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로 펄펄 끓는 '후배사랑' 실천

"가난에 주눅들지 마라. 선배가 있잖니~"


‘소수 정예’로 이름난 모교이기에 재직 동문회도 소규모로 알차게 운영되는 게 보통입니다. 수는 적지만 각자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듯, 동문 모임도 웅장하진 않지만 돈독한 정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가운데 SK에너지·SK주식회사 대덕 연구소에 재직하는 동문 모임(이하 SK 대덕 동문회)은 소수 정예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20명 남짓한 SK 대덕 동문회(회장 85 화학 홍승권)는 단합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2000학년도 1학기부터 장학금을 지급해 벌써 19명이나 장학생을 배출했습니다. ‘SK 대덕 동문회 장학금’으로 십시일반 모은 금액은 1900만원에 달합니다.

홍승권 회장은 “1994년 12월부터 동문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이규종(74 화학), 구본철(80 화학), 김춘길(81 화학) 동문 등이 장학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직 동문이 적은 만큼 동문 한 명이 내는 금액이 타 학교 동문회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동문들은 이를 자랑으로 여기며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 회장은 “현재 모든 재직 동문들이 장학금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며, 장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매 학기 장학생 1명에게 100만원을 지원하던 것을 2010학년도 2학기부터 200만원으로 100% 증액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식지 않은 후배 사랑의 결과였습니다.

“자신이 기탁한 장학금으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고백한 동문이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뭔가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동문회를 활성화 시키는 것 같습니다”

홍 회장의 말처럼 ‘후배 장학기금 마련’이란 목표는 SK 대덕 동문회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고, 다른 동문 모임과는 다른 SK 대덕 동문회만의 독특한 전통도 만들었습니다. 고문을 맡고 있는 김춘길 동문은 “동문 모임을 가져도 식사하고 나서 간단한 술자리로 마무리 합니다. 모임 비용은 고학번 동문들이 사비로 내는 게 보통입니다. 후배를 위해 모은 장학금인데 흥청망청 쓸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래도 동문 경조사는 확실히 챙깁니다”라고 말했다. 또 재테크에 능숙한 동문이 예금이나 투자 등으로 적립한 장학금을 꾸준히 불려 나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동문들의 직장이 대전인 관계로 매 학기 동문장학회가 개최하는 ‘장학증서수여식’에 참석해 장학생을 만나지는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후배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는 게 큰 즐거움입니다.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편지가 있습니다. 화학과 후배가 보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 둘 생각까지 하다가 우리가 마련한 장학금 덕분에 무사히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편지를 스캔해서 재직동문 모두에게 돌렸는데, 다들 정말 기뻐했습니다.”

홍 회장은 장학생 후배들의 존재가 곧 동문들의 보람이라고 말합니다. 장학금을 모금하는 시도가 동문들에게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고까지 설명합니다. 후배를 위한 장학금은 ‘선배들이 모교와 후배들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성의’이며, 이를 위해 동문들이 사회 각지에서 기반을 다져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 동문은 SK 대덕 동문회 장학금을 통해 장학생이 자신과 모교를 자랑스러워하고 정체성을 세워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인생과 공부를 즐기다 보면 다른 것들은 다 따라 옵니다’라는 경험에서 나온 격려였습니다.

“장학생들은 가난하기에 장학금 받았다고 주눅 들지 말고,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멋진 동문이 되어 선배들의 뒤를 따랐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