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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CEO를 찾아서- 민유성(74.경영) 리먼브러더스인터내셔널증권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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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5-09-09 22:44 조회16,7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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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기업가는 신뢰를 밑천으로 하지요"

리먼브러더스인터내셔널 증권 한국대표 민유성(74·경영) 동문


 

국제적인 금융 증권 투자 회사인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인터내셔널 증권 한국 대표 민유성 사장, 그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세계적인 금융 회사에서 매번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켜온 금융전문가이다. 시티뱅크 한국지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티뱅크 미국 본점, 모건 스탠리, 자딘 플레밍 증권, 살로먼스 미스바니증권, 우리금융 지주회사, 리먼브러더스인터내셔널 증권을 거치면서 매니저, 부소장, 소장, 부사장, CFO, CEO 대표이사 사장 자리로 승진을 거듭했다.

70년대 중반, 대우, 율산, 제세 등 한국의 무역 성공신화를 주도했던 경기고등학교 출신 선배들의 창업에 엄청난 호기심과 존경심을 가졌던 민유성 동문은 서강에 입학하자마자 무역업을 통해 큰돈을 벌겠다고 나선 꿈많은 청년이었다. 가진 것은 오직 호기와 열정뿐이었던 시절, 대학생 신분으로 텔렉스와 전화기 한대 들고 무역업에 등록한 그는 허름한 사무실을 빌려 1년 반 동안 사업을 벌였다. 요즘에야 대학생 벤처 창업 모임이 제법 활성화되어 있지만 1970년대에 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구상해 직접 실행에 옮긴 사람은 아마도 민유성 동문이 서강출신으로 처음이 아닐까 한다. 비록 큰 재미는 못 봤지만. 게다가 최하위성적으로 제적 위기에 몰린 민 동문은 결국 사업을 접고 군대에 입대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학교를 졸업할 필요성이 있을까하는 회의도 들었다는 그는 군대를 마치고서야 가장 모범적인 대학생으로서 학교 성적을 끌어올리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텔렉스 한대 놓고 사업차려 
무역가 큰 꿈 가진‘원조 학생 벤처’

Q. 서강 출신 무역업 벤처 1세대가 될 뻔하셨군요.
“70년대 다들 힘들게 살던 시절, 무역과 건설 시장 붐이 일면서 김우중, 신선호 등 성공 신화의 주역들이 등장했지요. 현재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당시 제게 비친 그들은 신화였고, 우상이었습니다. 특히 세계를 상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들의 모습이 제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해, 대학 입학하자마자 무역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돈이 어디 있었겠어요? 동네의 허름한 사무실을 빌려 문구 등 자잘한 제품을 파는 일을 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사업이 커지질 않더군요. 현실적으로 자본이 부족했고, 저 자신의 능력이 많이 부쳤죠"

Q. 학교 성적은 최하위, 제적 위기에까지 몰리셨죠?
“부끄럽습니다. 구체적으로 점수를 밝히기 곤란합니다만, 학교를 그만 둘까 아니면 사업을 접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학교 공부를 마치고 사업을 하자는 생각에 군대를 갔습니다. 3년 동안의 군대생활 내내 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입학 당시 치기 어린 제 모습이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지만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아름다운 도전이었고, 경험이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덕분에 졸업할 때 성적은 3.0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

Q. 학창시절 가장 큰영향을 주신 은사님은누구십니까?
“무역학을 강의하신 박대위 교수십니다. 제가 무역 사무실을 차려 놓고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던 시절 박교수님을 찾아뵙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무역업을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드렸죠. 그분이 웃으시면서 이렇게 답변을 하셨습니다. ‘학창시절은 본격적인 도전에 앞서 준비하는 기간이다. 첫째, 주변 사람들의 믿음을 쌓아라. 둘째 국제화시대에 외국어 능력 함양, 특히 영어는 필수적이다.' 이 두 가지를 새기면서 저는 무역사무실을 닫고 학교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특히 첫번째 가르침을 인생의 좌표로 삼고 노력했습니다"

Q. 박 교수님께서 큰 무역가가 되기를 기대하셨을텐데. . . .
“제가 금융회사에 취직을 안 했으면 아마도 사업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대학 졸업 전에 시티뱅크에 들어간 사연도 재미있습니다. 연애를 해서 꼭 결혼을 하고픈 여성이 있었는데, 여자 집에서 취직도 안한 친구가 무슨 염치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는 핀잔을 주었죠. 지금은 장인어른이 되신 분의 말씀은 그럴 듯한 취업을 하면 결혼에 응낙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졸업전인 81년 10월에 시티뱅크의 취업 통지서를 제출하면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무역가가 되지 못했지만 아내를 얻었고 금융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민유성 동문은 시티뱅크 서울지점에서 어느 정도 업무를 익히고 나서 뉴욕대학으로 유학가 MBA 과정을 마쳤고, 곧바로 맨해튼 시티은행에서 근무했다. 약 5년여의 맨해튼 국제 금융현장에서의 경험은 오늘날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자산으로 남게 되었다. 24시간 내내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던 빡빡했던 근무환경,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힘든 맨해튼 근무시절이 오늘날 큰 힘이 되고 있다.

“밤샘 일이 잦았지요. 기업 간의 인수합병 업무, 자산운용 업무 등 새로운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 없었어요. 그 업무가 IMF 이후 한국적인 상황에서 제게 많은 일이 주어지고 또한 더 좋은 취업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맨해튼 국제금융 현장서 5년 근무

증권 CEO 압박 크지만 승부 즐겨

 

Q. 외국업체에서 근무하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하는 경우가 잦지요?

“한국기업이든 다국적기업이든 어디든 어려움이 없겠어요? 하지만 직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 그에 따른 성과 평가가 분명하다는 것이 단단한 외국 기업의 특성이죠. 특히 증권 금융업은 CEO의 역할에 따른 성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가 따르지요. 하지만 저는 매번 승부를 즐기는 편이랍니다. 게임에 임하는 자세를 갖추고 실패했을 때는 왜 실패했을까하고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야만 같은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게 되지요"

 

민유성 동문은 골프를 즐긴다고 한다. 자신이 노력해서 세밀하게 운영하는 게임의 방식이 사업과 비슷하고 또한 승부가 바로 나기에 열광한다는 얘기다. 그의 이런 게임 즐기기가 무역업에서 이뤄졌다면 그는 오늘날 보다 큰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Q. 회사 직원들에게 어떤 자세를 요구합니까?

“신뢰감, 팀웍을 중시합니다. 박대위 교수님께서 주신 말씀,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는 모든 사업 성공의 기초란 것이죠. 외국기업에서 영어만 잘 한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고, 매번 내리는 판단과 행하는 추진력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업가의 덕목이지요. 신실한 인간관계에서 모든 일이 이뤄진다고 봅니다"

 

Q. 앞으로 꼭 하셔야 할 일을 꼽으면?

“말로 내세울 것은 아니고, 성당을 다니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이웃, 형제자매를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금전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는데, 내 자신이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는 동안 두 가지 일 다 하도록 해야지요"

 

요즘 한국의 산하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는 그는 일요일이면 지프를 몰아 주변을 돌아보는 로맨틱한 사나이다. 아직도 호기심 많은 학창시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터뷰 내내 마음씨 좋은 아저씨, 큰 형의 모습으로 다가온 그가 앞으로 국제 금융계에서 더욱 큰일을 해낼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 믿음에서 모든 일이 이뤄진다는 민유성 동문과의 만남은 실로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배성례(78·영문) SBS 컨텐츠운용팀장·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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