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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편지-박희윤(61.경제)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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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4-07 16:53 조회12,3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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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02년 노르웨이 스탈하임 지상 1,000m에 위치한 호텔 정원에서 아내와 함께.


허균(62.영문) 형,

실로 오랜만에 안부 전하게 되는 구료. 허 박사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벌써 7, 8년이 지나고 그동안 연락이 없었으니, 우리 서로 너무 무심했던 것 같네요. 여전히 크레이튼 대학에서 열심히 연구하시고 강의에 여념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편지 쓰게 된 것은, 서강옛집 ‘릴레이 편지’ 코너에 정말로 “영원한 서강 사람”, “서강의 산증인” 이신 서정호 교수님께서 저를 불러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서강 재학시절, 엄격한 학사제도에서 혹시 학생들이 잘못하여 희생당할까 노심초사 우리를 선도하시던 젊고 패기 넘치는 서정호 학생처장님을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몰라주신다고 원망하며 괴롭혔었지요.

허균 동문, 그때 우리는 개교한지 4년밖에 안 되는 서강을 홍보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했습니까? 누가 어느 대학에 다니냐고 물을 때 서강대학이라 하면 그런 대학이 어디 있나, 처음 들어본다는 정도였고, 심지어 고등학교 선생님들조차도 서울에 있는 서강대학을 모르고 있었으니... 우리 학생회에서라도 홍보하기로 하고 첫 계획으로 고등학생 영어웅변대회를 개최했던 것이죠.  

 

트레이시 교무처장님 등 학교의 완강한 반대(아마 실패에 대한 우려와 감히 학교차원의 행사를 학생회에서 할 수 있나?)를 허 동문이 유창한 영어로 그분들을 설득하고, 더 나아가 나와 둘이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즉 영어권 주한 대사관을 방문하여 우리가 하고자하는 영어웅변대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많은 상품과 대사님들이 직접 대회장에 참석하시고 시상까지 해주셨으니..... 정말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면 허 동문의 출중했던 영어실력과 대성공을 거둔‘SOGANG FREE STYLE ENGLISH SPEECH CONTEST’에 대한 감회로, 더구나 다음날 두 영자신문에 웅변대회 소식이 전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됨으로써 서강대학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고 총장님 이하 모든 분들이 좋아하시고 칭찬을 받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허 동문, 우리 기숙사 생활 생각납니까? 아마 16명이 시멘트 블럭 건물에서.... 그래도 즐겁고 낭만적인 대학생활이었죠.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모두가 그리운 얼굴입니다. 한실, 안우규, 정시환, 정우식, 정현우, 김홍량, 조대영, 권중길... 어, 모두 박사학위하고, 대부분 교수들이네요.

당시 한.일 회담 반대 학생운동에 참여하느라 학업을 소홀히 하는 나를 허 동문이 많이 걱정하셨지요. 왜냐면 당신이 나를 학생회장에 당선시킨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에 내가 학사경고로 제적이나 받지 않을까 하고... 우리 학교의 엄격한 FA제도 때문에 다른 대학처럼 우린 거리시위에 동참하지 못하고 대신 내가 서울의 주요대학 학생회장 모임이나 청와대, 국무총리, 교육부장관등 항의방문, 연좌농성에 서강대를 대표하여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였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그 때문에 모자란 공부를 보충하고자 허동문과 함께 기숙사 독서실은 12시면 소등이라 기숙사 옆 창고(온돌방)에서 몰래 장작 피워가며 담요가 타는 줄도 모르고 공부하던 기억도.

요즘 한일협정문서 공개로 시끄럽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매판자본, 굴욕 외교반대를 그토록 항의하고, 더구나 4.19기념식장에서 4.19정신 계승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며 대통령 이하 많은 귀빈들 앞에서 절규했던 나의 기념사 사건... 이것이 당시 TV로 전국에 생중계되어 서강 홍보에 일조한(?) 셈은 되었지만. 이러한 일 등으로 그때 고교선배 형사님이 내일 계엄이 선포되고 내가 수배 중임을 귀띔 안 해주셨으면, 또 서정호 당시 학생처장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한 달여간 피신 생활도 못했을 것이고, 아마 구속되어 형을 받았을 것이니, 학사관리가 엄격하고 특히 당시 우리의 신부님들은 학생이 정치활동(학생운동을 그렇게 봄)하는 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분들이니 제적되어, 오늘 이러한 “릴레이 편지”로 허 동문께 소식도 못 드릴 뻔했습니다.

나의 졸업을 많이 축하해주셨지요. 졸업선물로 준 대한극장 표 2장. 형수 될 그 사람과 꼭 함께 가라면서. 아 그런데 집사람은 그때 극장 간 기억이 없다고 하네요. 혹시 묻거든 모르는 일이라고... 부탁합니다.

허 동문, 정말 서강인으로 허균 박사, 허 교수가 계시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허 교수가 크레이튼 대학교에서 당국이나 학생들의 평가에서 몇 년째 최우수 교수로 선정된 것은 물론, 미 오하이오주가 선정한 최고의 경영학 교수로 정부정책에도 많이 관여하신다는 얘기를 최근 미국을 다녀온 서강의 모교 교수로부터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서강을 빛낸 자랑스러운 서강인 허균 동문,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박희윤(61·경제) 동문은 모교 재단법인 사무처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경기도 수지에서 서강대 SLP 영어학당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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