년 동안 정일우 신부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신부님의 사랑을 깨달은 덕분에 컴퓨터공학 전공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었다. 현재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다.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내가, 컴퓨터공학 기술로 세상에 도움을 돌려주자는 꿈을 꾸고 있다. 신부님처럼 끝없이 희생하고 봉사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그냥 사는’ 삶은 따라가기 힘들지만, 그분을 생각하며 사랑의 세계로 계속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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