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함께 한 개강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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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9-10 15:13 조회10,7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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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2학기 개강미사가 9월 10일 오전 10시 30분 성 이냐시오 성당에서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조현철(77 전자) 교목처장이 주례를 맡고 예수회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이번 개강미사에는 이종욱 총장, 조긍호 교학부총장, 유기풍 산학부총장 등을 비롯해 교직원과 재학생 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유시찬 이사장은 오전에 예정된 외부 강의가 있었던 탓에, 미사가 시작된 이후에 참석했습니다.
<개강미사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이종욱 총장, 조긍호 교학부총장, 유기풍 산학부총장>
조현철 교목처장은 재학생들에 “서강에서 배우는 지식이 세상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누구를 위해 사용되고 있고, 왜 배우고 있는지를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라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야만 여러분의 삶이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라고 강론했습니다.
천주교 미사 전례가 모두 끝난 뒤 조현철 교목처장은 “서강에서 새롭게 한 학기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힘차게 박수를 보냅시다”라며 서로를 격려하자고 제안, 참석자 모두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강론하는 조현철 교목처장>
미사 이후에는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과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시인은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6년 동안 공부한 뒤 26년 동안 교사로 지내고나서 지난해 은퇴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시인은 1980년 초 친구가 대학원을 다니던 서강대학교를 처음으로 방문해 故 이기백 교수와 만났던 인연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당시 이기백 교수님의 키가 무척 커서 놀랐고, 까만 가방을 들고 계셨습니다”라고 회상한 시인은 “교수님께서 제가 가르치는 덕치 초등하교 2학년 교실로 초콜릿 두 상자를 보내주셨던 일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2학년에는 단 두명의 학생이 있었고, 이기백 교수는 이를 알고 초콜릿 두 상자를 보내준 것입니다.
시인은 “교사로 지낸 26년 동안 초등학교 2학년만 가르쳤습니다”라며 “살아 보니 교육은 자기를 가르치는 것이더군요”라고 운을 뗐습니다. 김용택 시인은 영혼이 맑은 초등 2학년을 "풀잎 같은 영혼"이라고 표현했고, "꽃보다 더 예쁜 것은 나무에 돋아난 새잎"이라며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솔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강연하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
교사로서 지낸 경험을 돌이켜보며 강의를 진행한 시인은 “진실하게 대하니 아이들이 점점 다가왔습니다”라며 “불신 사회라도 진실과 정직은 통합니다. 이것이 통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시인은 “자세히 봐야 '알 수' 있고,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이해가 되어야 '관계를 맺고' 조화를 이루며, 이렇게 되어야 피와 살이 되어 '인격'이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교육은 학생들이 각자 좋아하는 것을 찾아줄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합니다. 좋아하면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면 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개강미사 팜플렛에 실린 김용택 시인의 시 <자화상>을 실어 시인의 속 깊은 생각을 느껴 보십시오.
김 시인은 오래전에 '섬진강 시인'이란 별칭을 얻었고, 수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시인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오늘의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08년 8월, 38년 만에 덕치초등학교를 완전히 졸업한 그는 최근 산문집을 냈습니다. 제목은 <오래된 마을>(한겨레출판)입니다. 이순을 맞아 자연인으로서 인생 2막을 열게 되었음을 알리는 시인의 첫 산문집입니다. 고향 진메 마을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잔잔히 담겨 있으며, 자연과 공동체의 합일을 바라는 희망의 메시자가 그득합니다. 학교 도서관에 책이 있어 빌려볼 수 있습니다.
자 화 상
사람들이 앞만 보며 부지런히 나를 앞질러갔습니다
나는 산도 보고, 물도 보고, 눈도 보고, 빗줄기가 강물을 딛고 건너는 것도 보고
꽃 피고 지는 것도 보며 깐닥깐닥 걷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떠나갔지요
난 남았습니다
남아서, 새, 어머니, 농부, 별, 늦게 지는 달, 눈, 비, 늦게 가는 철새
일찍 부는 바람
잎 진 살구나무랑 살기로 했습니다
그냥 살기로 했답니다
가을 다 가고 늦게 우는 철 잃은 풀벌레처럼
쓸쓸하게 남아
때로, 울기도 했습니다
아직 겨울을 따라가지 않은
가을 햇살이 샛노란 콩잎에 떨어져 있습니다
유혹 없는 가을 콩밭 속은 아름답지요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천천히, 가장 늦게 물들어 한 대엿새쯤 지나 지기로 합니다
그 햇살 안으로 뜻밖의 낮달이 들어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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