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리학을 전공한 낭만주의자, 강승원(79물리) 싱어송라이터에게 서강의 가능성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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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7-15 17:13 조회4,4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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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전공한 낭만주의자, 강승원(79물리) 싱어송라이터에게 서강의 가능성을 찾다
어느 날, 우리는 서강 가족들이 서강의 가능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여기, 그만의 소탈하고 솔직한 감성을 풀어놓는 동문이 한 분이 있습니다. 물리학과 대중음악, 둘의 연관성을 어디에서 찾았던 것일까요?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고, 아티스트의 재능을 사랑하고, 기타를 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가사를 흥얼거리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모교 물리학과 79학번으로 졸업한 강승원 음악 감독을 만나 보았습니다.
▲ 강승원(79 물리) 현 KBS 더 시즌즈 음악 감독
강승원(79 동문) : 안녕하세요. 79학번 물리학과 강승원입니다. 작사 작곡을 하고 있고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음악감독을 지금 33년째 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음악 감독을 하고 있다니 특이할 수도 있는데요. 어려서부터 기타를 치고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제 전공인 물리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어서 음악 쪽으로 전향하게 되었어요.
미국 아트스쿨을 잠깐 다녀와서는 서울로 귀국한 후에 작게 스튜디오를 하나 차렸는데, 건반 치는 친구를 찾으니까 노영심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때. 근데 그 친구가 TV에서 “작은 음악회라는 걸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 인연으로 하게 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Q1. 동문님, 서강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하셨지만 결국 음악인으로 자리잡으셨습니다. 하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한 분야에서 이토록 오래 계신다는 것이 무척 존경스럽습니다. 지난 30년이 넘는 시강 동안 많은 고민도 거듭하셨을 것도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 제가 돈을 조금 받아요.(웃음) 농담이구요. 같이 일해 온 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요. 저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라 함은 방송 쪽 종사자 분들도 있고, 출연하는 가수 분들도 있고 다양하죠. 사실 제가 그들을 정말 너무 좋아해요. 출연자와 저와의 관계는 가수와 음악 감독의 관계가 아닌, 늘 팬의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꽤 여러 번의 경험인데, 세상에 없던 가수가 처음 나와서 아주 훌륭한 공연을 했을 때l, 저는 그럴 때가 참 좋았어요. ‘오, 세상에 또 저런 가수가 있었구나!’ 원석을 발견한 느낌? 그 때의 그 기분이 오랫동안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나는 그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사람의 관계란, 자기를 좋아해주면 대개 같이 좋아해 주잖아요.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젊은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이 같이 작업한 친구들과 오래 인연이 이어져 오는 이유이고, 그래서 의도치 않게 오래 이 일을 하게 된 배경이 된 것 같아요.
Q2. 동문 님께서 참여해 오신 곡들과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는데요. 작사와 작곡 작업에는 서른즈음에(김광석), 안드로메다(성시경 with 정유미),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情)-초코파이 DM 송, MOTHER NATURE(아이유, 강승원), 태양계(성시경), 처음(성시경) 에 참여하셨고, 음악 감독으로서는 KBS 노영심의 작은음악회, KBS 이문세쇼,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KBS 이하나의 페퍼민트,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KBS 더 시즌즈 까지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담당해 오셨습니다. 그래도 그 중 많은 동문들이 공감할 만한 노래가 보이더군요.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이죠? “서른즈음에”. 나직히 읊조리듯 나열되는 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시대를 넘나들어 많은 한국인들의 애청곡이 되어 왔죠. 동문 님의 “서른즈음에“, 그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작업에 참여한 곡 중 제일 유명한 노래가 ‘서른 즈음에’ 인데, 무료했던 어느 날 오후, 방에 앉아서 기타를 튕기다가 우연치 않게 나왔던 노래예요. 그래서 첫 소절 “또 하루 멀어져간다.” 이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첫 소절로 나왔어요. 굉장히 짧은 시간에 만들었던 노래인데, 어쨌든 그 노래가 가장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그 노래가 좋습니다.
저는 노래가 멜로디보다는 가사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노래마다 달라요. 어떤 노래는 멜로디가 60%고 가사가 40%고 이건 정말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은 건데, 노래마다 다릅니다. 어떤 노래는 100% 가사 때문에 좋은 노래가 있고 어떤 노래는 멜로디 때문에 좋은 노래가 있고요. 가사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흥얼거릴 수 있지만. 그래도 노래라 가사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서른즈음에’의 가사도, 또 한 번 멀어져 간다, 고 시작하는 내 솔직한 심정을 풀어놓은 가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은 덕분에 유명한 곡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3. 그럼, 곡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무엇일까요?
가사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거짓말로 가사 쓰면 사람들이 다 알아요. 어느 순간의 내 우울감이나 어떤 기쁨이나 이런 것들이 음악으로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맙고 중요합니다.
나아가서, 제 곡들을 듣고, “저 사람의 음악은 거짓말을 안한다” 고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부풀려지지도 않고 너무 쪼그라들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꿈이예요.
Q4. 동문 님의 학창 시절이 궁금합니다. 중앙 창작곡 동아리 에밀레의 창립 멤버셨다고 들었는데, 그 때 어떤 일화들이 기억에 남으실까요?
저는 사실 에밀레를 졸업하고 나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에밀레를 만드신 분은 김광엽(78 영문) 선배인데, 그 분이랑 둘이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의기투합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광엽 선배가 합창단에 있는 후배들을 포섭했고, 그래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된 게 공연이 대성공으로 끝나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아요.
여러 사람 앞에서 제가 만든 노래를 사람들과 같이 부르는 경험과 여럿이서 화음 맞추면서 노래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때였고 그 다음에 끝나고 같이 노닥거리면서 술 한 잔 할 때가 재밌었고, 그 때 대학 내내 사귄 그 때의 여자친구가 지금의 아내입니다. 에밀레 공연할 때 즈음에 왠지 모르게 아내가 저한테 차갑게 대하는 상태였는데, 에밀레 공연할 때 노래를 하나 새로 만들어서 그 친구 앞에서 불렀어요. 그래서 분위기가 다시 좋아졌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좋았어요.
Q5.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작곡을 해 오셨던 것이군요. 동문 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지금 음악 감독이신데 오히려 아티스트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꽤 많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구요. 혹시 음악 감독과 아티스트 중 어느 쪽이 동문 님의 모습과 가까운 것일까요?
음, 저는 제가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음악 감독 일보다 싱어송라이터의 일이 더 재밌어요. 음악 감독은 밸런스를 찾아주는 일이예요. 엔지니어, PD, 밴드 등의 뮤지션, 출연자들과 협업을 해야 합니다. 녹화 전 리허설을 할 때 어떤 잡음이 생기면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고, 가수가 많이 긴장하면 풀어지도록 격려하고, PD의 의문 사항을 해결해 주는 등 그들 간 밸런스를 맞춰주는 일을 하는 게 메인입니다, 싱어송라이터는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자신과 나, 이렇게 둘이 협업하는 것이거든요. 후자가 더 제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음악 감독으로서의 저 자신도 좋습니다. 세상에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나와서 매 주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고,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습니다. 그들은 음식처럼 다양한 매력이 있고, 다 내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친구는 노래를 해석하는 게 나와 같아서 좋고, 어떤 친구는 그들 나름대로 해석하는 게 새로워서 좋고. 나는 그 다양함을 존중하고 정말 좋아해요.
Q6. 동문 님의 “서른 즈음에”, 어떠셨나요? 서강에 몸담았을 적 동문 님의 추억을 풀어놓자면?
서강은, 저의 청춘이예요. 그 때의 저는 가릴 것 없이 건강하고, 뭐든지 할 수 있었던 나이이니까요.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그럼 지금의 경험치를 갖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요.(웃음) 그냥 무작정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래도 또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망설여서 못 했던 일들이나, 지금 생각해보면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거나 후회되는 일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되돌려 잡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인 거죠.
지금 인터뷰 하시는 기자님을 포함해서 우리 후배들이 내 나이에 가까워질 때 서강에서의 나를 돌이켜 본다면, 지금이 가슴 여리게 기억날 거예요. 내 또래 동문들에게도 서강은 모두의 청춘이예요.
Q7. 동문 님, 다른 시간을 살지만 어쩌면 그 때의 동문님같은 후배들이 또 서강에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음악 계열 전공이 없지만, 그럼에도 서강에서 작곡을 하고 작사를 하고 랩을 하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인을 꿈꾸는 서강의 후배들과 동문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음악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게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 중 가장 큰 덕목이예요. 너무 재능이 좋은 친구가 중간에 포기해서 없어지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근데 그들보다 좀 재능이 떨어지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대가가 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마” 이 한 마디를 해 주고 싶어요. 네, 포기하지 않는 게 덕목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훨씬 재미있고 또... 훨씬 힘들어요.(웃음) 음악인이 되든, 다른 어떤 것이 되고 싶든, 또 언제 시작을 했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만 안 하면 무언가 이룰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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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강승원 동문은, 직접 기타를 치며 “서른즈음에”의 짧은 구절을 불렀습니다. 진실된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답변에서, 솔직하고 약간의 장난기를 띤 위트와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유독 빛나는 청년 서강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던진 질문인 ‘서강의 가능성’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일지라도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바에 몰입하며 포기하지 않는 서강인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강승원 동문은 “포기하지 마”, 이 다섯 글자로 서강의 가능성을 정의해 주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전공하고 어디에서 일하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좋아서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 있습니까? 우리, 서강의 가능성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음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 짧게 기타를 치며 '서른즈음에'를 부르는 강승원 동문.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제일 빛나는 서강인인 그는, "포기하지만 않으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따뜻한 응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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