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의 미래 동문에게 달려있습니다-총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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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26 13:51 조회11,9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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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에 취임하셨으니까 취임 3년을 앞두고 계신데요. 지난 3년을 되돌아보신다면 어떠신지요.
연구실에서는 노력하는 만큼 진도가 나가지요. 그런데 총장의 일이란 건 그렇지가 않아요. 마음처럼 나가는 게 아니거든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몸도 마음도 참 많이 피곤하긴 했습니다. 1년 가까이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1시간 정도 등산을 하면서 체력을 회복했어요. 체력도 체력이지만 여간한 사명감, 책임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자리에요. 다행히 많은 동문들께서 격려해주시고 실제로 도와주기도 하셔서 대과(大過) 없이 총장직을 수행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의 역할이나 사명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만, 특히 우리나라는 그 변화가 빠르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를 보면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지났지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에 대학은 전통적인 선비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사회를 전체적으로 통찰하고 비판하기도 하는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학문 분야로 친다면 인문사회과학 중심의 전통이죠. 유교 경서(經書)에 「대학」(大學)이 있지 않습니까? 서양의 컬리지, 유니버시티를 유교 경서의 제목으로 번역한 셈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사회 각 분야가 필요로 하는, 사회가 요청하는 인재를 기르고 연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해졌습니다. 독일은 대학의 대부분이 국공립이지요. 미국은 20% 정도가 사립이고 80% 정도가 주립대학이고요.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역할에 매우 충실합니다. 그래서 대학 교육을 위한 재원도 학부모 주머니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교육 재원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우리 서강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이 재원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대학이 스스로 재원을 창출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도 없고, 살아남기도 어렵습니다. 대학의 연구 역량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그 기여에 따라 재원이 확보되는 선순환 구조를 세우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30년 넘게 교수 생활을 해왔지만 사실 대학 교수는 엄청나게 보호 받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다보니 안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와는 담을 쌓은 고고한 상아탑’에 안주하는 거죠. 그런 자세로는 더 이상 대학이 존립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대학이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를 위해 자원을 창출하고, 그 자원 가운데 일부가 대학의 교육 재원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 구조가 아니면 이제 대학은, 아니 우리 서강은 퇴락할 수밖에 없어요.
‘퇴락’이라는 표현이 깊이 다가옵니다. 요즘 서강의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사실 서강대학교의 역사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개교 이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대한민국의 탑 파이브(TOP 5) 안에 올랐다는 건 하나의 기적입니다. 경쟁력 높은 서구 대학의 모델을 도입한 것은 물론이고, 역시 외국에서 들어오는 든든한 재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1970년대까지의 일입니다. 80년대 이후로는 명실상부하게 홀로서기가 시작된 셈인데, 대학들의 무한 경쟁이 펼쳐져왔지요. 그러면서 서강이 지녔던 상대적 강점과 특수성들이 이제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계에서 일반화, 보편화됐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재원 문제에요. 서강의 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재단 전입금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요. 그런 가운데 등록금 인상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제한되어 왔고요. 결국 서강에 적자가 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단지 일시적인 게 아니라 만성적이고 구조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우리 모교가 처한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한가’ 이렇게 생각할 동문들이 제법 계시겠지만, 사실 매우 심각해요.
정말 그렇게 심각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재단이 재원 조달 능력이 탄탄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대학들이 있지요.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가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같은 경우는 동문 중에 능력을 갖춘 저명인사들이 재단을 좌우하는 편이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동문 주도형 대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제가 교수 생활 내내 강조하면서 나름대로 실천해온 일이기도 합니다만, 총장을 맡고 나서는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게 산학협력입니다. 하도 강조하고 다니니까 저를 ‘산학협력 전도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더군요.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산학협력 모델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산학협력 친화형 대학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사회적 기대치는 미국의 하버드대 수준이에요. 하지만 정작 대학이 재정을 운용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아직도 많아요. 세제 혜택도 미흡해서 기부금이 활성화되지도 못했고 대학 등록금도 계속 동결 수준에 머물면서 어려움이 커졌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대학 스스로 재원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죠.
국가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은 기술사업화 아이템을 개발하고, 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또다시 재정을 기술사업화 아이템 발굴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대학이 자립형 산학협력 생태계를 조성해 재정 확충은 물론 기업과 동반성장 할 수 있어야 해요. 구체적으로는 대학-기업간 공동사업화 플랫폼을 구축하는게 중요합니다. 사업 아이디어를 대학의 산학협력 협의체와 중점 교수들의 기술지도, 재학생 인턴십 및 졸업생 취업까지 연계·발전시키는 플랫폼입니다.
참고로, 모교의 산학협력 관련 주요 실적은 다음과 같다.
▲2014년 전국대학 기술이전 실적 1위(교수 1인당) ▲기술경영(MOT) 전문인력양성사업 평가 3년 연속 최우수 대학원 선정 ▲선도형 대학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지원사업 4년 연속 선정 ▲정부기관 지정 2014년 ‘기술이전·창업 최우수 성과 기관’ 선정 ▲전국창업보육센터 운영평가 4년 연속 최우수등급(S등급) 선정 ▲중국 의료영상기기 개발회사(FMI)에 국내 대학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기술료를 받고 기술 이전(6년간 최대 52억원 기술료 확보)
남양주의 글로벌융합컬리지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개교와 함께 서강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듯이, 남양주의 글로벌 융합컬리지도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새로운 캠퍼스를 추진할 까닭이 없어요. 사실 지금의 노력이 서강에게 최후의 기회라고 봐도 좋습니다. 자꾸 강조합니다만, 서강이 지금 큰 위기에 놓여 있어요. 이렇게까지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획기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서강은 그저 그런 중류 대학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고시, 사법시험을 매개로 한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강고한 우위체제, 사회 각 분야의 권력 엘리트 체제에서 서강은 서강만의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서강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서 동문들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서강의 미래는 동문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대학은 동문들이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발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모교를 살리자, 모교를 발전시키자는 컨센서스가 있어야 하겠고요. 그런 컨센서스가 글로벌 융합컬리지 조성에서 하나로 모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신촌 캠퍼스가 좁으니까 새로운 캠퍼스를 통해 넓힌다, 이런 공간 확대 차원이 결코 아닙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 산학협력의 전혀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서강 발전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재원을 창출하기 위한 겁니다.
총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서강의 뉴스타트(New Start)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서강에 몸담은 지 30년이 넘었습니다만 모두 네 분의 총장님을 모시고 학생처장, 기획처장, 공과대 학장, 산학 부총장으로 일했습니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교수도 하고 총장까지 됐으니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지요. 서강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아무런 사심 없이 헌신할 겁니다. 어떤 분이 다음 총장이 되시든지 좀 더 안정적인 재정 기반 위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고 떠나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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