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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대학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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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3-03 11:03 조회26,2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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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한 학기 먼저 대학에 다녀요”


수시 합격생, 미리 수업 듣고 알찬 대학생활

정시 입학생보다 쉽게 적응하고 학점 좋아

 

서강은 요즘 특별한 조교를 모집하는 기간이다. 1학기 수시모집 입시에 합격하여 내년 이맘때 입학하게 될 예비 서강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조교들이다. 이름하여 예비대학 조교. 자격기준이 딱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예비대학 조교는 지난해 수시에 합격하여 예비대학 생활을 하다 이제 막 입학식을 거친 1학년 학생들이 맡곤 한다. 그러니까 예비대학 경험은 바로 위 선배로부터 대물림된다. 공식적으로집계된 바는 없지만 예비대학 조교는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임된다. 스스로 경험한 예비대학의 기억이 좋다는 뜻일 거다. 예비대학에서 후배를 만나는 일이 충분히 보람 있을 거란 기대가 크기 때문일 거다. 이들이 조교 신청서를 쓰며 떠올린 지난 한 해는 이렇게 흘렀다. 

 

6월. 그래, 결정했어! 서강대학교에 원서를 쓰기로 했다. 반년 쯤 수능 준비를 더 하면 관악산 자락 모 대학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서강대학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고등학교 교사인 삼촌도 서강이라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7월. 무시무시해 보이던 심층면접도 거쳐, 드디어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쥔 날, 당장 대학생이 된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그런데 여전히 수험생인 친구들을 보면, 난 이제부터 뭘 해야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8월. 23일 부터 의정부에 있는 한마음 수련장에서 서강대학교 예비대학 오리엔테이션 캠프가 열렸다. 2박 3일동안 붉은 색티셔츠를 함께 입은 친구들과 부대낀 시간이다. 자기소개 할 때 머쓱했던 느낌은, 조별 장기자랑이며 포크댄스의 난장 속에 금세 사라졌다. “성의 이해와 건전한 이성교제"에 대한 교수님의 강의와 변호사 선배님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조교' 명찰을 단 선배들과 함께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어울릴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나도 슬슬 대학생이 되어 가는 걸까? 

 

9월. 예비대학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김용해 교수님이 강의하는 필수과목 ‘젊은이의 행복학'은 사이버강의였는데, 27일에는 출석수업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때 어울렸던 친구들을 대부분 다시 만났다.이날은 특강도 있었는데, TV에서 본 적이 있는 출판평론가 표정훈 선배가 "바람직한 책읽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야 할 것 같다. 28일에는 체육관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10월. 요즘은 예비대학 홈페이지에 매일 들른다. 같은 조 친구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같이 밥 먹고 같이 공부하고, 노래방에도 갔다. 기차 타고 대성리로 M T를 다녀오기도 했다. 선택 과목으로 '기초대학수학'은 매시간 출석해야 한다. 어려워서 따라가기에 벅차긴 하지만, 난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11월. ‘젊은이의 행복학' 종합발표회가 22일에 열린다. 무얼 준비할까 열심히 궁리중이다. 로욜라 도서관에도 가봤다. 책향기 속에 파묻혀 몇 시간이고 보내기도 했다. 우리 조는 연극을 하기로 했다. 심포지엄을 준비한 조도 있고, 어떤조는 뮤지컬을 해보기로 했단다.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진짜 대학생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공간에 발들일 때의 막연한 느낌은 가시고 없다. 한 학기 동안 먼저 대학의 공기를 마시며, 내가 해야 할 공부, 내가 키워나가야 할 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게다. 예비대학 조교를 모집한다고 한다. 입학식을 막 마친 대학 신입생인 나는, 벌써부터 올해 예비대학에서 ‘후배'들 과 부대끼는 상상을 해 본다. 

 

서강인 자부심 강해

연말에 전국적인 대학입시를 거쳐 이듬해 2월의 입학식에서 일괄적으로 대학생이 되던 시대에 예비대학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았다. 그런 말이 있더라도 학생회 등에서 마련하는 잠깐 동안의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예비대학은 수시입학이라는 최근의 입시 제도에 의해 대학의 교육과정 속에 들어왔다. 매년 7월, 1차 수시모집 입시를 통해 합격자가 발표되고 나면 예비대학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다. 여름방학에 열리는 오리엔테이션 캠프를 시작으로, 2학기 개강과 함께 예비대학의 예비 서강 가족들은 수업도 듣는다. 한 학기 수업을 고스란히 이수한 예비대학 학생들은 이 때 얻은학점을 정규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예비대학을 거친 학생들은 정시입학으로 들어온 학생들에 비해 적응도 잘 하고 학점도 좋게 나온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예비대학 주임교수인 김용해 신부는 “예비대학을 통해 대학에 처음 들어와서 겪게 마련인 시행착오를 이미 거쳤기 때문에, 헤매는 시간을 줄이고 안정감 있게 대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또한 처음 합격한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고 재수나 ‘반수' (대학에 다니면서 재수를 준비하는 것)를 선택하는 모습을 예비대학 출신 학생들에게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처음부터‘나는 서강인이다'라는 강한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다 보니 대학 당국의 입장에서도 수시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고 한다. 예비대학 간사를 맡아 실무를 도맡아해 온 이근상 수사는 "수시지원자들이 대부분 부모나 주위의 친지들로부터 서강에 입학할 것을 권유받거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온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당초 학교에 대한 호감을 갖고 출발하므로 애교심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예비대학을 운영하는 데에는 조교들의 역할이 관건이다. 조교들은 봄부터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오리엔테이션 등의 행사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일상적으로 예비대학 후배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학업이며 생활을 돕는다. 학생회 활동이 활발하던 시절의 학생회 간부 역할을 조교가 맡게 됐다고나 할까. 대학에서 마련한 터를 조교들이 쓸고 닦아 예비 서강가족이 기꺼이 뒹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 입학 예정자를 위한 사전 프로그램은 홍보나 유인 수단으로 마련되기 십상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대학간 경쟁의 현장에서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는 일이란 적지 않은 정성을 기울여야할 사업인 탓이다. 더구나 수시입학이라는 제도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될성부른 떡잎'을 일찌감치 확보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겨나게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학생을 모집할까하는 노력에 비해, 그렇게 뽑아놓은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생활은 고등학생, 내용은 대학생'인 학생들을 누구도 보듬어주기 어려웠다. 대학의 새로운 가족이 무의미하게 낭비할 지도 모를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하자는 관심에서 예비대학은 시작됐다.

 

예비대학은 서강에 잘 어울리는 교육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은 대학의, 작기 때문에 학생들을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장점들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입시제도가 다시 바뀌면 예비대학이라는 과정이 필요 없게 될지 모른다. 다만 그때에도 예비대학의 정신은 변함 없기를 바란다.

 

예비대학이란?

예비대학은 말 그대로 대학에 미리 합격한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대학 예비 프로그램이다. 현행 입시제도에 의해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이 대학생활에 보다 쉽게 적응하도록 돕고, 한 학기 남짓한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예비대학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 캠프, 교과목 이수(6학점까지 가능), 체육대회, 학술발표회, 기타 조별 활동 등에 참가하며 대학생활에 준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른 대학에서도 수시 합격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곤 하지만, 서강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본격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대부분이 강연회 한 두 차례 마련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서강에서처럼 학점을 미리 이수하는 과정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이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신분은 여전히 고등학생인 수시 합격생들의 애매한 처지를 대학 당국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데이 1차적인 사정이 있다. 또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자연 수시 합격생의 숫자도 많으므로, 적절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서강의 경우 수시 합격생이 160명이 채 되지 않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쉬운 편이다. 그렇지만 대학이 교육기관의 입장에서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얼마나 느끼느냐가 예비대학 운영을 좌우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비대학은 올해부터 단과대학으로 승격되는 교양과정부에 속하게 됐다. 그동안 입학처와 교목실에서 관리해온 예비대학의 교욱 내용을 더욱 내실 있게 하고자 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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