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율 강조해온 손병두 총장 퇴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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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11 15:09 조회10,5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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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앞두고 있는 손병두 총장(제13대)이 11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평소 ‘대학 자율화’ 목소리를 높여온 손 총장은 간담회에서 대학 경쟁력을 언급하면서 “인재 선발 과정부터 정부의 규제가 있는 한 외국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앞서 손 총장은 <서강학보>와 1시간 30분에 걸쳐 퇴임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손 총장은 “지난 4년간 기부금을 내주신 8,000명의 동문과 학부모 그리고 예수회 신부님, 학생 등 여러 서강가족의 관심과 협조 속에 무사히 총장직을 마칠 수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서강이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구원투수는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4년 간 무보수로 매일매일 치열하게 일한 결과 지금 서강은 많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퇴임 뒤 계획과 관련해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업과 대학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사회에 봉사할 계획”이라며 “자꾸 정계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정계에 입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늘 그래왔듯 무엇이 되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월 8일자로 발행된 <서강학보>(553호) 인터뷰 기사 전문(全文)을 옮깁니다.
서강의 구원투수, 마운드를 내려가다
△ 4년 임기에 대한 소회는 어떠하고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인가.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는 두 마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계로 처음 뿌리를 내릴 당시 비(非)신부, 비(非)교수 출신 첫 총장으로 화제도 모았지만 그만큼 성공적으로 총장직을 수행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컸다. 그러나 4년 간 기부금을 내주신 8,000명의 동문과 학부모는 물론 예수회 신부님, 학생 등 여러 서강가족의 관심과 협조 속에 무사히 총장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취임할 당시 서강은 선장을 잃은 채 표류하는 배였다. 역대 총장들이 연달아 세 번이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서강에는 냉소주의와 패배주의가 팽배했다. 총장직을 마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4년 임기 동안 서강에 다시 안정과 자신감, 자긍심을 되찾아줬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일로는 500억, 600억을 들인 타 대학에 비해 1억 원도 안 되는 자금을 투입해 ‘로스쿨’ 인가를 획득한 일이 생각난다. 이로 인해 한 때 ‘날강대’ 소리까지 들었던 것으로 안다.(웃음)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해냈을 때 무척 보람을 느꼈다.
△경제인을 떠나 처음으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다. 교육자로서의 생활은 어땠나.
경제인으로 산다는 것과 교육자로 산다는 것은 느껴지는 보람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예로부터 ‘기업은 10년 식수, 교육은 100년 양재’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무척 행복했다. 또한 기업계에 있을 때는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대학이 답답했는데 직접 와 보니 기업의 기부와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훌륭한 인재 배출에 한계가 있더라. 양측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 기업가적 마인드가 학교 운영에 도움이 되었나.
대학과 기업 모두 경영의 원리는 동일하다. 다만 문화가 다르고 대상이 다를 뿐이다. 기업의 목표가 이익이라면 대학의 목표는 인재 양성이다. 또한 대학은 기업과 달리 계량화가 힘들어 기업보다 경영이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목표에 의한 관리’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한 결과 단기간 내에 상당한 진전을 봤다.
예를 들어 학과에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한 후 학과별 경쟁력이 많이 높아졌다. 학장이 소총장이 되어 각 과마다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게 했다. 각 과마다 행정팀을 구성해 전략을 세우게 하고 학부별 모금비용도 자체적으로 사용하게 한 결과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 민자유치 방식의 국제학사에 이어 홈플러스 입점까지, 우리학교에 친기업적환경을 조성한 첫 CEO형 총장으로 4년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자평하는가.
10년간 지어놓은 건물이 없어 공간부족문제가 심각했다. 오죽하면 내가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를 지어 교수 연구실로 주자고 했겠는가. 재정이 열악한 대학에 민자유치 방식은 매력적인 활로다. 최근 정부도 민자유치 사업 관련법을 통해 이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유치에 대해 학생들의 오해가 많은 것 같아 아쉽다. 예로부터 ‘사농공상’이라 하여 기업, 상업을 천시하던 풍조가 원인인 것 같다. 그러나 상업 없이는 어떤 발전도 불가능하다.
더 이상 대학도 바깥을 차단한 채 상아탑 속에서만 지내서는 안 된다.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담장을 허물어 주민들과 호흡하게 한 일이었다. 소통하는 대학, 열린 대학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들도 결국에는 사회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하기에 학생 때 미리 다양한 사회 환경과 마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홈플러스 입점을 하나의 선진화된 문화시설로 봐줬으면 좋겠다. 마포주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줌으로써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고, 학생들도 대형할인마트를 하나의 연구·실습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학생들과 의사소통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없는가.
사실 입학식, 졸업식, 개강미사 등을 제외하면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4년 임기 내내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더 많이 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총장과의 대화’, ‘열려있는 총장실’ 등 나름대로 이것저것 해봤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
△ 안식년 폐지, 테뉴어 심사 기준 강화, 영어강의 의무화 등 교수역량 강화를 위한 여러 강력한 정책을 펼쳤다. 교육품질제고에 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세계 속의 대학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교수역량강화, 학사혁신 등의 ‘교육품질제고’가 가장 중요하다. 우선 교수역량강화를 위해 신규채용기준, 승진기준 모두 경쟁대학과 같거나 높게 만들었다. 특히 정성평가(계수·계량화하기 어려운 평가)를 위해 승진 시 주요논문에 대한 외부평가를 통해 학문적 질을 확인했고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도 심사에 반영시켰다. 이러한 노력들이 최근에 HK(인문한국) 사업, BK21(두뇌한국 21) 사업 등지에서 가시적인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교육과정에서 변화하는 사회의 수요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강미래교육연구회를 통해 커리큘럼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해왔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아쉽다. 대신 차기 총장에게 계속 추진해주리란 약속을 받아놨다.
△ 연임을 원하는 많은 지지층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연임을 고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강이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구원투수는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4년 간 무보수로 매일매일 치열하게 일한 결과 지금 서강은 많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가 원래 교육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아니라 하지 못했던 일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은 차기 총장이 더욱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서강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종욱 차기 총장에 대한 당부나 충고의 말이 있다면.
‘서강 인 더 월드(Sogang in the World)’, 내가 세운 2010 프로젝트 중 국제화 부분만큼은 이종욱 차기 당선자께서 계속 이어나가줬으면 좋겠다. 국내의 좁은 학문적 지형에 머문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 연구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하여 세계 100위권 대학에 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임이 후임 총장에게 당부나 충고를 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훌륭한 분이 오셨으니 건강에 유념하시어 임기를 잘 꾸려나가셨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 앞으로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 한 번 다녀올 생각이다. 이후에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업과 대학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사회에 봉사할 계획이다. 자꾸 정계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동안 여러가지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정계에 입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늘 그래왔듯 무엇이 되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 것이다. 서강학우 여러분도 가장 귀중한 ‘바로 당신 앞에 있는 그 사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박고운 <서강학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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