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짤막하니 보았던 임향화(71.국문) 동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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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9-24 17:09 조회16,382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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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멋쟁이들이 '강추'한 네 손맛이 자랑스럽다.
세월이 빠르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즈음이야. 그리고 왜 그리도 꽃이 고와 보이는 걸까? 난 워낙 나무를 좋아하니까 똑똑 꺾어 잘라 작품이라고 꽂아 놓은 꽃이 별로였거든. 그냥 놔두고 볼 일이지 뭐 할라고 싹둑싹둑 잘라 자기 눈에 맞추어, 또는 꽃꽂이 기본 구도인 삼각형에 맞추어 이리저리 공을 들이는지 말이야. 그런데 한 마흔 아홉부터인가 꽃이 예쁘게 내 마음에 들어오고 심지어는 내 집안에도 들여놓고 싶어지는 거 있지? 주말이면 우리 동네 꽃시장 둘러보고 이런저런 들꽃 분위기의 꽃을 다발로 사다 뭉청 꽂아두고 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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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그 어린 눈에 교정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친구가 너였다. 그렇다고 변죽 좋게 말을 건넬 내가 못되지. 영문과 69학번 박찬응 선배와 가까운 덕에 그저 몇 번 얘기 나눈 기억은 난다. (너도 그 선배와 같은 연극반이었지?) 73년 여름방학 전인가? 비가 억수로 퍼붓던 날 초등학교 동창인 우리 뒷집아이가 후박나무꽃다발을 해 들고(걔네 집 후박나무가 아주 탐스러웠거든) 서강 교문 앞에서 하염없이 빗속에 서있는 걸 보았지. 아주 쫄딱 비에 젖어서 딱해 보였다. 나중에 10년 쯤 뒤에 뉴욕에서 만나 그 이유를 물었더니 너를 보려고 그랬대. 교정에서 오가며 잠시 얘기 나누던 네가 새삼 그리웠다. 눈빛이 좀 달랐어. 넌. 연극반 활동을 했고 나중에 오태석 선생 작품으로 뉴욕 등지로 해외공연에 나섰다는 소식도 바람결에 들었고 압구정동 그 멋진 동네 코너에 눈여겨봤던 예쁜 아기 옷집도 네가 하는 일이란 소문도 들었지. 아하! 그렇구나. 어울린다! 너 답다… 싶었다. 그리고도 다시 20여년이 지나, 어느 여성지에서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우리 음식점 소개에서 너를 다시 봤어. 역시 예사롭지 않은 그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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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그렇게 건너건너, 지난 해 늦가을 널 가까이 만나 다문 몇 시간이라도 같이 보낸 건 정말 반가운 만남이었다. 뉴욕 소호에 네가 낸 '고리'란 음식점 얘기와 너 시집가서 해 댄 음식 얘기를 들으며 이제는 달라진 네 눈빛도 보았다. 그런데 내 눈에 다시 들어온 건 너의 손이었어. 일 많이 한 손가락 마디들이 어린 날 네 눈빛보다 강한 인상을 주더라. 그 손의 느낌이 참 좋았다. 난 그런 손 좋아하거든. 눈빛보다 더 많은 얘길 해 주더라. 몸으로 때우고 직접 부딪히며 살아 온 네 삶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았어. 요새도 뉴욕 오가느라 피곤하겠지. 힘든 불경기 속에서도 뉴욕의 멋쟁이들이 강추한 맛집 베스트에 들어가 있다니 참 자랑스러웠어. 며칠 전 전화했더니 네 아들이 받더라. 설명 없이도 알 수 있었어. 네 음성이 그 속에 있었으니까. "엄마 뉴욕에 가셨는데요. 한 달쯤 계실 거예요." 그래, 그래. 우리 건강하게 잘 늙어가자.
이글을 쓴 양희은(71.사학) 동문은 제1세대 포크 싱어로 통기타와 청바지가 상징하던 70년대 청년문화를 거론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국민가수이다. 대표곡인 '아침이슬''상록수'를 비롯,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아름다운 것들''한계령''네 꿈을 펼쳐라' 등 수많은 주옥같은 노래들을 불렀으며 활발한 콘서트 활동으로 한국 포크계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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