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기풍 총장에게서 서강의 미래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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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6-13 09:07 조회11,4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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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빨리가는 재주 없어, 느려도 함께 갈 것”
서강옛집 편집위원회가 유기풍 신임 총장과 5월 28일 오후 3시 본관 2층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에는 표정훈(88 철학) 편집위원장, 조광현(88 경제), 서동욱(90 철학) 편집위원,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 정범석(96 국문) 편집팀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 총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모교를 사랑하는 동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덕용 총동문회장님께도 축하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솔직히 요즘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서강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대단한 자극과 동기가 요구됩니다만, 어떻게 하면 그런 자극과 동기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의견 모으고 계획 세우느라 잠이 잘 오지 않아요. 아마 ‘유기풍이 총장 취임하고 나서 왜 저렇게조용하지?’라며 궁금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 총장이 되셨다는 소식을 접한 적지 않은 동문들이‘ 준비된 총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자평하십니까?
일단 학생처장, 기획처장, 공과대학장, 부총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해주신 것 아닐까 합니다. 역대 총장님들을 돌이켜봐도 그런 경우는 드물었지요. 학교 운영을 관리하고 발전 방향을 기획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에서 두루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자평합니다. 30년 간 서강에 재직, 봉사하면서 제가 받은 것이 참 많습니다. 이제 더욱 큰 헌신으로 돌려드려야지요. 나중에 ‘좋은 서강을 만드는 데 큰 역할 했다’라는 평가를 반드시 받고 싶어요.
- 최근 서강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보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서강의 전체적인 역량이나 사회적 평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1984년부터 서강에 몸담았습니다만, 서강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교 이후 약 20여년은 상승일로를 걸었어요. 타교들이 부러워하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나라 고등교육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대체로 정체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로 대학 간 무한경쟁 시대, 대학평가 시대가 열리면서 대학의 재원 규모가 가장 중요한 시대, 돈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양적 성장 위주 경쟁구도에서 서강이 마냥 따라가기 급급해서 되겠는가? 양적 기준으로 평가해서 대학들을 한 줄로 순서 매기는 상황에서, 우리 서강이 지금 몇 등인데 앞선 대학들을 따라 잡아서 순위를 몇 등 올리자는 식의 발상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저는 아니라고 봐요. 기존 게임의 규칙을 따르기보다 서강만의 독자적인 게임을 펼쳐야 합니다. 서강만의 기준과 전략으로 승부해야죠. 이제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스마트 무버(지혜로운 선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 학교 발전에서 재원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관해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서강만의 독자적인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원 확충이라고 하면 흔히 ‘펀드레이징(fundraising)’, 모금부터 떠올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기부문화, 모금문화가 매우 발달해있지요.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런 상황에서 마냥 손만 벌리고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게 제 문제의식입니다. 연구개발과 비즈니스를 융합, 접목시켜서 ‘펀드메이킹(fund-making)’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강의 창업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발전, 확충시키는 겁니다. 미국으로 치면 스탠포드 모델, MIT 모델이라고 할까요. 대학의 연구 성과가 지적재산권으로 이어지고 또 비즈니스 부문과 연계되어 라이선스, 특허판매, 또는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지는 모델입니다. 이미 서강은 기술지주회사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10개 넘는 창업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와 함께 서강 벤처인들이 벤처캐피탈을 주도했지요. 앞으로 50개 기업을 창업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겁니다.
“서강의 자산 전부 점검중, 지혜로운 선도자 대학으로 혁신”
- 서강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지만 고유한 학풍, 전통, 제도를 통해 서강만의 포지션과 이미지를 구축해왔습니다. 서강의 전통적 자산이랄까,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시대 변화에 따라서 고칠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앞으로 서강 교육이 학생들을 줄 세우는 교육, 들볶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도 교수가 너무 많은 것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는 양방향으로 동기가 부여되고 학생이 자율성을 고도로 발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학생 스스로 지적(知的) 배고픔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제도 하나를 들자면 FA가 있어요. 서강하면 FA부터 떠올리기도 합니다만 과연 오늘날 변화된 환경에서 이게 유효하고 적합한 제도인가, 깊이 돌이켜봐야 합니다. 이게 과거에는 엄격한 학사관리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학들이 출결석을 학점에 일정비율 이상 반영하고 있거든요. 전통이니까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으니까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전통의 현실적합성을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정좌석제도만 해도, 한 학기 동안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야 한다는 게 출결석 체크의 편의성 외에 어떤 장점이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모든 걸 서둘러서 갑자기 바꾸려는 건 아닙니다. 뭔가를 바꾸려면 바꿔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 또 유지해나간다면 유지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설득해야지요. 토털 리뷰(total review)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제도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서강이 쌓아 온 유무형의 자산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는 겁니다.
-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서강의 미래상 그리고 인재상을 말씀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서강을 보다 열린 대학, 열린 조직으로 만들고 싶어요. 서강이 역동적으로 발전하려면 칸막이는 없애고 장벽은 낮추면서 닫힌 문은 열어야 합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업을 하나 추진하려해도 ‘규정 때문에 안 된다’, ‘전례가 없어서 안 된다’, ‘예산 규정상 어렵다’, 이런 고정관념들이 칸막이가 되고 장벽이 되거든요. 그런 고정관념들을 극복하고 열린 조직으로서의 서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확신합니다. 인재상으로 보더라도 학생들을 정형화된 틀로 찍어내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역량을 최대한 활성화시키도록 돕는 것이 학교와 교수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끌어올릴 수 있는 동기와 계기를 제공하는 겁니다. 서강은 앞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하품 나는 교습소가 아니라 동기 활성화의 즐겁고 신나는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평가의 잣대에 위축되거나 휘둘리지 말고 서강과 서강인의 잠재적 역량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서강은 세계 10위권 국력을 지닌 5000만 인구 국가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거든요. 이 정도면 무슨 대학평가 순위 등락에 연연할 필요 없어요.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지닌 대학이고 또 학생들입니다. 눈높이를 세계로 맞춰야지요. 패배자 정서 같은 것을 가질 이유도 없고, 그런 것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어요. 자부심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야죠.
- 남양주캠퍼스 추진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알려져 있듯이 2010년 초 학교와 지자체가 MOU를 체결했지요. 전체적인 국가 경제 상황과 경기 여건 그밖에 다양한 외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서강 가족들의 전폭적인 동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봐요. 구체적인 복안들을 가지고 검토중입니다만, 멀지 않은 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리라 봅니다.
- 학교와 동문회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김덕용 총동문회장님과 제가 각별한 사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벤처업계 동문 네트워크와 활동을 통해서 김덕용 회장님과 20여 년 전부터 인연을 쌓아왔습니다. 김덕용 회장님은 탁월한 기업인이기 전에 인격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분이에요. 특히 모교 발전에 기여하려는 열망이 대단히 큰 분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학교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들입니다. 모교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 학내 이해관계로부터는 자유로우니까요. 앞으로 학교 발전을 추진하면서 동문 여러분의 힘과 뜻에 많이 빚지고자 합니다. 김덕용 회장님을 비롯해서 총동문회 여러분과 수시로 만나고 대화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바쁘신 가운데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만, 앞으로 다양한 자리에서 동문 여러분과 만나 뵙겠습니다. 저는 총장이란 일하고 봉사하는 자리이지 권위를 내세우고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으로는 안 됩니다. 학내외 다양한 서강 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실행하고 성과를 내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제가 혼자서 빨리 가는 재주는 없습니다. 느려도 함께 갈뿐더러, 가능하다면 모두가 함께 빨리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서강의 정체 추세를 바꾸려면 모든 구성원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울타리 안의 변화는 울타리 안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동문 여러분의 힘이 중요합니다. 일하는 총장으로서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총장실 포토존에서 기념찰영. 왼쪽부터 <서강옛집> 표정훈(88 철학) 편집위원장, 서동욱(90 철학) 편집위원, 유기풍 총장, 조광현(88 경제) 편집위원. 그리고 총동문회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과 정범석(96 국문) 총동문회 서강옛집 편집팀장>
서강옛집 편집위원회가 유기풍 신임 총장과 5월 28일 오후 3시 본관 2층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에는 표정훈(88 철학) 편집위원장, 조광현(88 경제), 서동욱(90 철학) 편집위원,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 정범석(96 국문) 편집팀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 총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모교를 사랑하는 동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덕용 총동문회장님께도 축하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솔직히 요즘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서강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대단한 자극과 동기가 요구됩니다만, 어떻게 하면 그런 자극과 동기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의견 모으고 계획 세우느라 잠이 잘 오지 않아요. 아마 ‘유기풍이 총장 취임하고 나서 왜 저렇게조용하지?’라며 궁금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 총장이 되셨다는 소식을 접한 적지 않은 동문들이‘ 준비된 총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자평하십니까?
일단 학생처장, 기획처장, 공과대학장, 부총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해주신 것 아닐까 합니다. 역대 총장님들을 돌이켜봐도 그런 경우는 드물었지요. 학교 운영을 관리하고 발전 방향을 기획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에서 두루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자평합니다. 30년 간 서강에 재직, 봉사하면서 제가 받은 것이 참 많습니다. 이제 더욱 큰 헌신으로 돌려드려야지요. 나중에 ‘좋은 서강을 만드는 데 큰 역할 했다’라는 평가를 반드시 받고 싶어요.
- 최근 서강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보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서강의 전체적인 역량이나 사회적 평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1984년부터 서강에 몸담았습니다만, 서강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교 이후 약 20여년은 상승일로를 걸었어요. 타교들이 부러워하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나라 고등교육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대체로 정체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로 대학 간 무한경쟁 시대, 대학평가 시대가 열리면서 대학의 재원 규모가 가장 중요한 시대, 돈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양적 성장 위주 경쟁구도에서 서강이 마냥 따라가기 급급해서 되겠는가? 양적 기준으로 평가해서 대학들을 한 줄로 순서 매기는 상황에서, 우리 서강이 지금 몇 등인데 앞선 대학들을 따라 잡아서 순위를 몇 등 올리자는 식의 발상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저는 아니라고 봐요. 기존 게임의 규칙을 따르기보다 서강만의 독자적인 게임을 펼쳐야 합니다. 서강만의 기준과 전략으로 승부해야죠. 이제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스마트 무버(지혜로운 선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 학교 발전에서 재원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관해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서강만의 독자적인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원 확충이라고 하면 흔히 ‘펀드레이징(fundraising)’, 모금부터 떠올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기부문화, 모금문화가 매우 발달해있지요.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런 상황에서 마냥 손만 벌리고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게 제 문제의식입니다. 연구개발과 비즈니스를 융합, 접목시켜서 ‘펀드메이킹(fund-making)’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강의 창업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발전, 확충시키는 겁니다. 미국으로 치면 스탠포드 모델, MIT 모델이라고 할까요. 대학의 연구 성과가 지적재산권으로 이어지고 또 비즈니스 부문과 연계되어 라이선스, 특허판매, 또는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지는 모델입니다. 이미 서강은 기술지주회사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10개 넘는 창업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와 함께 서강 벤처인들이 벤처캐피탈을 주도했지요. 앞으로 50개 기업을 창업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겁니다.
“서강의 자산 전부 점검중, 지혜로운 선도자 대학으로 혁신”
- 서강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지만 고유한 학풍, 전통, 제도를 통해 서강만의 포지션과 이미지를 구축해왔습니다. 서강의 전통적 자산이랄까,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시대 변화에 따라서 고칠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앞으로 서강 교육이 학생들을 줄 세우는 교육, 들볶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도 교수가 너무 많은 것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는 양방향으로 동기가 부여되고 학생이 자율성을 고도로 발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학생 스스로 지적(知的) 배고픔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제도 하나를 들자면 FA가 있어요. 서강하면 FA부터 떠올리기도 합니다만 과연 오늘날 변화된 환경에서 이게 유효하고 적합한 제도인가, 깊이 돌이켜봐야 합니다. 이게 과거에는 엄격한 학사관리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학들이 출결석을 학점에 일정비율 이상 반영하고 있거든요. 전통이니까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으니까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전통의 현실적합성을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정좌석제도만 해도, 한 학기 동안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야 한다는 게 출결석 체크의 편의성 외에 어떤 장점이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모든 걸 서둘러서 갑자기 바꾸려는 건 아닙니다. 뭔가를 바꾸려면 바꿔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 또 유지해나간다면 유지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설득해야지요. 토털 리뷰(total review)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제도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서강이 쌓아 온 유무형의 자산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는 겁니다.
-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서강의 미래상 그리고 인재상을 말씀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서강을 보다 열린 대학, 열린 조직으로 만들고 싶어요. 서강이 역동적으로 발전하려면 칸막이는 없애고 장벽은 낮추면서 닫힌 문은 열어야 합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업을 하나 추진하려해도 ‘규정 때문에 안 된다’, ‘전례가 없어서 안 된다’, ‘예산 규정상 어렵다’, 이런 고정관념들이 칸막이가 되고 장벽이 되거든요. 그런 고정관념들을 극복하고 열린 조직으로서의 서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확신합니다. 인재상으로 보더라도 학생들을 정형화된 틀로 찍어내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역량을 최대한 활성화시키도록 돕는 것이 학교와 교수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끌어올릴 수 있는 동기와 계기를 제공하는 겁니다. 서강은 앞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하품 나는 교습소가 아니라 동기 활성화의 즐겁고 신나는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평가의 잣대에 위축되거나 휘둘리지 말고 서강과 서강인의 잠재적 역량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서강은 세계 10위권 국력을 지닌 5000만 인구 국가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거든요. 이 정도면 무슨 대학평가 순위 등락에 연연할 필요 없어요.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지닌 대학이고 또 학생들입니다. 눈높이를 세계로 맞춰야지요. 패배자 정서 같은 것을 가질 이유도 없고, 그런 것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어요. 자부심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야죠.
- 남양주캠퍼스 추진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알려져 있듯이 2010년 초 학교와 지자체가 MOU를 체결했지요. 전체적인 국가 경제 상황과 경기 여건 그밖에 다양한 외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서강 가족들의 전폭적인 동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봐요. 구체적인 복안들을 가지고 검토중입니다만, 멀지 않은 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리라 봅니다.
- 학교와 동문회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김덕용 총동문회장님과 제가 각별한 사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벤처업계 동문 네트워크와 활동을 통해서 김덕용 회장님과 20여 년 전부터 인연을 쌓아왔습니다. 김덕용 회장님은 탁월한 기업인이기 전에 인격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분이에요. 특히 모교 발전에 기여하려는 열망이 대단히 큰 분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학교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들입니다. 모교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 학내 이해관계로부터는 자유로우니까요. 앞으로 학교 발전을 추진하면서 동문 여러분의 힘과 뜻에 많이 빚지고자 합니다. 김덕용 회장님을 비롯해서 총동문회 여러분과 수시로 만나고 대화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바쁘신 가운데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만, 앞으로 다양한 자리에서 동문 여러분과 만나 뵙겠습니다. 저는 총장이란 일하고 봉사하는 자리이지 권위를 내세우고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으로는 안 됩니다. 학내외 다양한 서강 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실행하고 성과를 내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제가 혼자서 빨리 가는 재주는 없습니다. 느려도 함께 갈뿐더러, 가능하다면 모두가 함께 빨리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서강의 정체 추세를 바꾸려면 모든 구성원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울타리 안의 변화는 울타리 안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동문 여러분의 힘이 중요합니다. 일하는 총장으로서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총장실 포토존에서 기념찰영. 왼쪽부터 <서강옛집> 표정훈(88 철학) 편집위원장, 서동욱(90 철학) 편집위원, 유기풍 총장, 조광현(88 경제) 편집위원. 그리고 총동문회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과 정범석(96 국문) 총동문회 서강옛집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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