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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동문회 장학생으로 보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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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11 17:46 조회4,1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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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철학과 19학번으로 자기설계 전공인 창의비주얼아트를 복수 전공하고 있는 정세희입니다.

지난 여름 뉴욕동문회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7~8월을 보내며 서강의 일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소중한 날들을 기억하고 또 선배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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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1. 뉴욕동문회 장학생을 지원하며

 

2023년 1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우연히 학교 국제처 홈페이지에서 장학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입학 때부터 꿈꿨던 교환학생을 포기하고서는 국제처 홈페이지를 둘러볼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신기한 일입니다.

항공편과 수업료, 숙박 등 엄청난 지원을 한다는 공고에 두근거림이 있었으나 선정자가 한 명이라는 사실과 촉박한 마감기한에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작은 기대와 큰 소망, 약간의 체념이 섞인 마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연락을 받은 것은 4월 초였습니다.

 

사실 기다리는 동안, 학교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아쉬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학기 초임에도 유독 조급하고 괴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뉴욕동문회 해외연수 장학생 선정 소식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가슴 뛰는 일이었습니다.

설레는 두근거림은 또한 긴장의 시간이기도 했는데, '면접'에서 언어 능력과 적극성, 예절과 우수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면접에서 뵌 뉴욕 동문회장 선배님께서는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선배님께서 저에게 처음 하신 질문은 "미국 서부도 가고 싶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것을 보고 싶냐고, 스테이크도 먹으라는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총동문회 선배님들의 따뜻한 미소와 뉴욕 선배님의 다정한 말씀과 함께 긴장이 풀렸던 그 순간은 울컥하리만큼 특별했습니다.

'후배이기 때문에', 학교의 커뮤니티가 이토록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 다녀온 경험 이상으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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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에서 머물렀던 팰팍의 선배님 댁>

 

2. 뉴저지에서 뉴욕을 오가며

 

미국에서도 역시 매일 선배님들의 따뜻함 속에서 일상을 지냈습니다. 뉴욕 동문회장 선배님께서는 비가 쏟아지는 늦은 밤, 손수 공항으로 마중 나와주셨습니다.

처음 도착한 미국의 공항, 처음 달리는 미국의 고속도로, 처음 보는 미국의 집들, 다이너에서의 첫 아침 식사, 처음 사보는 미국 통신사의 유심칩, 미국 로컬 베이글 맛집의 첫 샌드위치, 모든 처음을 약간의 긴장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선배님의 배려 덕입니다.

 

다음 날부터 머문 곳은 팰팍의 다른 선배님의 집이었는데 1달 반이라는 긴 기간 동안, 낯선 후배에게 방 하나를 흔쾌히 내어주시고 다양한 사랑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고 가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웠을 후배에게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시고, 밤늦게 같이 만두 빚으며 조언도 해주시고, 떠나는 날까지 배려해 주신 것은 물리적 시간만이 아니라 후배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매일 같이 뉴저지와 뉴욕을 오가면서, 팰팍으로 향하는 166번 버스를 타면 마음이 놓였던 것은 선배님이 계신 안락한 '공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배님은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또 선배님 덕에 워싱턴DC도 가보고 기업행사 견학도 하고, 선배님의 유학 시절 얘기와 열정적인 활동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특히 철학과 선배이자 영화감독 선배님께서 영화 상영회를 개최하여 많은 동문 선배님들을 뵐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뜻을 위해 세계를 다니며 영화를 찍고 계시는 영화감독 선배님은 물론이고, 미국의 문화에 대해 화수분 같은 얘깃거리를 가지고 계시고 아름다운 사업을 하시는 선배님, 가장 섬세하고 곧게 사람을 잇고 행사를 지탱해주시는 선배님, 어린 시절부터 국제적인 배경을 가지셨던 선배님, 가까이 스쳐 지나다가 미국에서야 만나게 된 선배님들의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웠고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살갑고 다정하셨던 선배님들 덕분에 진로와 관련한 뜻깊은 활동에 참여하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들었던 일은 잊기 어려운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디아비콘과 스톰킹 방문, 라이언킹 뮤지컬의 아름다운 무대 장치도 선배님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짜릿함이었습니다.

 

뉴욕의 문화뿐 아니라 공부의 기회도 얻었는데, 컬럼비아의 수업은 제게 또 다른 깊이와 방향의 확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민'이라는 주제는 수업 자료에서 제공되는 정보 자체로도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수업 방식 역시 도전적이었습니다.

이민자들의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어울리는 경험은 미국뿐 아니라, 나고 자라왔던 한국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하며 뉴저지와 뉴욕을 오가면서, 처음엔 차갑고 화려하기만 했던 그 도시가 이토록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의 질감을 가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난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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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의 해변>

 

3.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받으며

 

뉴욕 동문회장 선배님은 동부를 떠나는 마지막까지 챙겨주셨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동의 처음에서 여정을 확장 해주셨습니다.

동부에서 서부로, 또 서부 안에서 실리콘 밸리가 있는 산호세에서 LA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은 각 도시가 가진 힘과 매력을 전부 알기에는 짧았을지 모르지만, 제 삶에 커다란 흔적을 남길 만큼 강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호세로 이동한 첫날, 선배님들의 열정적이며 경쾌한 모습을 뵐 수 있어서, 또 진심 어린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감동이었습니다.

그날 밤 동문 선배님 댁에서의 '불멍' 이후에도 다른 선배님들 댁에 머물면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척 특별했습니다.

꿈의 기업들을 안내받고 현직 선배님들의 얘기를 들을수록 폭넓은 관심사와 넘치는 재치, 열정이 빛나는 대화는 가능하다면 밤새 듣고 싶을 만큼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접한 멋진 커뮤니티와, 가능성에 대해 계속해 주시는 질문들은 그 무엇보다 큰 영감이자 동력이 되었습니다.

 

LA에서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중 나오신 동문 선배님과 수학여행 전날처럼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고, 다음 날 말리부 비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잠들었던 것 등, 선배님의 이야기처럼 낯설 만큼 여유로웠습니다.

선배님과의 하이킹에서 만난 상쾌함과 환상적인 풍경은 즐거움은 물론 새롭고 흥미로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동문부부 선배님께서는 게티뮤지엄, 그리니치 천문대와 할리우드까지 긴 여정을 함께 해주시면서 따뜻한 손길이 정말 감사했고 건강하고 즐거운 두 분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정의 끝과 시작에는 다른 선배님께서 잡아주신 호텔이 있었는데, LA 도심이 전부 내려다보이는 넓은 방에 혼자 잠을 자고 깨어난다는 건 정말 비현실적이고 멋진 일이었습니다.

한인타운에 있는 선배님과 사업을 하시는 선배님의 사업장과 사무실을 둘러보고 또 두 분의 자취를 돌이키는 일 역시 또 많은 도전을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라라랜드'의 풍경이 저에게 여유를 알려주었다면, 그곳의 선배님들은 저에게 그것을 나누는 법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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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4. 여정을 마치고 또 이어가며

 

그렇게 꿈 같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어느새 거짓말처럼 몇 주가 지나갔습니다.

한 선배님께서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시차 적응은 어렵지만 반대는 쉽다고 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말씀 해주신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이곳은 정말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년의 관성은 무척이나 강하고, 이제 돌아온 일상은 당연히도 금방 바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새삼, 이 여름의 기억은 언제까지 생생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님들께서 가장 좋은 것만으로 베풀어 주셨으니 미국에서의 경험이 환상적으로 각인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그리워해도 온전히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베풀어 주신 사랑을 바탕으로 더 넓고 큰 꿈을 꾸려 노력해야겠습니다.

다시 한 번, 그곳에서 배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후원 해주신 미국 동문 선배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미래의 후배들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세희(19 철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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