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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행에 미치다-자유로운 영혼의 탐험가, 이기중(79경제)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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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8-20 16:54 조회2,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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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미치다-자유로운 영혼의 탐험가, 이기중(79경제) 동문을 만나다

 

 

여행(旅行) - 나그네 와 다닐

 

전 세계를 누비며 세상의 문화를 책에 담아내는 나그네, 이기중 동문은 여행은 나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여행가로서 세상뿐 아니라 인생을 여행해 온 이기중 동문에게 그의 박진감 넘치고 개성 있는 인생 표류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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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 국을 다니며 자유로운 여행가의 삶을 즐기는 이기중 동문

 

Q1. 안녕하세요? 2009년 ‘비어 헌터(Beer Hunter)’로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15년만입니다. 이번에는 여행 전문가, 여행 작가로서 뵙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와 서울대 인류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기중입니다.

제가 요즘 외부 강의를 많이 나가는데 강의 나갈 때 가끔 장난스럽게 ‘저는 전과자’라고 소개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학부는 경제학과를 나와 철학과 대학원에 가서 종교학으로 석사학위를 마쳤고, 미국에 건너가서 인류학과 영화를 전공했기 때문입니다. 다들 참 많이 바꿨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웃음) 

또 다른 제 특징을 꼽자면, 지금까지 책을 한 30권 정도 냈다는 것입니다. 잘 몰랐는데 꾸준히 쓰다 보니 좀 많이 썼다고 실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 140개 나라를 여행해왔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음식과 술(맥주, 위스키)에 관한 책과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시각인류학회 회장과 한국국제민족지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Q2. 지금까지 140개 이상의 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동안 여행을 사랑하는 여행가이자 작가로서,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마음가짐이나,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지, 또 자기만의 여행 징크스 등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여행 관련 책을 쓰기 위해서죠. 이때는 다소 여정이 길고, 적어도 반 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죠. 예를 들어, 『동유럽에서 보헤미안을 만나다』와 『북유럽 백야여행』은 각각 40일 간의 동유럽 여행과 40일 간의 북유럽 여행, 『유럽맥주견문록』은 50일 간의 유럽 맥주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이후 50일 간의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남아공 무지개 나라를 가다』를, 그리고 100일 간의 일본 국수 여행을 통해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를 펴냈습니다. 최근 출간된 『위스키 로드』와 『밥 먹으러 일본 여행』은 각각 40일 간의 위스키 여행과 두 달에 걸친 일본 음식 여행 이야기를 담았으며, 내년에는 100일 간의 동남아 음식 여행 이야기가 담긴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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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중 동문이 여행을 다니며 쓴 책, 가장 최근의 도서 정보는 아래 링크로 확인할 수 있다. 

[신간안내] 밥 먹으러 일본 여행-오니기리에서 에키벤까지, 소소하지만 특별해!

 

두 번째로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낯선 곳에 가서 잠시 휴식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인류학자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쌓기도 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 저는 ‘느린 여행’을 여행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강물처럼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나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서 여행을 갑니다. 또한, 문화인류학자로서 관광보다는 문화적인 호기심으로 여행을 가서 지식을 쌓기도 합니다. 제가 가진 직업이 여행이랑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울 때가 많습니다.(웃음)또한, 여행은 삶을 강력히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페루의 마추픽추로 여행을 갔을 때 느꼈던 바를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마추픽추에 방문해 꼭대기에 1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서 찬란했던 잉카 역사도 하루 만에 사라지는데 너무 자잘한 것에 연연해하며 살지 말자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며칠 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계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구아수 폭포를 방문했는데, 1시간 동안 웅장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을 감상했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인생에 관해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Q2-1. 느린 여행이라면 계획을 많이 세우시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자칫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입니다. 과거에 제가 책에서 여행은 ‘계획하는 즐거움’, ‘경험하는 즐거움’, ‘추억하는 즐거움’이라는 총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썼습니다.저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짜는 편입니다. 그리고 여러 지역을 길게 다니다 보니 충동적으로 다닐 수 없어서 계획은 철저히 세우되 현장에서는 잠도 푹 자고 잘 먹고 쉬는 느린 여행을 즐깁니다. 패키지 여행 같이 시간표처럼 시간을 나누어 바쁘게 구경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Q3.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재미있는 기억이 많겠지만 여행 자체가 변수가 가득한 이벤트인 만큼, 정말 예상 밖의 일들도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를 말씀해 주신다면?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갔을 때 일입니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여행지지만 대자연이 굉장히 아름다운 대신 인프라는 그리 좋지 않은 곳입니다. 또한 사막이나 사바나, 습지가 줄을 이루는 한적한 나라입니다.처음에 초베 국립공원이라는 곳을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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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중 동문이 초베 국립공원에서 본 풍경


그러고 하루가 지난 후에 자연 관련해서 tv에서도 많이 나오는 ‘오카방고 델타’라고 하는 곳을 가려고 했습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곳인데, 제가 있는 ‘카사네’라는 곳에서 이동해야 했습니다. 목적지는 ‘마운 마을’이었는데, 그곳까지 버스가 하루에 한두 번 있다고는 알았지만 아프리카는 한국의 교통과는 매우 달라서 몇 시에 버스가 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분명히 오전에 한번 있다고 들었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 차가 다니는 곳에 가서 히치 하이킹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리가 대략 7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습니다.계속 히치 하이킹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어요. 그래서 오두막 같은 곳에 있다가 차가 지나가면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따라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시도하다가 픽업 트럭이라는 짐을 싣는 조그마한 트럭 한 대가 지나가니 아프리카 사람들이 달려가길래 저도 같이 달려갔었습니다. 돈으로 흥정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뒤에 올라탔는데, 이때 문제는 픽업 트럭이라 뚜껑이 없는 차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를 7시간 동안 맞고 가는 쉽지 않은 여정을 했습니다.원래 날씨가 좋을 때는 옆을 쓱 보면 푸른 초원과 바오밥 나무가 보일 텐데, 7시간 동안 비를 맞아 가며 인생에서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한 거죠.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깜깜해졌어요.  마을 사람들이 내릴 때 급하게 기사에게 이야기하여 돈 조금 더 줄 테니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로 데려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한 10분 떨어진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내부도 잘 안 보이는 곳에서 그냥 들어가 잤습니다. 그때 몸은 매우 지쳤지만 평생 다시 해보지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나중에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아프리카식 여행을 한 하루였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게스트 하우스 안에 있는 오두막집 같은 데서 커피를 팔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마시러 가보니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 너머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아프리카구나’, ‘내가 아프리카에 와 있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또 다른 아프리카에 관한 다른 얘기도 있는데요. 한 번은 아프리카에서 51시간 동안 기차를 탄 적도 있었어요. 짐바브웨에 있는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고 잠비아에서 탄자니아로 넘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잠비아 수도인 루사카에서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까지 느리고 낡은 기차를 타고 갔는데, 영화에서처럼 기차가 잠시 멈추면 아프리카에 사는 아낙네들이 머리 위에 먹을 것을 이고 창가로 몰려와서 바나나, 닭 튀긴 것 등을 팝니다. 하나를 사서 먹으며 51시간을 가다 보면 창가에 코끼리, 기린이 지나가고 있는 사파리가 보입니다. 그 사파리가 이스라엘 땅보다 크다고 해요. 이처럼 너무 특별한 경험이 많은 아프리카를 다시 갈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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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자라열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풍경들, 기차가 멈추면 아낙네들이 간식거리 등을 팔러 나와 있다.
 

 

Q4. 여행을 다니시면서도 많은 책을 쓰셨습니다. 책들의 주제를 보니 여행기, 각국의 주류(주로 맥주), 음식, 영화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행길에서 음식과 주류가 차지하는 비율을 정하신다면? 여행 중 음식과 주류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여행 경험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음식은 제 여행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행지에 가서 그 지역의 로컬 음식을 즐기는 편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유명한 음식점, 한국에서도 방송에 나오는 유명한 가게는 잘 가지 않아요. 저녁에 와인이나 맥주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생활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이탈리아 아래 지역인 ‘몰타’로 여행을 갔었는데, 저녁이 되면 사람들 모두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에 음식을 먹고 있어요.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음식점이나 커다란 길에 위치한 음식점들이 쭉 있는데 분위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주류에 관해 얘기하자면, 술에 관한 책도 많이 쓰는 만큼 주류는 제 여행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긴 비행기 여행을 마친 후 숙소에 도착해서 피곤하고 갈증날 때, 짐을 풀고 가장 먼저 늦은 오후에 동네에 나가서 천천히 구경하면서 조그만 술집에 갑니다. 현지에 가서 맥주 한 잔을 딱 시켜 먹으면 ‘내가 왔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일명 ‘나만의 축배’를 드는 것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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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와 밴드의 나라 아일랜드 코크의 골목길 동네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이기중 동문

 

그리고 사실 제가 전 세계의 주류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학문적인 측면도 매우 큽니다. 왜냐하면 술은 인간이 지구상에 정착하면서 먹기 시작한 가장 오래 된 음식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고, 인간의 사회, 문화, 역사, 종교,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술의 인류사’라는 과목을 개설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꽤 인기가 좋은 수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술은 저의 개인적인 취향의 하나이자 학문적인 연구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죠. 

 

Q4-1. 여행지에서 현지인만 가는 맛집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요? 


여행지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저는 뒷골목에 있는 음식점을 좋아합니다. 유명한 곳일수록 관광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어느 지역이든 간에 커다란 길에 있는 집은 잘 가지 않습니다. 저에게 대로변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골목 2개만 들어가면 외부인이 많이 사라지고 현지인이 주가 되는 장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맛집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가게들 중에서도 사람들이 특히 많이 모여 있다든가, 분위기 좋게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 방문하는 편입니다. 나이 드신 분이 혼자 운영하시거나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는 뒷골목의 허름하고 조그만 가게로 가면 거의 성공합니다.


Q5.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여행을 이어가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현재 전남대에서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시며 세계 각국의 여행도 활발하게 병행하고 계신데, 교수 이기중, 여행가 이기중, 이 두 생활의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고 계신지요.


저는 교수와 여행가의 비중을 대략 50대 50으로 두고 있습니다. 본업이 교수임에도 50대 50으로 비중을 둔다는 것은 확실히 다른 사람보다는 여행을 많이 간다는 의미겠지요. 실제로도 전공책 한 권 쓰면 여행서도 한 권 쓰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추려고 합니다. 이렇게 두 생활을 모두 겸해야 하다 보니 바쁜 편인 것 같아요.이는 제가 학교 행정에 관여를 하지 않는 편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는 이유는 교육하고 연구, 딱 두 가지이고 그 외에는 ‘내가 알아서 한다’ 주의입니다. 학교에는 수 많은 보직이 있는데 저는 이런 데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교육과 연구 외에는 책 쓰고 여행하는 시간으로 씁니다.


Q5-1. 여행도 어떻게 보면 교수님 연구의 일부인 것일까요?

 

여행의 목적이 ‘연구’는 아니지만, 제가 인류학자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연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십니다. 학교에 계신 분들도 제가 여행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제는 어디 가느냐고 계속 물어보십니다. 안 갔다고 하면 오히려 무슨 일 있냐고도 물어봅니다.(웃음) 그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을 학교에서도 좋아해요. 또,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여행 이야기를 섞어 강의하면 굉장히 즐거워하며 좋아합니다. 인류학 수업을 하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많이 얘기해야 하는데, 단순히 책 읽듯이 문화를 소개하는 것보다 여행 갔던 제 경험을 살려서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또,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를 심사할 때도 여행의 경험을 녹여낼 수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쉬러 가고 놀러 가는 것은 맞지만 크게 보면 문화 탐구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심리적으로 편한 것 같아요.

 

Q5-2. 다음 여행은 어느 나라로 가실 예정인지요? 

 

이번에 가는 곳은 하와이 아래에 위치한 ‘남태평양 섬나라’들 입니다. 바누아투, 피지, 통가, 사모아, 쿡 아일랜드 등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라고 불리는 지역인데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폴리네시아지역을 전공했기에 남태평양에 대한 추억이 남다릅니다.

 

Q6. Short Q 


Q6-1. 여행가로서의 캐릭터를 10자 이내로 표현한다면? 

 

‘낮에는 김정호, 밤에는 한량’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국을 돌며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처럼 때로는 집요하게 계획을 짜고 여행을 다닙니다. 이번에 간 여행에서도 하루에 2~3만 보를 걸었고, 위스키 관련 여행을 할 때는 5만 보를 걸었던 기억도 납니다. 철저하게 우리나라 지형을 파악하던 김정호처럼 낮에는 철저하게 제 목표를 위해 활동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다닌 후, 해질 무렵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소박한 술집이나 음식점에 가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편안하게 술 한잔하는 한량 같은 면모도 존재합니다.


Q6-2.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여행가를 선택하실지?

 

다시 돌아가도 여행을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은 제 운명인 것 같아요.(웃음) 나이 들어서 살아온 궤적을 돌아보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계속 여행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내가 왜 가야 하지? 왜 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게 되니까 여행은 제 운명인 것 같습니다.또한, 살아오며 제가 해온 수많은 선택 중 여행을 선택한 건 참 잘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년까지 지금처럼 많이 여행을 다니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는 머무르는 여행을 좀 할까 합니다. 이제 전 세계를 누볐으니 한 군데를 골라 오래 머무르고 싶습니다.

 

Q6-3. 서강 가족들에게 여행을 추천하는 짧고 강력한 한 마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


Q6-4.  서강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첫째로 서강은 저에게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서강은 정신적 방황을 너그럽게 받아준 곳이었어요. 경제학과에 입학하고 2학년이 지나고 나니 점차 제가 생각한 경제학과 실제로 배우게 된 학문과의 괴리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3학년 때부터 경제학 수업은 필수 과목만 듣고 철학과 종교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때 철학에 푹 빠져 3학년 때 철학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철학과 대학원에 들어갔었습니다. 돌아보면, 3-4학년 때와 대학원 다닐 때 서강대학교에서 수강했던 수업이 너무나 좋았어서 지적 성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저는 특히 학부 시절에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껏 방황했던 것이 기억이 나 서강대학교가 애틋합니다. 당시에 했던 방황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싫으면 관두면 되지’라는 도전적인 정신도 심어준 곳입니다. 덕분에 제 특징 중 하나인 ‘전과자’라는 별명도 얻을 수 있었어요. 둘째로, 제가 꼭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서강대학교를 통해 ‘음악을 얻은 것’입니다. 바로 현우회 동아리를 했던 경험입니다.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1학년 때 드러머로 킨젝스 오디션을 봤었습니다. 제 형이 킨젝스 창립 멤버이자 베이시스트여서 붙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웃음) 당시 같은 학번에 삼수한 친구가 3수하면서 드럼만 쳤는지 너무 잘 쳐서 붙고 전 떨어졌었어요. 이후 형이나 제가 서강대에 들어와 음악 활동을 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신 어머니의 역할이 컸습니다. 제가 현우회 활동을 하거나 형이 킨젝스에서 연주 활동을 하는 것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니까요. 서강대를 만나게 된 것도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함께 형이 연주하는 킨젝스 공연을 보러 온 것이 계기가 되었죠.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동생은 킨젝스 1기 드러머 형에게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여 지금은 직장 밴드의 리더이자 드러머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어머니가 먼저 클래식 기타를 시작하셨는데, 어느 날 “같이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저도 본격적으로 클래식 기타를 배우게 되었고, 학교에서 기타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함께 현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2학년 때부터 친구들이랑 클래식 기타반 현우회 활동을 하며 1기 회장을 맡았었어요. 당시 동아리방에서 자주 머물며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음악책도 많이 빌려 읽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도 음악을 정말 사랑하게 되어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요즈음에도 학교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던 현우회 후배들과 자주 만납니다. 모두 직장을 다니니까 좋은 기타를 들고 오는데 함께 맥주나 와인 한 잔 하면서 기타도 치고, 서로 연주 경쟁도 하니까 낭만적이고 참 좋더라고요.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특히 음악 동아리의 경험은 정말 돈으로 환원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라 재학생 후배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Q7. 앞으로도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나 주제로  집필이나 강연 등을 구상 또는 기획하고 계시는지요?


어떤 책을 쓸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 개를 함께 진행하는 습관이 있어서, 현재 4권의 책을 동시에 집필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공 서적으로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에 관련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동남아 스트릿 푸드’에 관해 책을 쓰고 있는데, 내년에 출판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우리나라 술에 대해서 쓰고 있고, 마지막으로 음악 관련 분야로 ‘재즈 음악’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어떤 책이 먼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동시에 책 집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7-1. 한 번에 여러 책을 쓰시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하나의 책만 계속 쓰게 되면 지루합니다. 그래서 책의 스토리 라인이 어느 정도 잡히면 다른 책을 생각해보고, 또 쓰다가 심심하면 다른 책을 쓰고 있습니다. 글 쓸 때 그때그때 쓰고 싶은 내용을 고르다가, 물꼬가 탁 트이면 집중해서 출간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Q7-2. 현재 쓰고 계신 우리나라 술에 관한 책은 어떤 계기로 쓰시게 된 것인가요?


위스키, 맥주에 관한 책을 쓰다 보니 우리나라 술도 건드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막걸리를 주제로 우리나라 전국을 시군 단위로 다 돌았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주로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소주, 감미료가 많이 들어간 막걸리는 잘 마시지 않아서 우리 술을 어떻게 다룰까에 관해 고민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책이 더 쓰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단순히 술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특정한 시각이 있어야 하는데 책에 이를 담기 어려워서 내년에 출판을 목표로 계속해서 고민하는 중입니다.

 

Q8. 지금 여름 휴가를 많이 떠나는 시기입니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를 경험해 오셨을 텐데, 서강 가족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지와 추천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강 가족들이 꼭 가 봤으면 하는 여행지를 추천해 주신다면?


제가 2007년에 『동유럽에서 보헤미안을 만나다』라는 책을 썼던 기억을 더듬어 봤을 때, ‘동유럽 기차 여행’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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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중 동문의 책 '동유럽에서 보헤미안을 만나다'
 

많은 나라 중에 동유럽을 꼽은 이유는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동유럽은 유럽의 역사나 종교, 예술을 느낄 수 있고, 특히 그 중에서도 기차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KTX와 같은 고속 열차가 아니라서 편안하게 창가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마다 연결이 잘 되어 있고 국경을 넘어가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이에 해당되는 나라는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 있겠네요. 특히 체코 프라하에서 기차 여행을 시작해 시간이 된다면 한적한 루마니아까지의 기차 여행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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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중 동문의 동유럽 사진,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크로아티아 드브로브닉,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기중 동문의 시간은 여행을 필두로 음식, 술, 영화 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가득하다. 전 세계 수백 개의 도시와 다채로운 지역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수많은 현지 음식과 다양한 나라의 술을 맛보고 새로운 영화를 계속해서 봐 온 그의 눈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청년의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대학 교수이자 인류학자이며, 작가이며 프로 여행가 등 다양한 캐릭터로 삶을 그 자체로 즐기는 그에게, ‘자유로운 영혼의 탐험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려 한다. 그는 서강 가족들에게 ‘동유럽의 기차여행’을 추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벌써 하반기로 접어 든 2024년이 채 다 가기 전, 우리 모두 프로 여행가 이기중 동문의 추천을 따라 동유럽을 가로지르는 기차에 몸을 싣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한서정(23 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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