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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마이 라이프-'세상에 도전하는 네 아이의 엄마' - 이한숙(82.사회)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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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10-30 00:58 조회17,2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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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도전하는 네 아이의 엄마' 
-인터쿨투르 이사 이한숙(82.사회) 동문

 나는 네아이의 엄마다. 내 삶에서 독기나 자만이 빠지고 연민, 공감, 눈물이 자리하게 되었다면 그건 온전히 애들 덕분이다. 그러나 좀 솔직해지자면 일과 독신에 대한 염원이 컸다. 염원이 클수록 현실은 더 가혹했던 그 시절, 아이를 넷이나 가지고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리란 걸 확신할 수 있었을까.
기적처럼 나에게 어느 날 좋은 직업이 다가왔다. 물론 갑자기는 아니다.


 내가 독일 합창 재단인 인터쿨투르 파운데이션(Interkultur Foundation)의 한국 지사 오픈에 대한 의뢰를 받은 건 년 반의 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후였다. ‘합창올림픽’ 첫 회(오스트리아 린츠)에 한국팀 8개팀을 선발해 보낸 것을 계기로 인터쿨투르 한국 지사가 설립되었고, 2002년에는 제2회 합창올림픽을 우리 회사가 직접 부산에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당시 국제 홍보를 이끌며 본부와의 잦은 국제 미팅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나를 커버할 수 있도록 일임하였기 때문이리라.


 인터쿨투르 공연기획실장 겸 이사인 내가 하는 일은 아티스트와 협상하고 계약을 맺는 후 국내 공연장 대관까지 완료하는 일이다. 때문에 매달 한 번 이상의 외국 출장이 있고 영어는 내 일의 필수다. 중학교 때 처음 만난 이방 언어 영어에 매혹된 이후 한 시도 영어에 대한 짝사랑을 잊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이 내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서강에 처음 입학해 교양필수로 들었던 영어 Conversation 클래스의 첫 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원어민 선생님이 구사하는 영어는 내가 배운 영어가 아니었다. 정말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얼마나 절망했는지…. 오기가 나서 서강헤럴드에 입사해 그 당시 유행하던 <Vocabulary 22,000>을 독학하고 정철 생활영어 테잎을 들으며 영어와 진짜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들이 내한하면 지방 공연을 포함, 보통 3번 정도의 공연을 하는데 함께 투어를 돌다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방한 기간 동안 숙식을 같이한 우리 직원들은 이별하는 공항에서 눈물을 쏟게 마련이고 떠나는 그룹은 멋진 노래로 우리들의 노고에 보답한다.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인간적인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데 있다. 
아이 넷을 기른 아줌마의 저력은 이럴 때 사람을 무조건 좋아하는 내 성격과 맞물려 빛을 발휘한다. 즐겁게 이 일을 감당하는 나의 에너지가 아티스트들의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가는지 모두 쉽게 친구가 된다.


 작년에는 우리 70 - 80학번 세대들의 추억이자 우상인 디스코 그룹 보니엠을 초청해 두 주간 전국투어를 했는데 ‘다들 이불개고 밥 먹어(By the River's of Babylon)'의 리드싱어 리즈 미첼과 유별나게 코드가 잘 맞아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 후 영국 출장길에 그녀의 집에 들러 함께 며칠 휴가를 보낸 적도 있고, 피아니스트 피터 폰 빈하르트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각국에서 초대된 100명의 손님들과 교제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런 네트워크는 다음 비즈니스까지 연결되고 그들을 통해 다른 아티스트들도 자연스럽게 소개받게 된다. 이런 경우 처음부터 서로 신뢰 속에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글을 나는 공항에서 마무리하고 있다. 10월 31일 예술의전당에서 18 년 만의 역사적인 공연을 갖는 슈투트가르트 합창단(Kammerchor Stuttgart)의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서다. 이제 한 시간 후면 2002년 대만합창제에서 만났던 세기의 합창 지휘자 프리더 베르니우스를 4년 만에 반갑게 만날 것이다. 그들의 공연에 열화와 같은 박수로 화답할 한국 관객들의 환호와 공연장 열기가 벌써 머릿속에 그려진다. 공연기획자로서 살아있음(being alive) 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을! !


 기자한답시고, 데모한답시고, 인문대학지 편집장 한답시고 공부는 뒷전이어서 장학금 타본 기억이 가물하지만 내 젊은 시절을 바쳤던 서강에 뭔가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번 재즈코어 프라이부르크 공연을 동문회에 기증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1년에 두 번쯤은 그런 공연을 학교에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1,000석 규모의 다목적 극장을 운영해 보고픈 꿈이 있다. 엄마를 이해하고 스스로 잘 커주는 아이들에게도 감사하다. 큰 애가 다음 달 수능을 치르는데, 매일 자정이 되어 귀가하는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나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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