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학번 사학과 동문회에는 회장, 부회장, 총무 등 각종 직책을 가진 동문이 없습니다. 모임의 기틀을 확립하고 활성화를 담보하기 위해 으레 선출하는 임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동문 모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조직이 탄탄합니다. 1년에 한 차례 서울에서 열리는 송년 모임에 제주, 마산, 부산 등 멀리 떨어진 지방에 거주하는 동문들까지 상경해 참여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끈끈한 모임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84 사학 모임 회원인 견덕수 동문은 “처음부터 활발했던 모임은 아니다”라며 경과를 설명했습니다.

“같은 사학과 84학번들이지만, 남성 동문의 경우 군복무관계로 졸업년도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다양합니다. 그래서 졸업 이후 개별적으로 몇 명이 모이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1996년부터 송년모임을 진행하며 남성 동문 7~8명이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여성 동문들은 따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습니다.”

이처럼 개별적으로 모이던 분위기가 반전된 계기는 2003년 11월 말 열린 송년 모임이었습니다. 당시 남녀 동문이 서로 의기투합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입학 20주년이 되는 2004년을 기념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던 게 출발이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 가운데, 우리가 4년 동안 모교로부터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주자는 의견이 가장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후배를 위한 장학 사업이었죠. 특히 사학과 동문 모임인 만큼, 사학과 후배들을 돕자는 데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뜻이 모아지자 일은 일사천리로 풀려 나갔습니다. 자유로운 모임 분위기에 걸맞게 장학 사업 원칙은 ‘매년 1인당 5만원씩 모을 것’과 ‘절대 강제성을 가지지 않는다’ 정도로만 정했습니다.

“장학 사업을 추진한 첫 해 24명이 참여했습니다. 솔직히 당시는 1~2년 정도 진행되다가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최소 22명에서 많게는 30명의 동문이 참여한 덕분에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모금액이 너무 적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서 2008년부터 장학금액을 기존의 2배인 1인당 10만원으로 늘렸지만, 오히려 더욱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십시일반 모은 결과 지금까지 84 사학 모임이 기탁한 장학금은 660만원에 달했고, 장학생도 5명이나 배출했습니다. 후배사랑의 표본이라 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견 동문은 “장학금을 모으도록 기회를 준 후배들이 고맙다”라며 “장학금 덕분에 모임이 활발해 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학 사업을 시작한 뒤로 더 많은 동문이 송년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동문도 늘었고, 무려 25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문과도 만났습니다. 송년 모임에서 장학 기금 모금을 함께 진행하는 까닭에 모임 참석 계기가 장학 사업인 셈입니다.”

견 동문은 덧붙여 “꾸준히 장학 사업에 참여해 온 84 사학 동문들이 무척 고맙고 자랑스럽다”라며 장학금을 받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선배들의 마음이 담긴 장학금을 받는 후배들은 모쪼록 대학 생활을 잘 마쳤으면 합니다.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 서강의 모토처럼, 진리에 순종하는 겸손한 사회 구성원이 된다면 우리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