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이 서강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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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6-14 14:53 조회11,6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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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때부터 ‘학생을 존중하고 배려한’ 서강대학 50년 교학(敎學) 전통과 일본에서 ‘친절한 택시 신화’를 만든 MK그룹 50년 역정(歷程)의 밑바탕을 이룬 것은 무엇일까? 이 같은 궁금증을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는 특별강연이 열렸습니다.
11일 오후 다산관 국제회의실은 강연을 들으러 온 관객들로 발 디딜 팀이 없었습니다. 재학생들은 다음 주 기말시험을 앞두었지만 명품강연 소식에 시간을 내 열성적으로 참석했습니다. 일본 교토에서 ‘친절한 MK택시 신화’를 일궈낸 유태식 MK그룹 부회장(74)이 강사로 나선 ‘친절이 돈이다’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연 내용을 전하기 앞서 알아두어야 할 사안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0년은 서강과 MK에겐 특별한 날이라는 것입니다. 서강은 소수정예 159명을 뽑아 대학교육의 새 이정표를 세우기 시작했고, MK그룹은 택시 10대를 운용하며 친절신화의 출발을 알린 때입니다. 반세기가 흘렀고, 두 집단은 한국과 일본에서 명실상부한 대학과 기업 평판을 확보했습니다. 짐작컨대 그 원동력은, 생명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지켜온 데 있지 않나 합니다. 이날 강연도 이런 취지에 충실했습니다.
경남 남해 출신의 유태식 부회장은 지독한 가난에 먹을거리가 없어 일본으로 건너가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친형인 유봉식 MK그룹 회장과 함께 택시사업을 일구었습니다. 1960년 일본 교토에서 정부가 지원한 택시 10대로 사업을 시작해 △승객에게 인사하기 △인사 안하면 운임 무료 선언 △단정한 유니폼 착용 △장애인 우선 태우기 △자발적 요금 10% 인하 △95년 한신대지진 때 구조 활동 등 친절과 배려를 최우선 덕목으로 한 서비스를 도입해 일본 택시업계의 풍토를 바꾼 주인공입니다.
당시 일본에서 택시기사하면, 제멋대로 결근과 지각하기 일쑤였고, 툭하면 승차 거부에 승객에게 불친절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유 부회장은 “자부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기사들에게 생명을 수송하는 위대한 일을 하는 근로자로서 파일럿과 동등한 일을 한다는 자존심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택시기사들에게 친절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교육에 집중, ‘택시기사와 비행기 조종사(파일럿)는 동급’이란 목표를 달성하고자 뛰었습니다.
유 부회장은 특히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은행융자로 기숙사를 세우고, 사택(이나미 홈센터)을 지었습니다. 일례를 들자면 46개 주택이 모인 MK단지를 건립했는데, 근로자들이 돈 한 푼 없어도 입주할 수 있도록 온갖 배려를 다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사시켰습니다. 주택가격이 350만엔이면 건설회사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해 10%(35만엔) 할인받았고, 이 중 50만엔을 회사가 지불하고 나머지 265만은 은행이 돈을 대 구입한 뒤 근로자에게 18 년간 변제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근로자는 매달 2만3500엔을 갚으면 되는데 이마저도 회사가 특별조치로 해결해주었습니다. 회사까지 출퇴근 교통비를 줄여 은행빚 갚는데 쓰도록 MK단지 안에 택시차고를 건설한 것입니다.
이러자 무단결근, 지각이 없어졌고, 애사심이 높아져 경영방침인 친절이 절로 몸에 배었습니다.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매출은 늘고, 임금이 올랐습니다. MK택시는 모두 선망하는 직장이 되었습니다. 신입사원 40명을 모집하면 전국에서 8000명이 응시했고, 대부분 대학졸업자였습니다.
유 부회장은 “월급 축 내지 않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누가 열어주었는가. 일본정부도 아니고 노조도 아니었다. 경영자의 아이디어로 달성했다”며 경영자의 대단한 자부심을 표출했습니다.
친절교육 이른바 ‘MK운임 운동’으로 시작한 서비스 혁신은 MK택시를 △거만하던 기사가 친절하게 인사하는 택시 △믿고 야간에 승차할 수 있는 택시 △장애인을 먼저 대우하는 택시 △서비스가 좋으면서도 요금이 10% 싼 택시라는 평판을 얻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유 부회장은 “다른 택시회사들이 앞뒤 가로막기 등으로 운행을 방해하고 ‘병 신들이 타는 택시’라고 비방하자 교토시민들이 MK택시 타기 운동을 벌이며 지켜줬다”면서 “시민들에게서 얻은 신뢰와 믿음은 우리가 시민들에게 더욱 봉사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봉사→신뢰→더 큰 봉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장애인 운임 10% 인하는 업계의 가격담합을 깨는 계기가 됐고, 버스와 기차로 확산돼 공공이용 시설의 장애인 요금 할인 및 좌석 지정으로 확산됐습니다. 또한 시민운동으로 확대돼 이젠 전국의 택시회사들이 시민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으로 발전했습니다.
MK택시의 MK는 사실 특별한 뜻이 없는데, 일본 사람들은 마음(mind), 친절(kind)로 해석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유 부회장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한 목소리와 꼿꼿한 자세로 1시간 30여분 강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친절해야 존경받습니다. 다소 개인의 희생이 있더라도 친절해야 합니다. 정신 차리세욧! 여러분 세대가 친절하지 않으면 후배들이 욕을 먹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개교 50년을 맞는 서강의 재학생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학생고객을 둔 서강대 직원과 동문고객을 둔 총동문회 사무국에게 던지는 죽비 같은 말이었습니다. 학생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오늘의 서강을 있게 한 단심(丹心)이자 초심(初心)일 테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생명문화연구소가 주최한 ‘MK그룹의 경영과 역사 - 친절이 돈이다’ 명사초청 강연은 특히 울림이 컸습니다. 서강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로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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