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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책은 사람과 합의에서 완성된다”_이태희(86 경제) 법무법인 세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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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0-17 13:54 조회2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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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사람과 합의에서 완성된다”

 

이태희(86 경제)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번 서강옛집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정보통신, 방송, 과학기술 정책의 최전선에서 길을 터온 이태희(86 경제) 동문을 만나 보았다. 대한민국의 기술 발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 봐 온 이태희 동문의 오랜 정책 경험과 통찰은, ICT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서강 동문이 걸어온 길을 비추고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지 제시하는 나침반과도 같았다. 이태희 동문은1992년 행정고시(재경직) 합격 후, 통계청,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거쳐, 2022년 6월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직을 퇴임하고 현재는 ICT산업의 전문가로서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태희 동문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영역에서의 서강 동문의 영향력과 잠재성, 그리고 비전을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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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희 現 법무법인 세종 고문

 

 

Q1. 선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경제학과 86학번 이태희입니다. 저는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한 후,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 발령지는 통계청이었고, 이후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거쳤습니다. 2022년 6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직을 마지막으로 퇴직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경제학을 전공하셨는데, 정보통신·과학기술 정책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고,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는 얘기가 있죠. 사실 제 진로는 완전히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취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고, 그 당시에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군 가산점 제도로 인해 공공기관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선배의 조언을 받아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1992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통계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정보통신부로 전보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에 발을 딛은 셈이죠. 그리고 몇 년 후에는 한국전기통신공사의 담당 사무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취업을 준비하던 곳과 사무관으로서 만나게 된 거예요. (웃음) 이렇게 우연히 좋은 기회로 시작했지만, 그 후 계속해서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 통신, 방송, 인터넷 플랫폼분야의 여러 과장, 국장(통신정책국장), 실장(네트워크 정책실장)을 역임하게 되었고, 정보통신분야가 과학분야와 통합이 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절에는 과학분야인 지식재산정책관, 성과평가국장을 역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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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실장 재임 당시 기자 브리핑에 참여 중인 이태희 동문

 

Q3. 학창 시절 서강에서 지금도 남아 있는 기억이 있을까요? 

 

A. 서강에서의 가장 큰 기억은 고(故) 박 홍 신부님과의 인연입니다. 1992년 행정고시 합격 후 같은 연도에 함께 합격한 박재민(86 정외, 국방부 차관 역임) 학우와 고시반을 도와주던 중, 박 홍 총장님께서 저와 박재민 학우를 총장실로 부르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박 신부님께서 3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주시며 고시반 운영에 써 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이 60~70만원 사이라는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거금을 전해 주신 겁니다. 


그 말씀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학교가 좀 더 발전했으면 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서강 출신 공무원이 없으니 내 생각을 이해해 줄 곳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말씀이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박 신부님의 진심은, 서강의 일원으로서 서강을 대표하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지원금을 신부님의 뜻에 맞게 사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외부교수 초청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이 소식이 주변 대학으로까지 퍼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덕분에, 그 후로도 서강에서는 꾸준히 매년 2~3명의 합격자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4. 30여 년간의 정책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요?

 

A. 제가 정책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중요한 경험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된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민영화 작업입니다. 당시 저는 2000년 7월부터 이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고, 민영화 과정에서 다양한 복잡한 절차들을 진행했습니다. 국내 공모방식 매각, 해외 주식시장 상장, 전략적 투자자 지분 매각, 그리고 국내 매각까지 공직자로서는 경험하기 힘들고 어려운 작업들을 주도했습니다. 힘겨운 2년이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없진 않으나, 가장 보람 있는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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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기통신공사 민영화 작업을 위해 해외 출국을 앞둔 당시 이태희 동문의 모습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일은 2012년의 방송 디지털 전환입니다. 당시 많은 가정이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보고 있었지만, 약 10%의 가정이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하고 있었고, 시골에서는 아날로그 케이블방송을 보는 가정도 많았기 때문에 일시에 방송을 중단한다는 것이 정부로서도 큰 과제였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디지털 컨버터 보급 사업, 아날로그 케이블 사업자 디지털 방송 지원사업, 디지털TV 보급 사업 등을 통해 2012년 12월 아날로그 방송을 성공적으로 종료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사업을 추진하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진흥정책관실의 총괄과장이었고 디지털전환 담당과와 함께 해당 사업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Q5. 산업계와의 소통·협력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A. 정책의 성패는 결국 대상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맞춰 가는 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자가 원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려면, 먼저 정책 대상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연구반과 간담회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필요할 경우 정부의 입장을 설득하며 추진해 왔습니다. 관련해서, 공직 생활 동안 항상 후배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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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희 동문은 정책 설계 시, 그 대상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안을 정책 대상자가 원하지 않으면, 그들과 합의할 수 있는 차선의 방안을 찾아라. 그게 현실의 최선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정책 대상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에는, 내가 생각하는 방안보다 실제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즉, 정책 대상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정책의 이행 가능성을 높여 실제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고, 후배들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경각심을 갖고 주의했던, 저의 신조이기도 합니다.

 

 

Q6. 빠르게 변하는 ICT·과학기술 정책 환경에서 서강 동문들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서강 동문의 가장 큰 강점은 자타공인 ‘성실성’ 아니겠습니까? ICT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저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꾸준히 한 분야를 파고드는 성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강에서 배운 성실성은 특히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예를 들어, ICT·과학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은 이미 많은 연구소나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에서는 그들이 제대로 연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하는 역할이 곧 이 분야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제가 봐 왔던 서강학보의 맨 위를 보면 항상 "서강 그대의 자랑이듯 그대 서강의 자랑이어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와 함께 "소시민 양성"이라는 문구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문구가 다소 소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재학 중인 학생들이 학업과 학교 생활에 깊게 몰입하게 했던 서강에서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학교가 지향했던 인재상이 무엇이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서강은 사회와 기업을 지탱할 성실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했습니다. 그 교육 이념은 지금도 여전히 서강대 출신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강대 출신은 어디서나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교육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Q7. ICT가 사회 전반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습니다. 후배들이 이 변화 속에서 찾을 역할은 무엇일까요?

 

A. ICT와 과학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역할을 억지로 찾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하나의 사회 현상, 흐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중요한 건,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어떻게 깊이를 더할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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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희 동문은 AI의 역할과 그 영향력을 고려하되, 스스로 원하고 선택한 분야에 집중하고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선배님이 서강인의 특징인 성실성과 학교 다닐 때부터 다져진 학습 능력으로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긴 어렵지만, 외국계 국내 플랫폼 기업의 주요 보직에 근무하고 계신 선배님부터 금융계, 언론계, 산업계, 학계 등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Q8. 앞으로의 ICT·과학기술 정책 방향과 그 과정에서 서강 동문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요?

 

A. 현재 ICT·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는 AI(인공지능)입니다. 새 정부 들어서는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관련 예산과 정부 조직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제가 근무했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인공지능 정책실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모교인 서강대학교도 이미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SW 대학원과 가상 융합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여 전문 교육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서강 동문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합니다. AI 분야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끌어낼 것입니다. 서강 동문만이 가진 특유의 근성있는 성실함과 깊이 있는 학문적 접근은 AI 분야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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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희 동문은 2023 12월 모교 메타버스대학원 최고위과정 3기를 수료했다.

 

Q9. 다가올 미래, 머지않아 그 선두에 서 있게 될 주니어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A. 후배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3년을 과감히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직업에 대한 관심이 자주 바뀌고 그러다 보니 이직도 잦습니다만, 저는 젊은 시절 무엇이든 3년 정도는 투자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년의 집중이 결국 30년을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3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대학원이든 자격증이든, 공무원 시험이든, 3년 동안 열심히 투자하면 그 경험은 장기적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고 인생에 있어 반드시 도움이 될 겁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3년은 끈기 있게 일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제 딸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아재의 조언”이라며 웃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60살 가까이를 살아보니, 이 조언이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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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의 젊은 동문들과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는 이태희 동문

 

이태희 동문의 이력은 ‘작동’과 ‘합의’로 완성된 정책사의 기록이다. KT 민영화, 방송 디지털 전환, 그리고 AI 시대로 이어지는 변곡점마다 이 동문은 대상자 중심의 설계, 차선의 지혜, 성실한 집행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과 행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빠른 변화의 시대일수록 원칙은 단순하다.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실성, 그 힘이야말로 서강 동문이 만들어갈 ICT·과학기술의 내일이 이어질, 서강형 지속가능성의 원천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글 | 서강옛집 오연지(23 신방) 기자, 서강옛집 담당 이수민(14 수학)

사진 | 이태희(86 정외) 동문 제공, 김현우(21 물리) 인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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