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가족 재즈콘서트 - 재즈코어 프라이부르크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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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10-01 17:03 조회13,5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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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살짝 불어 '아, 이제 가을인가' 묻게 했던 지난 9월 11일, 메리홀에서 서강가족들의 작은 축제가 열렸다. '서강가족을 위한 가을 맞이 재즈 콘서트, 재즈코어 프라이부르크 내한 공연!' 서강 동문회가 주최하는 첫 문화행사였다. 사고치는 기분으로 첫 문화행사의 모험을 감행한다는 동문회 측의 당초 우려와 달리 이메일 공지가 나간 지 24시간도 안 돼 제한 인원의 3배 넘는 신청이 들어왔다. 추첨으로 표를 배정해야 했고, 당일, 계단이라도 괜찮다며 무작정 찾아온 동문들까지 모여 성황리에 음악회가 치러졌다.
캠퍼스 커플에서부터 모처럼 부부 동반의 우아한 외출에 나선 중년의 선배들, 고만고만한 꼬마녀석들과 부산한 가족나들이에 나선 동문들도 있었다. 음악이 듣고 싶어서였을까, 오랜 친구가 보고 싶어서였을까, 어쩌면 다가오는 스산한 가을의 길목에서 우리끼리의 따뜻함을 더욱 느끼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재즈코어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된 재즈 합창 밴드다. '버트란트 그뢰거'라는 재능과 창의력을 가진 걸출한 지휘자가, 재즈와 합창을 결합하는 자신의 음악적 실험들을 고향 도시 음악인들의 소박한 꿈에 담아냈다. 그래서 예술적으로 깊이가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털털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나는 게 동문 가족 문화 행사로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다.
익숙한 재즈곡들이 발랄한 아카펠라 합창으로 새롭게 편곡돼 나왔고, 소음에 가까운 외침을 음악적으로 승화한 '악몽'이나 도시를 배회하는 나그네의 기분을 표현한 서정적인 'Lonesome Road' 등 레퍼토리가 다양했다. 어떤 느낌이든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 독특한 실험에 빠져드는 재미가 쏠쏠했다.
재치 있는 지휘자의 입담이 우릴 즐겁게 했고, 탭 댄서, 재즈 리코더, 보컬퍼커션까지공연 중간 중간 보석처럼 박혀있는 스페셜 게스트들이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비트박스를 거치며 무르익은 분위기는 마지막으로 관객까지 참여한 아카펠라와 전 출연자들이 어우러진 장대한 곡 속에서 절정을 이뤘다.
무엇보다 객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굳이 청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박수를 치고, 작은유머에도 터져 나왔던 큰 웃음, 공공의 장소에서라면 성가셨을 아이의 비명까지도 귀엽게 받아넘길 수 있었던 건 우리끼리라는 동류의식에서 생긴 여유 때문 아니었을까? 예술의 전당 수십만원짜리 S석에서도 느낄 수 없는 어떤 기운이 그 곳에 있었다.
이번 행사의 1등 공신은 먼저 동문 음악회의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회사가 초청한 아티스트를 무료로 제공해준 인터쿨투르 이사 이한숙(82·사회) 동문이다. 또 사고 한번 제대로 친 정명숙 동문회 사무국장과 동문회 식구들, 메리홀 실장 박정향(83·국문)동문도 수고해주셨다.
동문회는 앞으로 이런 문화행사를 1년에 한두 번은 갖겠다고 한다. 늘 학교를 생각하는 누군가가 또 나서 이런 문화행사를 유치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보다 더 소중한 우리끼리의 共感, 그 기분을 느낄 기회를 다시 가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제2, 제3의 서강 가족 음악회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
박에스더(89·정외)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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