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장인-송강카누학교 교장 박영석(79.물리)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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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6-29 11:18 조회24,6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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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아 20년 동안 지루한 적 없었죠"
송강카누학교 교장 박영석(79·물리) 동문
"2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지루해 본 적이 없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인 무려 20년 동안 한결 같이 푹 빠져서 살 수 있을까. 자기의 꿈과 일이 하나가 되어 하루하루가 자꾸만 재미있어지는 삶이란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나 바라는 그런 삶이 아닌가.
박영석(79·물리) 동문이 건네 준 명함에는 송강 카누 학교 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일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래프팅이나 카누, 카약 등의 패들링스포츠(Paddling Sports)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오면 내린천의 정해진 코스로 이동해서 고객들에게 레져 체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실무적인 일은 전문 강사들의 몫이고 요즘 박교장이 하는 일은 의외로 사진찍어 주기이다.
저 멀리서 급류를 타고 한 무리의 래프팅 팀이 내려오면 박교장은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에서 기다리다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그리고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 홈페이지에 올려 카누 학교를 찾은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박교장은 철저하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다. 가훈도 명쾌하다. 재미나게 오래 살자이다.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보면 사진 찍기가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사진 찍기는 박교장이 지금 현재 재미를 보고 있는 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은 사진 찍는 일에 푹 빠져 있지만, 그 전에는 홈페이지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카누학교의 홍보를 위해 전문가에게 홈페이지 제작을 맡겼지만 아무래도 박동문의 생각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하고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Html 코딩과 프로그래밍, 디자인, 이미지 보정 작업 등을 스스로 공부해서 지금의 홈페이지가 탄생했다. 전문가가 보더라도 수준급의 홈페이지이다. 홈페이지에서 보여지는 거의 대부분은 박교장의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패들링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 역시 박동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우리나라 다른 어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없는 귀중한 정보가 많다.(www.paddler.co.kr)
"패들링 스포츠에 빠져 여기까지 왔는데요. 그때그때 마다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서 20년간 재미있게 지내온 것 같아요." 박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재미가 어디서부터 출발했고 어떻게 그 가지가 뻗어 나갔는지 약간은 눈치 챌 수 있다.
그가 재미를 느끼는 소재는 딱 한가지이다.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인 패들링 스포츠이다. 또한 그가 재미를 느끼는 방식은 호기심이다. 박교장은 패들링 스포츠라는 소재 안에 호기심에 가득찬 갖가지 상상력을 집어 넣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0년을 살아 왔다. 재미를 추구하는 박교장은 그래서 오래 살면 재미있는 게 더 많을 거 같다며 재미 인간의 경지에 올라 선 느낌을 준다.
패들링 스포츠는 미국에서는 5대 아웃도어 스포츠 중의 하나로 대중적인 종목이다. 물이 있는 곳이면 강, 바다, 계곡 등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레저 스포츠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스포츠이다 보니 알아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박교장의 재미는 여기서 출발한다.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패들링을 제대로 즐기려면 공부의 끝이 없는 것이다.
급류가 어디서 얼마나 생길지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강변에서 캠핑을 하려면 필요한 지식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별자리와 독도법도 익혀야 하고 응급처치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게다가 패들링에 필요한 각종 장비의 특징과 제조사별 장단점도 파악해야 한다. 매년 세계 패들링 스포츠 업계에서 어떤 장비를 출시했고 어떻게 진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수집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와 관련된 책이나 잡지 등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 볼 수 없다. 외국 책을 스스로 번역해 정보를 얻는 수밖에 없었다.
자연과 장비에 대해 많이 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외국 책을 보고 공부를 했다면, 우리나라에서 직접 시험해 보고 적용해야 했다. 패들링 스포츠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공부하고, 시험하고,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박동문에게는 끝을 알 수 없는 호기심의 진원지이자 그 자체로 재미 덩어리인 셈이다. 삶이 재미없을 틈이 없다.
박교장은 이 모든 일을 스스로 개척해왔다. 그러니 우리나라 패들링 스포츠의 대부라고 불러도 아무런 손색이 없다. 래프팅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것도 박교장이었다.
자연과 함께 하 는패들링 스포츠에 매료… 홈페이지 직접 제작
동강·한탄강·내린천등 국내 유명 래프팅 코스 아내와 개척
우리나라 최초의 래프팅 코스는 한탄강이다. 물론 박교장의 작품이다. 사실은 박교장과 그의 부인 정미경씨의 합작품이다. 한탄강 뿐만 아니라 동강, 내린천, 경호강 등 현재 대부분의 래프팅 코스는 부부가 개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 사람만큼 준비된 사람은 우리나라에 없었기 때문이다.
코스를 개발할 초기에는 사연도 많았고 사건도 많았다. 코스 답사는 주로 겨울철에 이루어진다. 겨울에 물이 많이 빠져야 바위를 보고 급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탄강 코스를 답사하다가 우연히 민통선 안까지 걷게 되어 간첩으로 오인 받은 경험은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패들링 스포츠에 뿌리를 둔 박교장의 끝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시험과 연구는 고스란히 박교장의 자산으로 쌓였다. 외국 스포츠 용품 업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시장 동향에 대한 가장 생생한 정보를 갖고 있는 박교장을 스포츠 용품 유통업체에서 그냥 둘 리 없었다. 스포츠 용품 런칭 프로젝트는 박교장의 든든한 아르바이트였다. 또한 스포츠 기기와 장비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만지작거리기 좋아하는 박교장은 최근 7년 동안 겨울철만 되면 백화점 스키샵에서 고객들에게 스키와 부츠를 최적화해서 맞춰주는 아르바이트를 스스로 원해서 하기도 했다.
박교장은 어린 시절 부산 앞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물과 놀았다. 1979년 모교에 입학해서는스킨스쿠버반을 만들었다. 졸업을 앞둔 1985년, 그의 인생을 결정지을 제안이 들어왔다. 1985년, 지금은 작고하신 안석현(66·화학) 동문이 학생과를 통해 박교장을 찾아왔다. 미국 방송사에서 미국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이 팀을 이뤄 <아름다운 한국의 남해안>이란 모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박교장은 다시 올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목포부터 부산에 이르는 48일간의 모험에 도전했다. 박교장과 패들링 스포츠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스스로 개발한 동강 래프팅 코스가 난개발로 인해 초창기의 맛을 잃어 버려 지금 박교장은 그 곳을 찾지 않게 된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로 기억하고 있다. 진정으로 패들링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적극적인 환경주의자가 된다는 것이 박교장의 믿음이다.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이렇게 좋은 스포츠를 다시는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패들링 스포츠의 대중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것이 있다면 향후 20년은 제대로 된 패들링 스포츠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 박교장의 꿈이다. 관계가 소원해진 아버지와 아들이 패들링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부자의 정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런 아름다움을 스포츠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다.
박교장은 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내린천 변에서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맞춰 살지 않고,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박교장에게 창조적인 삶의 전형을 본다.
조광현(88·경제)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대표·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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