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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호상장학금 박상환(69무역)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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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09 15:22 조회10,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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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 말고 저지르세요, 훗날 뿌듯하답니다”

호상장학금 만들어 20년째 후배지원 박상환(69 무역)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어느덧 20주년을 맞은 호상장학금의 설립자 박상환(69 무역)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1년 중 손꼽아 기다리는 하루가 있다. 아내와의 결혼기념일도, 자녀의 생일도 아니다. 매년 6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구파발역에서 호상장학금을 받은 장학생들과 만나 북한산을 등반하는 날이 바로 그날이다.

5년 전부터 시작한 이 특별한 모임은 박 동문에게는 어느덧‘성공한 인생’을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후배들이 가족을 동반해서 10명 남짓 모이는데 2시간 정도 함께 산을 타고 저녁식사를 먹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정녕‘성공한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호상장학금이 만들어진 건 1988년 2월 1일의 일이다. 박 동문은 경북고등학교 선배인 서일호(66 경제) 동문과 의기투합해서 호상장학회를 설립했다. 장학금 명칭은 두 동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대학 등록금이 70~80만원이던 시절, 매학기 1인당 150만원씩 내자고 정했다. 장학생 선정 기준은 성적이 아니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호상장학금이 동문장학회로 건네지면, 당시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정진자(61 철학) 동문과 총동문회 사무국장이던 김미자(64 국문) 동문은 장학금을 정말 필요로 하는 학생을 선발했다.

개인이 부담하기에 큰 금액이기도 했지만, 20년 동안이나 명맥을 유지해온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동안 실직해서 수입이 없던 때도 있었고 금전적인 손실을 입은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말 기존 직장에서 부사장을 끝으로 임기를 만료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 2006년부터 사업을 벌이다가 수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했습니다. 막상‘백수’가 되니까 호상장학금이 가장 걱정되더군요.”

이러한 걱정은 호상장학생이었던 이동훈(88 영문) 동문이 장학기금 출연에 힘을 합치기로 나서면서 오히려 박 동문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얼마 전부터 또 다른 호상장학생인 이갑섭(86 경영) 동문도 합류해 더 큰 힘을 보탰다. 박 동문은“그때 후배들 덕분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후배는 물론, 후배의 가족에게 존경심을 표합니다”라고 고마워했다.

박 동문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선뜻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박 동문도 끼니를 걸러야했을 정도로 힘겹게 대학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 어렵던 시절 받았던 장학금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체험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지급된 호상장학금액은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장학생 수도 70명에 달한다. 후배를 도울 마음은 있으나 장학금을 건네기까지 주저하는 동문에게 박 동문은 “좋은 일도 일단 저질러야 한다”며 “시작은 가볍게 하고, 중간에 어려움이 있어도 끌고 나갈 것”을 당부했다.

“‘지금 빚도 있는데, 결혼도 안했는데, 애들이 한창 클 때인데…’ 하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도울 마음이 생기면 그게 기회입니다.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되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주기만 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받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자녀 3명 모두 결혼을 안 시킨 상태라 경제적으로 빠듯하지만, 인생에서 호상장학회 하나만은 성공한 것 같아서 기쁩니다. 장학생인 후배들과 어울리는 그 느낌이 굉장합니다. 동문들도 이런 느낌을 꼭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정범석(96 국문) 기자
사진=김성중(01 신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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