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3사 편집국장 ‘경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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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7-18 10:07 조회20,1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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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3사 편집국장 ‘경제통’
2003/07/18(미디어오늘)
동아일보가 지난 10일 이규민 논설위원을 편집국장으로 내정함에 따라 우리나라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편집국장이 모두 경제부장 출신으로 채워졌다. ‘경제부장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언론계에 ‘경제부 전성시대’가 개막된 것은 사실 오래 됐다. 90년대 이후 증면경쟁이 시작되면서 신문시장의 생존싸움이 본격화됐고 이에 따라 경제부가 차지하는 기사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각 신문사별로 ‘조선경제’ ‘중앙경제’ ‘동아경제’ 등 경제섹션을 만들면서 “경제신문을 하나 더” “종합지속의 경제신문”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 시작했다.
지난 날 사회부를 ‘신문의 꽃’이라 부르고, 정치부를 거쳐야 편집국장으로 중용되던 시기는 이제 지나간 것이다. 현직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 또한 정치부나 사회부가 아니라 경제부와 문화부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신문사측에서도 광고유치 등 신문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제부 출신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앙일간지 편집국장은 “경제보도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신문을 만드는데 경제문제에 대한 상식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제부장들이 편집국장으로 중용되기 시작한 데에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조중동 3사 편집국장의 약력은 이같은 분석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1년 6월 조선일보 편집국장으로 취임한 변용식 국장(54)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차장, 부장, 사장실장을 거친 경제통이다. 변 국장의 경우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과 사회부장도 역임했지만 28년의 언론계 생활 중 경제부 기자를 가장 오래 했다.
변 국장이 펴낸 ‘재벌25시’와 ‘세계경제대전’이라는 책만 봐도 경제통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차기 편집국장으로 유력시되는 송희영 편집국 국장대우 역시 경제부장 출신으로 경제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중앙일보 이장규 편집국장(53) 또한 2001년 7월 취임했는데 76년 중앙일보 입사 뒤 경제부 기자와 중앙경제신문 정경부 차장, 중앙일보 경제1부장, 경제에디터, 전략기획실장 겸 회장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국장 역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91)’, ‘한국경제 설땅이 없다(93)’, ‘실록6공경제(94)’ 등 모두 경제와 관련한 책들을 펴낸 경제통이다.
지난 10일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내정된 이규민 편집국장(54)은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방송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과 부국장 겸 경제부장을 역임했다. 이 내정자에 앞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용정 전 편집국장의 경우도 경제부 기자와 차장, 생활경제부장을 거친 경제통이었다.
변용식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이장규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만 2년째 편집국장을 맡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미 2년 전 경제부장 출신들이 조중동 편집국장을 모두 차지했던 것이다. 한 언론계 고위간부는 “독자들의 관심이 정치에서 경제로 옮겨간 지 오래 됐다. 그래도 정치부장의 경우 아직은 편집국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 편이지만 편집국의 주요 3부서 중 하나였던 사회부장은 앞으로 편집국장이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간부는 또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던 한국일보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부장 출신이 편집국장이 될 경우 신문사 경영의 주수입원인 광고유치에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본주의화된 신문시장에서 경제부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장규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이제 경제부는 오히려 사양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정책사회부를 정책기획부로 바꿔 복지와 교통, 노동, 환경 등을 담당하게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회부내에 경제부를 만든 것이다. 복지정책보다 중요한 경제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는 옛날식의 경제부는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유치와 관련한 편집국장의 역할에 대해 이 국장은 “내 경우 광고수주에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신문사에서 광고쪽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을 경우 편집국장을 역임한 사람을 광고국장으로 보내 광고유치를 하려고 하지만 차라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메이저신문사는 그런 게 없다. 결국 신문제작의 독립을 위해서는 신문사 경영구조가 단단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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