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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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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8-08 15:08 조회15,5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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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젊음의 그 풋풋한 시간을 찾아줬으면… 

 

양희은 동문께. 릴레이 편지를 받아야하는 한현 동문은 결국 찾아내는 데 실패를 했습니다. '예수의 삶을 따라 사는 작은 성녀'쯤으로 사람들은 얘기를 했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수줍은 듯 약간의 미소를 띠던 '피터팬'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던 한현 동문을 찾는 데 실패, 릴레이 편지를 이어가야하는 대타로 서강옛집 편집위원들은 저를 지목했고, 그 날부터 한 달도 넘게 고민을 했답니다. 문득 윤동주의 시 한 귀절이 떠올랐습니다. '별을 헤는 밤'이었던가요?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살아온 날들 속에 인연 맺어졌던 그 수많은 이름과 얼굴들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영롱한 별빛처럼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제 곁을 맴돌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회한으로, 때로는 미소 속에, 그리고 때로는 희미한 그리움으로 어느 땐 절절한 아픔 같은 보고픔으로. 그 수많은 별들 중에 아직도 제게 그 빛이 형형한 유난한 별, 양희은 동문을 불러봅니다. 71년 가을 어느 날 밤, 잠시 멈춘 시골 버스 정류장, 생소한 어느 목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들려나올 때 이상한 전율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 충격을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구지? 누굴까?'는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며칠 후 '서강대학생, 양희은'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서강'이라는 아련한 이름과 양희은이라는 선머슴 같던 후배의 그 청아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양동문은 제게 특별한 느낌과 인연으로 다가왔답니다. 

 

82년, 동문회 일을 시작했습니다. 얇은 동문 주소록을 펼쳐 하나하나 이름을 읽어갔습니다.(그 때 동문이라야 6천7백명 정도였지요) 이름 하나와 이름 뒤에 얽혀져 나오는 숱한 사연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일로 제 일이 시작이 됐었고,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엮어가는 일이 가장 활기찬, 그리고 신나는 일일까를 고민하는 일들이 제 일이었었습니다. 양희은이라는 이 보석같은 동문을 동문들 앞에 모셔오는 일 그것은 제 개인적인 큰 소망 중 하나였답니다. 87년 가을 체육관을 가득 메운 열기 속에 몇몇의 청바지와 통기타를 대표하는 가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때의 주 관객은 대학 재학생들이었음), 어느 날 꼭 양동문을 초청해 이러한 열기와 감동의 시간을 동문들과 가져야겠다고 다시 다짐했었고, 그 이후 몇차례 양희은 동문께 이런저런 제안을 드렸던 것을 기억하실런지요. 뉴욕으로 전화를 드렸던 것은 92년 봄이었었고, 가든호텔(지금은 홀리데이인) 커피숍에서 당시 총무였던 김기춘 동문과 한 시간여를 '양희은 콘서트'에 대하여 청을 했던 그 때가 96년으로 기억이 되네요. 

 

작년 가을 양희은 가요 '30년'의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켜보며, 이제는 풋풋한 싱그러움은 아니지만 '세월이 주는 편안함'으로 더욱 친밀한, 하지만 여전히 맑고, 투명한 그 푸른 가을 하늘을 닮은 목소리와 함께하는 공연을 지켜보며 내내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여자동문들의 자리를 한 번 마련했으면 좋겠다. 때로는 기억 속에서 바람 많은 서강의 언덕을 품고 있는 사람들, 아련한 추억 속에 잊혀져가는 시간의 파편들을 가끔은 주워드는 사람들, 그립지만 뭔가 멈칫대고, 주저해지고, 하지만 선뜻 나서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그 옛날의 교정이 그리운 그 동문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그 자리에 양희은 동문이 우뚝 서 준다면 얼마나 눈물겨운 감동의 시간이 될 것인가. 서강의 잔디밭이어도 좋고, 강당이어도 좋고, 아니면 동문회관의 홀이어도 좋고. 양동문의 그 청아한 목소리는 다시금 시계를 뒤로 돌려 20년 또는 30년 저 뒤편으로 데리고 갈 것이고, 한, 두시간 동안 과거여행으로의 초대시간이 될 수도 있을텐데. 상상만으로도 제 가슴은 훈훈한 불을 지핀 듯 따뜻해져 왔답니다. 아마 어느날, 양희은 동문은 누구의 청에 의해서가 아니고, 스스로 과거를 만나는 자리를 기꺼이 마련할 것이라고, 아직도 양희은을 자랑스러워하는 그 동문들을 위해. 잃어버린 젊음의 그 풋풋한 시간을 찾아주기 위해.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 시대의 모든 친구들과의 훈훈한 교감을 위해.

 

김미자(64.국문, 동문회 사무국장)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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