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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의 이름으로, 정재경 장학금 첫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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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3-08 14:47 조회11,4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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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노동운동, 학술운동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다가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정재경(82 사학) 동문의 ‘서강사랑 유언’이 동문들의 마음을 움직여 마침내 열매를 맺었습니다.

 

고인이 남긴 4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고, 주변 선후배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태 만든 2억원의 장학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동문자녀와 학과 후배에게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2월 17일 저녁, 동문회관 11층에서는 손꼽아 기다리던 ‘정재경 장학금 첫 전달식’이 열렸습니다.

 

고인의 가족을 대표해 모친 김영희 씨와 언니 정재복 씨가 참석했고, 장학금 모금에 앞장선 운동권 선배들로는 박석준(78 경제), 이종회(78 사학), 조선래(81 독문), 정용수(81 사학) 동문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사학과에서는 최기영(75 사학), 임상우(78 사학, 문과대 학장) 두 동문교수가 동석했습니다. 총동문회에선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과 남경태(99 영미문화), 이지숙(02 화학) 동문장학회 담당자가 참석해 행사진행을 뒷받침했습니다.

 

장학금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1970~1980년대 학번 운동권 동문’의 자녀 3명과 사학과 대학원생 1명 등 모두 4명에게 8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동문자녀로는, 고등학생 2명과 올해 홍익대 미대에 입학한 박성연 씨가 뽑혔습니다. 올해 대학원에 진학한 이천우(05 사학) 동문은 한국고대사를 전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석준 동문은 ‘정재경 장학회’를 대표해 한 인사말에서 “정재경 동문이 지난해 4월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재산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이 돈으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동문의 자녀를 도와주기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며 “이 뜻을 전해들은 운동권 출신 동료들이 모금운동을 펼쳐 2억원의 장학금을 조성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이 모일 줄 몰랐다. 고인의 유지를 잇도록 허락해준 유가족에게 감사하고, 기금모금에 참여해준 선후배들께 감사한다. 고인의 희망이던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정재경 장학금이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 김영희 여사는 “제 딸의 유지를 잇고 뜻을 살려준 여러분들의 정성이 너무 고마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말했습니다.

 

정재경 장학금은, 재학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가 아직도 경제적으로 힘들게 사는 동문과 동문의 자녀들(고교생,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매 학기마다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며, 고인의 학과 후배인 서강대 사학과 재학생에게도 서강동문장학회를 거쳐 장학금을 줄 예정입니다.

 

앞서 박석준 동문은 지난 1월 민주동우회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정재경 장학금 조성 소식을 전하며, 민주동우회 차원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전에서 상경해 신년하례에 참석한 민양운(83 독문) 동문은 “정재경 언니가 서강의 이름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 같다. 함께 힘을 보태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고 정재경 동문<위 사진>은 48년의 삶을 살며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1962년 4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계성여고를 졸업하고, 1981년 서강대 이과계열에 입학했으나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조달청 발령)해 그만두었다가 이듬해인 1982년 사학과 차석으로 재입학합니다. 재학시절 여학생 잡지 <청지>에서 활동했으며, 학생운동을 거쳐 인천과 부산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1992년 사학과로 복학했고, 홀어머니와 좁은 반지하 연립주택에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가며 힘들게 살았지만 학업에 정진해 동양사로 석사학위를, 중국역사지리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며, 2년간 중국 북경사범대학 지리교육연구소 방문연구원을 맡았고 귀국해서는 모교, 서경대, 세종대 등에서 후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다 2009년 5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고,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4월 28일 향년 48세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은 암 투병 기간 중 죽음을 예감하고선, 남은 재산이 장학사업에 쓰이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고, 공부하며 모은 수많은 동양사 서적이 학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책은 김현정(87 사학) 동문이 나서 대학원 후배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총동문회는 정재경 장학금 운영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며, 향후 ‘정재경 장학회’가 설립되더라도 적극 도울 계획입니다. 정재경 장학금 모금에 동참할 동문은 아래 계좌로 송금해주기 바랍니다.

 

◎ 장학회 계좌 : 기업은행 070-028930-02-063(예금주 정재경장학회)
◎ 장학금 문의 : 조선래(81 독문) 동문 010-4232-0073



<정재경 장학회를 대표해 인사말하는 박석준(78 경제) 동문>


<서강민주동우회 회장을 역임한 임상우(78 사학) 사학과 교수가 고 정재경 동문을 기리며, 정재경 장학금이 사학과 재학생에게 전달된 것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동문의 자녀로 올해 홍익대 미대에 입학한 박성연 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모습>


첫 장학금 전달소식은 2월 21일자 <한겨레> 신문에 크게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하 <한겨레> 기사 전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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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 장학회’ 후학에게 첫 장학금 전달

이름없는 운동가의 ‘의로움’ 기립니다

‘48살 삶’ 신념과 실천 일관
죽음 앞에서도 장학회 당부
선후배 힘모아 유지 꽃피워  

한승동 기자 

 

고학을 하며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이름없는 운동가’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돈을 종잣돈 삼아 만든 장학회가 17일 첫 장학금을 전달했다. ‘정재경 장학회’. 이날 서울 신촌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선 이 학교 사학과 대학원생과 1970~80년대 ‘운동권 선후배’의 자녀 3명 등 4명에게 모두 800만원의 학자금이 전달됐다.

 

고 정재경의 절친한 벗이요 1년 선배로 장학회를 꾸리는 데 중추 노릇을 한 조선래(49)씨는 “학생 때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가 아직도 경제적으로 힘들게 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나 그 자녀들(고교 이상)을 대상으로 앞으로도 매 학기마다 이렇게 장학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1982년 서강대 사학과에 들어간 정재경은 80년대말 운동권이 지리멸렬해진 상태에서도 아무 연고가 없는 광주에서 홀로 1년 동안 공장 노동자 생활을 했을 만큼 자기 신념에 충실하고자 했다. 이후 홀어머니와 좁은 반지하 연립주택에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가며 어렵게 살았지만 학업과 이상을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중국 베이징사범대학 지리교육연구소 방문연구원을 거쳐 하루 3~4시간씩 잠을 자며 시간강사와 과외, 번역일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공부를 계속했던 정씨는 2009년 5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1년만인 지난해 4월 말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

 

“연애도 결혼도 못해보고 박사 논문도 끝내지 못한 채 돈 걱정하면서 조금은 주눅 들어 소심하게 살다가 지독한 암세포 만나, 황망히 죽었다는 점에서는 불쌍하고 또 눈물이 나네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활짝 웃은 적은 없지만 우울하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소신대로 깔끔하게 살았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려 했고 언제나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친구였습니다.”

 

서로 알고 지낸 지 30년, 가까운 지기로 지낸 지 20년이었다는 조씨에게 정씨는 “늦게 시작한 공부지만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등록금을 대주기도 했던 대학원 박사과정 때가 제일 마음 편했다(생활비만 벌면 되니까)”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조씨에게 자신이 남긴 돈으로 장학회를 만들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가 남긴 모든 재산(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선후배들이 조금은 덜어냈다)에 뜻있는 선후배들이 십시일반 보탠 장학금은 지금까지 2억원 남짓 모였다.

 

박석준 회장과 이종회·정용수·김현정씨 등 선후배·동기들과 함께 장학회를 끌어가고 있는 조씨는 “정재경이 남긴 것은 무어든 하나라도 허투루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짜 꼭 필요한 일에 쓰일 것이니, 가난했던 이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남긴 이 의로운 장학사업에 적은 돈이라도 좋으니 누구든 동참해주길 바랍니다.” (010)4232-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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