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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풍경] '장안대학'이라는 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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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1-06 13:29 조회5,0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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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월경 재단법인 한국예수회는 대학설립 인가를 신청하고 입시 준비에 들어갔지만, 교명을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장안대학(長安大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학교 소개 팜플렛 <장안대학일람(단기 4293년도)>을 제작·발간했습니다.

당시 예수회원들은 서소문동의 주택에 머무는 동안 가톨릭교회와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영어·프랑스어·철학·서양사 등을 가르치는 소규모 학회를 만들었는데, 이 학회 이름이 장안문화원(長安文化院)이었습니다.

헙스트 신부의 비망록에 따르면, 1959년 6월에 장안(長安)·서강(西江)·광화(光化)·성지(聖智)·명덕(明德)·명도(明道)를 학교 이름 후보로 올려놓고 투표를 했습니다. 여기에서 장안이라는 이름이 선정되지 않았나 추정됩니다.

늦어도 1959년 9월 무렵에는 이미 학교 이름이 잠정적으로 ‘장안’으로 결정되어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안대학이라는 교명이 의미가 좁고 평범하다는 등의 이유로 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후 1960년 1월 2일과 1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교명을 정하기 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서소문동 성모의 집에서 1월 30일 오후 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계속된 모임에는 이해남 교수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계 인사들과 길로런, 게페르트, 김태관, 헙스트, 프라이스 신부 및 도일 수사 등 예수회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모두 15명이었습니다.

후보는 다음과 같이 14개였습니다. 

장안(長安), 서강(西江), 광화(光化), 

성지(聖智), 성지(誠智), 명덕(明德), 

명도(明道), 상지(上智), 진단(震旦), 

진성(珍聖), 대건(大建), 명진(明珍), 

경서(京西), 한성(漢城).

장안과 서강이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투표 결과 학교 이름은 ‘서강’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 2월 14일자 <가톨릭시보>의 '개교를 기다리는 예수회 대학'에서 ‘장안대학(가칭)’이라는 명칭으로 소개된 것으로 보아, 2월 초까지 이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2월 11일자 한국일보에는 서광(西光)대학으로 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 시대 한강에서 오늘날 서울을 끼고 도는 구간, 즉 한양 도성 남쪽 구간은 경강(京江)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서울의 강'입니다.

경강은 한강, 용산강, 서강으로 구간이 나눠집니다. 한남대교 근처에서 노량진까지 한강, 그 서쪽에서 마포까지 용산강, 마포 서쪽에서 양화진까지 서강이라 불렀다는 것이지요. 오늘날 서강대교가 있고 서강동이 있는 그 서강입니다.

교가 1절 첫 부분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아느냐 저 강물이 흐르는 뜻을 바다를 그리면서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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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57년 11월 1일 예수회의 대학설립 계획을 보도한 경향신문 지면. 제목의 '92년'은 단기 42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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