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의 대학, 음주문화-뭐니뭐니해도 소주에 김치찌개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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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3-27 11:47 조회21,19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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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어느 봄
신서강은 도서관을 나와 친구들과 함께 술집으로 향했다. 막걸리를 할까 소주를 할까? 또 늘 가던 잉어집이다. 밖엔 봄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그 덕인지 소주맛이 참 감칠맛이다. 기분이다. 친구가들고 온 기타로 노래 한 곡조 뽑는다.
이 시절 노래방이 어디 따로 있나. 그저 마음껏 부를수 있으면 그곳이 노래방이지.
거참 오늘따라 술도 잘 받는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건가. 아줌마, 김치 좀 더 주세요. 인심 좋은 우리 아줌마 또 한 인심 쓰신다. 지금 주머니에 얼마가 있지? 까짓 돈모자라면 친구더러 기타 맡기라고 해야지. 통금 시간은 다가오는데 엉덩이가 무겁다.
1990년대 초 어느 봄
이서강은 오늘 과 모임이 있다. 어둑어둑해진 이 시간 날씨가 좋아서인지 청년광장 옆 솔밭에서 모이기로 했다. 예전 선배들은 술 마시고 경비아저씨께 주정하다 정학도 당했다던데…. 눈치껏 학교 밖 가게에 가 소주 맥주 적당히 비닐봉지에 집어넣고 새우맛 과자도 안주거리로 사서 나쁜 물건이 아닌 척 학교로 들어온다.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과 술잔 기울일 기회가 또 언제 있으랴? 이것도 대학의 낭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대화는 자연스레 사회문제를 중심에 놓았다. 주제의 무거움 탓인가? 밤공기가 조금 쌀쌀해서 그런가? 그리 많이 취하지 않는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네. 자리를 옮긴다.
2차는 길 건너 물레야다. 이서강의 앞에 앉은 얼마 전부터 CC가 됐다는 친구들에 대한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2006년 오늘.
정서강은 단짝 친구들과 저녁 때 술 한잔하기로 했다. 약속시간, 다들 알바트로스탑에 모여있다. 조금 늦었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저녁식사도 할 겸 오랜만에 불닭을 먹기로 한다. 그러면 술은 맥주가 어울리겠지. 정서강은 이번 학기 교양수업 옆자리 앉은 남학생이 맘에 든다. 얘기를 꺼냈더니 다들 관심이다. 중간고사․기말고사 때 조별 리포트를 평가한다는데, 같은 조가 될 수 있을까? 아~ 닭이 맵다. 이 얼얼함을 확 내뿜어야 되는데…. 2차는 노래방으로 해야겠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3가지 상황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설문 표본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몇 가지 특징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눈에 들어온 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1980년대를 정점으로 해 1990년대에는 서서히 식어갔다는 겁니다. 비록 술자리에서 즐기는 것들에 대한 대답을 그 판단기준으로 한 것이지만요.
그리고 참 반가운(?) 결과는 시대를 통틀어 대표적인 술은 공통적으로 소주, 대표안주는 김치찌개라는 겁니다. 위 세번째 글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상황을 택했지만, 요즘 세대는 맥주만 마실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20도까지 성질을 낮춘 소주, 여전히 주머니가 가벼운 많은 이들의 친구로 존재합니다.
김주동(93·신방)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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