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월마트의 소비자 으뜸주의…한국서 새롭게 꽃피울게요" 2003/11/27(조선일보) 홍보만 20년…임원 15명중 유일한 토종 "윤리경영등 유통업 선진화 앞장설 것"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의식 때문에 여기까지 왔지요.” 올해 5월 월마트 코리아의 신규 임원으로 합류한 박찬희(朴 喜·46) 홍보담당 상무는 “유통업에 관심이 있었던 차에 제의를 받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상무는 지난 80년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20여년 간 하얏트·르네상스를 비롯한 호텔과 홍보대행사 등에서 잔뼈가 굵어 유통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호텔에서 일하면서도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흐름을 거슬러 가라(Swim upstream)’라는 말을 되새겼다”며 “‘소비자주의’ 시대에 월마트에서 배울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이력서를 준비하면서부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회사)’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는 “회사에서 궁금해 할 게 무엇인 지에 초점을 맞춰 지금까지 맡았던 업무를 이슈관리·대정부관계·소비자단체·자선행사·언론홍보 등으로 나눠 12페이지 짜리 이력서를 만들었다”며 “소개 서류를 보내자 바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면접 때 “소매업 경험이 없다”고 하자 월마트 본사 임원은 “우리가 원하는 건 월마트의 기업 문화와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파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국내 이미지 관리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임원급 자리를 만들었던 월마트 코리아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했던 박 상무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입사 후 6개월 만에 회사의 ‘대변인(spokesperson)’으로서 월마트 철학의 전도사가 됐다. 박 상무는 전국에 산재한 15개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한 달에 하루 이틀은 지방 출장을 간다. 강남·일산·평촌·구성(용인)의 수도권 매장은 일주일에 하루씩 시간을 내서 찾는다. 매장에서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지역 부녀회 간부 등 주부들과 시·구청 공무원들. 지방대에 월마트의 경영 철학에 관한 초청 강의에도 나간다. 박 상무는 “사람들 만나는 자리에서 월마트는 한국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월마트 코리아는 3500여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98%가 한국 물건인데다, 연간 5600억원을 수출하는 ‘수출 기업’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월마트 코리아가 잘 되는 게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 상무는 또 “월마트 코리아가 윤리경영 원칙을 한국 유통업계에서 선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협력업체에서 차 한 잔, 밥 한 끼라도 접대를 받으면 결국 고객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철저하게 접대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기존에 있는 걸 따라가기보다는 회사 내에서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며 “직원들에게 미국 회사에 다닌다는 의식보다는 한국 소비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박 상무는 월마트 코리아 임원 15명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토종 여성 임원이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지난 98년 한국에 진출했다. (방현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