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A인터뷰]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지성의 발자취를 따라-컴퓨터공학과 김승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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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2-18 17:40 조회3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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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서강알바트로스학술상(Sogang Albatross Academic Award, SAAA) 수상자 인터뷰 :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지성의 발자취를 따라-컴퓨터공학과 김승욱 교수"
어떤 이들은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며 가끔은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해 고통을 겪고, 때로는 외로움 속에서 고독함을 품으며 삶을 살아간다. 기업에서의 화려한 커리어를 쌓기보다 조용한 연구실을 택했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서강가족인 동시에, 오늘도 모교인 서강에서 연구에 매진하며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본인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김승욱(89 전산) 교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았다.
▲ 모교 컴퓨터공학과 김승욱 교수
Q1. 안녕하세요, 김승욱 교수님. 먼저 이 인터뷰로 동문이신 김승욱 교수님을 처음 뵙게 될 서강 가족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강가족 여러분. 저는 1970년 생으로 서강대학교 전자계산학과 (현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Syracuse 대학교에서 Computer Science 박사학위(2003)를 받았습니다. 2005년 중앙대학교 교수로 처음 교단에 서게 된 이후, 2006년부터 제 모교인 서강대학교 교수로 연구 활동과 교육 활동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지난 1월 9일, 2025 서강동문 신년하례식에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서강알바트로스학술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 상은 학문과 기술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신 서강의 연구자들의 공로를 기리고자 제정된 뜻깊은 상인데요. 수상하신 소감과 함께, 지금껏 걸어오신 연구 여정에서 이 상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2025 서강알바트로스학술상을 수상한 김승욱 교수(오른쪽)
사실 저는 햇빛 아래에 서도 그림자조차 생기지 않고, 자동문 앞에 서 있어도 문이 열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존재감이 거의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쓸쓸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좌절 속에서 주저앉았던 많은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너무 상심이 컸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고 생각하니 그때 좌절했던 제 모습이 마치, 자신이 친 게 홈런인 줄도 모르고 전력 질주하다가 넘어진 야구선수 모습과 오버랩되었습니다. 그 선수는 자신이 당연히 아웃된 줄 알고 민망해서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넘어져 있었는데요, 제가 너무 안타까워서 옆으로 가서 얼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일어나세요. 당신 홈런 친 거에요!” ‘서강알바트로스학술상’ 은 이처럼 내가 옛날에 좌절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아웃’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배경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상은 긴 연구자로서의 여정 중에서 겪었던 수많은 좌절의 순간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준 것입니다. 나 스스로 내가 옛날에 살아온 길들이 그다지 나쁜 게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하도록요.
또한, 제가 동문 교수이기 때문에, 모교의 동문들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여 선정된 상이기에 여느 학회에서 받았던 상보다는 남다르기도 합니다.
Q3. 현재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2년 전에는 학과장을, 현재는 교수로서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게임 이론 기반 네트워크 운영’이라는 세부 전공 분야에 대해 서강가족 분들께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해당 연구의 주요 내용과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 기술적 기여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전공은 무선 네트워크입니다. 현재는, 게임이론을 이용한 ‘네트워크 디자인’ 부분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기반으로 경제학의 ‘자원 할당’ 차원에서 널리 사용되던 게임이론은 최근 네트워크 디자인 분야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통신 네트워크에서 게임이론의 응용 분야로는 혼잡 제어, 네트워크 라우팅, 네트워크 부하균형, 통신보안, 대역폭 가격선정, 무선 협력통신, 트래픽 컨트롤, 전력제어, 사물인터넷(IoT) 자원 할당과 서비스 품질(QoS) 보장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합니다. 부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게임이론은 경쟁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론을 제공합니다. 게임이론은 원체 훌륭하고 아주 아름다운 수학적 미를 가지고 있기에, 현대에 와서 게임이론은 예술과 문학, 의학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이 적용된 성공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네트워크 분야에서 게임이론이 활발히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앨 고어(Al Gore) 부통령 시절, 무선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경매 방식을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경매 기반 할당 메커니즘은 자원의 최적 배분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Q4. 2025 을사년이 밝은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새해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뜻깊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교수님께서 개인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올해 새롭게 다짐하신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구자로서 장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게임이론은 단순한 이론 (theory)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수많은 이론들이 모여 다양한 분야에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방법론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의 단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 중에서도,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학습하여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다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분야에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게임이론에서 게임 플레이어가 인간이라 생각하고 모델을 하면 항상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라 학습하는 존재라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장기적으로는 게임이론과 학습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미래 네트워크 운영을 위한 새로운 지능적 게임 패러다임 (intelligent game control paradigm)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연구 분야 외, 개인적으로는 와인과 위스키 같은 술을 지금까지 너무 좋아해 왔기 때문에, 올해는 건강을 생각해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Q5. ‘서강알바트로스학술상’은 서강대학교가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자들의 노고에 대한 치하와 더불어, 연구 환경을 더욱 지원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정된 상이기도 합니다. 모교는 지속적으로 연구 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연구자 지원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현재 서강대학교의 연구 환경과 연구 지원 제도에 대해 어떻게 체감하고 계신가요? 또한, 연구 지원 방향에 대한 실무적 관점에서의 개선점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첨언 부탁드립니다.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사실 한국의 모든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인풋과 아웃풋은 일정 부분 비례합니다. 투자가 있어야 결과가 있겠지요. 서강만의 차별점이 살아있어야 투자도 느는데, 현재 서강이 받고 있는 투자 현실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쉽긴 합니다. 사실상 모든 연구가 돈에 비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2024년을 기점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고, 이것이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 조직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이유로 대표적인 것은 주어진 역할의 ‘책임’에 충실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로서, 개인 생활을 희생해서라도 연구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역할이고 역할에 맞는 성과를 보이는 것이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최소한 방학이던 휴일이던 명절이던 최소한 연구실에 앉아 있을 수 있게만 해 주신다면, 연구 실무적 관점에서 바라는 바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연구자로서, 이 기본적인 환경 제공에 대한 요구가 무리한 수준의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6. 교수님께서는 1989년 전자계산학 전공으로 서강대학교에 입학하셨고, 이후 모교에서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해 오신 지도 어느덧 36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서강과 함께해 오신 만큼, 기억에 남는 특별한 순간이나 서강이 교수님의 삶과 연구에 끼친 영향을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또한, 이러한 경험을 통해 품게 된 연구자로서의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강대학교는 제 모교이죠, 라틴어로 Alma Mater입니다. 의미는 영혼의 어머니라는 거지요. 세상을 살면서 모두가 느끼는 것이지만 어머니처럼 좋은 존재가 어디 또 있나요? 영국여왕의 부귀와 권세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자기 어머니보다 더 좋지는 않겠지요. 교단에 서는 모든 교수님의 마음은 하나일 것입니다. 교수로서 가장 큰 영광은 모교의 교단에 다시 서는 것이겠지요. 제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모교’ 라는 단어를 몰라 서강대학교를 소개하면 my mother’s university 라고 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콩글리쉬가 없는데, 신기하게도 미국사람들이 “아, 네가 그 학교 졸업했구나!”라고 모두 알아듣는 겁니다. 모교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그 어머니라는 의미는 이처럼 만국공통어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서강대학교는 저에게 어머니와 같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저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었는데, 저는 그저 과분하게 받기만 하고 보답한 것은 거의 없고, 그래서 한없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의미요. 서강대 교수로서 연구의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제 Alma Mater 에게 아무리 보잘것없고 미약해도 나만의 아이디어로 논문을 써서 학문적 기여로 효도하고 싶습니다.
저의 아버지도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셨고 73년에 정치외교학과를 설립하셨습니다. 1997년에 은퇴하셨지만,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서강대학교를 방문하며 신기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국민학교 학생일 때, X관이 처음 지어져 아버지 연구실이 그곳으로 이사하던 날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서강과 함께 해 온 김승욱 교수
또, 저는 나름 독실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처음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신앙심이 깊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매주 주일 미사에 참석해 왔습니다. 서강대학교는 제 신앙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준 곳입니다. 절두산 성당을 비롯해, 현재 제 본당인 성산동 성당과 함께 신앙의 중심이 되어 주었습니다.
특히, 저는 서강대학교 메리홀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고, 세례를 주신 분은 서강대 교수였던 파렌 신부님이셨습니다. 또한, 한국 평신도협의회 회장이셨던 박정훈 회장님을 대부로 견진성사를 받은 곳도 서강대였습니다. 저에게 서강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집과 학교, 신앙이 하나로 연결된 ‘덕업일체’의 공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이자, 동료 교수님들, 어릴 때부터 뵈었던 예수회 신부님들과 선생님들이 계시는 종갓집 같은 곳이었죠. 무엇보다 캠퍼스 내에 성당이 있다는 점이 너무나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Q7. 교수님께서는 10년 이상 꾸준히 연구를 이어 오시며 130편이 넘는 SCI/E 논문을 단독 저자로 발표하셨고, 국제 저명 출판사인 IGI 글로벌에서 출간하신 두 권의 저서는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운당학술상 논문대상을 수상하시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구자로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동기나 가치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상은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니라 잘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연을 했다고 그것이 다 명연기는 아니겠지요. 열연이 아니라 명연기를 한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습니다. 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나마 상을 좀 받았던 제 국민학교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썩 잘하는 게 없었던 저는 그 시절 나름의 열연을 펼친 뒤 ‘장려상, 인기상, 참가상, 스타상’ 등등 별 의미 없는 상장을 손에 들고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잘했든 못했든 모두에게 골고루 상을 나눠주는 게 미덕인 나라이기에 ‘노력상’ 같은 이상한 부문까지 만들어 주었겠지요.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상이 노력상입니다. 확실한 건 저는 ‘재능파’는 아닙니다. 저는 굳이 말하자면 노력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노력상을 많이 받은 사람답게 오기와 결핍을 원동력 삼아 지금껏 버텨왔기에 오늘 이런 큰 상까지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Q8. 마지막으로, 연구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으시다면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2025년을 맞이하는 연구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가 있다면 함께 부탁드립니다.
혁신은 아웃사이더가 일으키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다양성과 차이의 공존이야말로 창의력의 기반이 되는 것, 혁신과 직결된 학문 영역에서는 특히 이 점이 결정적입니다. 제가 보기에 혁신적인 연구자가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다만 간단해 진다는 게 참으로 어렵습니다. 2025년에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 질주 본능을 일깨우는 게 어떨까 합니다.
김승욱 교수(전산 89)가 꾸준히 해온 노력은 올해 2025년 초, ‘서강알바트로스학술상’ 수상으로 빛을 발했다. 쉽게 얻어진 성취가 아니라, 고독하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쌓아 올린 시간과 열정의 결과였다. 그는 오늘도 목표를 향해, 본인이 걸어가야 하는 길을 탐색하고 나아가고 있다.
모교인 서강대학교는 그에게 연구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의 의미를 넘어, 그의 정체성의 뿌리를 내린 곳이다. ‘무소의 뿔’처럼 꿋꿋이, 그러나 단단하게 혼자서 걸어온 김승욱 교수의 연구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한서정(23 경영) 서강옛집 기자
서강옛집 담당 이수민(14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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